[기획연재] 농업·농촌 '치유'의 공간으로 태어나다 8. 동물을 통한 치유의 공간 '굿 랜드 케어팜'
말은 자폐·행동장애·ADHD등 증상완화에 도움
행동·인지기능 개선돼 정신·신체에도 긍정적 영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굿 랜드 케어팜에 들어서면 마치 동물농장에 온 것 같다. 개구리와 물고기가 있는 연못과 오리, 염소, 닭 등 다양한 동물들이 입구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반긴다. 조금 옆에는 양, 알파카, 사슴, 돼지 등이 어울려 있고 기니피그와 토끼장도 있다.

농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길게 늘어서 있는 마구간이 보인다. 굿 랜드 케어팜에서 이 동물들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 이상의 역할이 있다.

농장주 안드레아 씨는 모든 동물들이 교육과 심리케어 목적으로 활용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무리지어 돌아다니는 오리떼는 왕따나 적응장애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어린이에게 사회성을 가르쳐주는 좋은 소재이다.

▲ 6ha의 초지는 고객과 동물들이 함께 하기 좋은 놀이터이다.

말은 자폐, 행동장애, ADHD 등의 증상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어 네덜란드의 많은 케어팜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이 이용하는 많은 농장들이 말을 가지고 있고 굿 랜드도 마찬가지이다.

말을 이용해서 아이들을 비롯한 고객들이 증상을 개선하고 더 나은 기분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굿 랜드 케어팜의 주된 활동이다.

고객들이 농장에서 하는 일은 철저히 개인맞춤형이다. 안드레아 씨는 매일 농장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그림과 함께 적혀 있는 카드를 고객들에게 주고 직접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게 한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마구간을 청소하고 말과 산책을 한다. 기술적인 일을 담당하는 직원과 함께 벤치, 장식품 등을 만들거나 채소밭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고객들도 있다. 아이들이 받는 카드에는 축구하기, 동물 먹이주기 같은 옵션들이 들어 있다.

고객과의 면담을 통해 농장에서 그들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도 안드레아 씨의 몫이다.

요리를 좋아하는 고객에게는 정기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해 파이를 만들 수 있게 해준다거나, 큰 동물을 무서워하는 아이를 위해 유리장에 들어 있는 작은 동물을 돌보게끔 하는 식이다.

농장에서의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가기 전에는 그 날 했던 일 중 가장 좋았던 세 가지와 칭찬받은 일을 카드에 적고 아이들은 이를 집으로 가져가서 부모와 소통한다. 그러면서 농장에서 보낸 치유의 시간들이 쌓인다.

네덜란드에서 케어팜이 급격히 늘어나던 2000년대 초반에는 농업인들이 새로운 시도를 위해 기존의 농업에 케어활동을 병행하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복지나 케어, 특수교육분야의 사람들이 농장의 환경을 이용한 케어를 위해 케어팜을 시작하는 경우도 생겨났고, 굿 랜드 케어팜 또한 이렇게 탄생한 경우이다.

농장에는 많은 동물들이 있고 텃밭도 가꾸고 있지만, 농장 수입은 케어부문으로 얻고 있다. 텃밭의 채소와 과일은 고객들과 재배해서 농장에서 직접 소비하고, 동물들 또한 고객들의 케어에 쓰이는 탓이다.

농장을 열기 전 실무고등학교에서 케어전문가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을 가르쳤던 농장주 안드레아 씨는 그녀가 보아온 네덜란드의 케어환경이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한다. “케어기관에서 고객들이 주로 하는 일은 테이블에 앉아서 색칠이나 만들기를 하는 거에요. 하지만 진짜로 고객들이 원하는 것 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어요.”

그녀는 시내에 있던 집을 팔고 특수교육분야에 종사하던 베로니 씨와 함께 농장을 구입해서 굿 랜드 케어팜을 오픈했다.

2008년의 일이다. 평소 동물을 좋아하던 안드레아 씨가 꿈꿨던 케어팜의 방식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힘을 가질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이었고 여기에 동물, 특히 말을 이용하면 굉장히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농장에는 안드레아 씨를 비롯한 말을 이용한 코칭을 위한 전문가들이 있다. 쉽게 흥분하고 소리를 지르는 농장의 고객에게 안드레아 씨는 조용히 하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말을 생각해 봐” 이 한마디에 고객은 조용해 진다.

말은 사람의 행동에 반응하는데 사람이 소리를 지르면 말도 흥분하고 곁에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행동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말과 함께 있게 하는 것이 굉장히 효과적이라고 한다.

말이 이런 정신이나 행동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좋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대화를 나누고 차를 마시며 보내는 요양시설에 있기를 원하지 않았던 노인 고객에게 굿 랜드는 말을 쓰다 듬으면서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말을 보살피면서 행동이나 인지기능도 개선돼 더 이상 약을 복용할 필요가 없다. 케어팜에서의 활동은 정신적인 이로움만 주는 것이 아니라 신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심하게 폭력적이거나 내성적 성향 등 다양한 문제로 학교에 다니기 어려운 아이들은 지자체에서 도움을 받아 굿 랜드 케어팜에 오게 된다.

아직 의무교육을 받아야 하는 나이이기도 하고 또 이런 아이들이 집에만 머무르면 안좋은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중엔 학교에 다니고 주말 동안 2박 3일을 농장에서 지내고 가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이 오면 안드레아 씨는 말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짜준다. 말을 데리고 걸어 다니고 말에게 지시를 내리는 등의 훈련도 해본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무언가 해낼 수 있다는 힘을 느끼고 게다가 집중력이 생겨서 학습에도 도움이 된다.

안드레아 씨가 언론에서 접한 한국은 높은 성과를 요구하는 사회와 거기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한다. 그녀는 한국인들이 좀 더 행복한 삶을 사는데 굿 랜드 케어팜의 방식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희망했다. 농장의 삶은 특정방식을 요구하지 않고 우리가 삶의 가장 기본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글·사진] 조예원 바흐닝언케어팜연구소 대표

관련기사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