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폐기·시장격리 불구 '과잉 늪'
소득보장 타작목 전환 유도 필요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올해 양파시장이 지난해에 이어 심상치 않다. 일부 조생종 양파의 산지폐기와 시장격리 등이 이뤄졌지만 생산량이 많아 평년(1kg 상품 880원) 대비 가격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통계청, 양파재배농업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 따르면 제주를 비롯한 전남 고흥, 완도, 무안, 전북 고창 등에서 양파가 출하되고 있으며 지난 23일 기준 양파 도매가격은 1kg 상품이 738원이다. 올 양파 재배면적은 2만1756ha로 지난해보다 17% 가량 감소했지만 평년보다는 4% 정도 많다.

조생종 양파의 경우 지난달 일부 주산지에서 산지폐기와 시장격리가 이뤄졌지만 재배면적이 12% 가량 늘면서 출하량 증가로 시장 내 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가락시장 경매사들은 향후 양파가격 약세를 예상하고 있다. 현재 조생종 양파 단수 증가와 더불어 기상호조로 중만생종 양파 생육 또한 우수해 단수 증가가 예측되기 때문이다.

조생종 양파 가격이 약세인 가운데 중만생종 양파도 많을 것으로 예상돼 산지 포전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남종우 전국양파생산자협회장은 “조생종 양파 일부를 폐기했음에도 양이 많아 가격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격이 낮게 형성돼 포전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원가조차 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남 회장은 “중만생종 재배면적이 평년보다 3% 정도 늘었으며 기상호조로 단수까지 증가해 생산량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만생종에 대한 대책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며 “몇 년 전부터 양파 수급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지자체 등을 통해 타작목 전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양파재배농업인들은 타작목으로 전환할 경우 소득이 보장되지 않아 쉽사리 전환할 수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정부의 수급 정책이 사전이 아닌 사후약방문식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양파가 1년에 소비되는 양을 파악하고 농가가 생산 원가 이상의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면적, 생산량 등을 조사해야 한다”며 “양파 외에 생산원가 이상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품목으로 작목전환 등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 관계자도 “현재 수급정책은 파종, 정식된 후 작물의 생육이 어느 정도 완료됐을 때 추진되는 사후대책에 불과하다”며 “양파의 재배면적 대비 생산량, 소비량, 가격 등 면밀히 검토해 적정 생산량 등을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원물 외에 가공식품으로 소비되는 양도 많기 때문에 대기업과 산지 조직의 연계를 통한 소비 등도 고려해야 한다”며 “양파뿐만 아니라 수급불안 품목에 대한 거시적인 농산물 재배조정 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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