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변화·유관단체 협력 미흡…구조적 문제 해결 방안 필요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국내 작물보호제시장이 최근 위축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제조사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한국작물보호협회의 역할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1일 상무이사 인사가 있었던 만큼 그동안과는 다른 협회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 대국민 홍보 활동 미진

지난해 작물보호제시장은 전년대비 출하량이 약 8%가 감소하며 대부분의 제조사가 경영악화를 호소했다. 심지어 그간 유례를 찾기 힘든 메이저 제조사의 경영적자 사태가 발생키도 했다. 특히 지난 1분기에도 대부분의 제조사들 매출이 평년 동기대비 줄어들면서 자체 대응방안 마련과 더불어 협회 차원의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농약의 안전한 사용과 관련한 홍보와 제조사의 권익 대변에 대해 보다 책임있는 활동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업계 협회의 교육홍보활동은 농업인의 안전사용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의 경우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홍보는 12건이 진행된 반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은 1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직접 농산물을 구매하는 주부가 아닌 대학생이었다. 단순 교육 외에 부정적 이미지 개선을 위한 초·중등 교과서에 수록된 ‘농약관련 내용 바로잡기’나 농협은행 등에 관련 책자를 비치하는 등의 활동도 전개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농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전반을 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PLS(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 시행으로 농업인들의 안전사용에 대한 의식은 일정 수준 이상 올라왔다고 생각되지만 소비자들의 농약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오히려 PLS 시행을 기회로 농약을 사용한 농산물의 안전성에 대해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노력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 제도 개선·유관 단체 협력 미흡

다음으로 제도 변화에 대한 협회의 적극적인 대응이나 유관기관 및 단체와의 협력에 대한 아쉬움이다. PLS, 농약안전관리판매기록제 도입 등 지난해와 올해 농약업계는 많은 제도변화를 겪었다. 또한 내년부터는 잔류분야에 대한 GLP(우수실험실운영기준)가 적용될 예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협회가 제조사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했으며 농약 유통업계와의 입장 조율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도 도입에 대한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언제나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입장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최근에 도입이 준비되고 있는 농약안전관리판매기록제를 보면 당초 농약이력관리시스템으로 추진돼 제조사와 농약 유통업계 등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이후 정보제공 범위가 축소되고, 명칭도 완화된 표현으로 바뀌었지만 그 과정에서 협회가 전국작물보호제유통협회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작물보호제유통협회 한 관계자는 “농약산업에서 제조사가 앞바퀴라면 유통은 뒷바퀴인데 현재 작물보호협회의 ‘회원사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식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며 “제조분야와 유통분야가 협력해 상생대응할 수 있는 방안에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 구조적 문제 해결위한 방안 모색해야

이러한 협회의 미흡한 역할에 대해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현재 협회 정관에 따르면 부회장 또는 정책위원은 △농약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정책 개선 및 건의 업무 △국회 관련 업무 △대북한 농약사업 관련 업무를 관장한다. 이는 관련 제도개선 및 대외활동의 총 책임이 회장이 아닌 부회장에게 있다는 의미다. 현재 협회는 부회장이 공석이기 때문에 이러한 역할과 책임은 임원인 상무(또는 전무)에게 돌아가고 있다. 회장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소극적인 운영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예산 관련한 부분에서도 협회는 수익사업을 위해 별도의 사업부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현재 운영되지 않고 회원사의 회비에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구조다. 이에 제조사들은 예산 부족으로 활동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보다는 대국민 홍보 등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부분에 대해서 기획을 통해 사업을 구상하고 회원사들은 설득해 갹출 지원을 받거나 자체 수익사업을 통해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회원사 대표는 “현재 협회는 활동에 대해서 회장이 책임을 지는 구조가 아닐 뿐만 아니라 예산확보에 대해서도 소극적이다”며 “회원사가 협회의 역할에 대해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만 할 게 아니라 스스로의 역할을 강화해나갈 수 있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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