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 농장은 감정·감성 소통의 힐링 공간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 고층건물들이 바로 뒤에 있지만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는 농장안에 들어오면 도시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현대사회에서 도시농업은 더 이상 생소한 단어가 아니지만, 최소한 필자에게 한국의 도시농업은 여전히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일로 여겨진다. 그만큼 대중화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농업대국 네덜란드에서 도시민과 농업은 꽤 가까이 있다. 암스테르담 같은 대도시에도 염소나 양을 대규모로 키우는 농장들이 있고 이는 어린이들만 찾는 장소가 아니다.

회원가입만으로 먹고 싶은 채소를 직접 땅에서 수확해 갈 수 있는 도시농장들도 인기다.

대부분의 케어팜들이 소도시 근방에 위치한 반면 유트레흐트시에 있는 푸드포굿(Food for Good)은 대도시안에 있는 케어팜이다. 그래서 도시농장, 그리고 케어팜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교집합 같은 곳이다.

한때 농부로서 유기농업을 했고, 각종 공공부지와 학교에서 사회적농업과 조경을 담당하던 한스 씨는 방치돼 있던 7000㎡의 공원부지를 유트레흐트시로부터 무상으로 대여해 2011년 푸드포굿을 시작했다.

건강한 먹거리를 테마로 한 다양한 활동들이 농장에서 이뤄진다. 60여종의 각종 채소와 과일은 장애인, 노인, 난민, 실업자 등 일반적인 케어팜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지역주민들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가꾼다.

채소는 팔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농장에서 소비되거나 자원봉사자 및 참여객들이 집으로 가져간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해서 지속적으로 농장을 활기차게 만드는 것은 한스 씨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이다. 지난 가을에는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개최해 커피 찌꺼기를 이용한 느타리버섯 재배방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농장의 생산물을 이용한 건강한 요리교실도 개최한다.

폐기되는 빵을 이용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실험도 한다. 올해 초 부터는 온실을 개조해서 레스토랑으로 꾸미고 워크숍 등 각종 행사에 대여하는 대형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또 이탈리아의 유명기관에서 정식 자격증을 취득한 피자쉐프와 함께 농장안에 피자스쿨을 열기도 한다.

이를 통해 농장의 참여객인 젊은이들이 한스 씨에게서 직접 피자 만드는 기술을 배우고 이를 활용해서 취업뿐 아니라 농장안 레스토랑에서 피자를 만들어 팔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피자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단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케어팜 참여객들은 레스토랑의 손님들을 상대하며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 사람들과 접촉하며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농장의 밭에서 일하며 이를 풀 수 있으니 곧 바로 일반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 보다 부담도 덜하다.

푸드포굿이 위치한 곳 근방에는 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고 범죄율이 높아서 일반적으로 거주지로 선호하는 지역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한스 씨는 푸드포굿이 생긴 후 이 지역에 범죄율이 줄고 분위기가 좀 더 안정적으로 됐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 밭에서는 사시사철 채소와 과일을 재배한다.

케어팜이지만 동시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이곳에 종종와서 산책을 하며 참여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또 본격적으로 자원봉사자로서 일하기도 한다.

자원봉사를 하는 도시주민들은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집 근처에서 쉽게 농사짓는 기쁨을 맛볼 수 있고 수확한 채소와 과일을 가져갈 수도 있으니 도시 케어팜의 순기능은 이렇게 확산된다.

한스 씨는 “먹거리를 내손으로 직접 생산하고, 다양한 도시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주면 그 안에서 사람들은 생태계의 일부로서 자연의 시스템에 동화된다”고 그의 철학을 이야기 한다.

방문객들에게 한스 씨가 항상 보여주는 사진은 자원봉사차 푸드포굿에 온 60대의 지역주민과 자폐증이 있어 케어팜의 참여객으로 온 20대 청년이 함께 샐러드를 심고 있는 모습이다.

청년에게는 씨앗을 심는 방법을 옆에서 자세히 설명해 줄 사람이 필요하고, 자원봉사자는 씨앗심기를 잘 알지만 혼자 일을 하기에 체력이 부족하다.

푸드포굿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들이 함께 일을 함으로써 혼자서는 불가능했을 일을 해낸다.

이는 음식을 통한 다른 문화권의 이해에도 적용된다. 도시에는 상대적으로 이민자들이 많고 푸드포굿만 해도 아시아, 아프리카 등 여러 문화권의 사람들이 섞여 있다.

농장에서의 활동을 통해 생소할 수 있는 작물과 음식을 경험하면서 다른 문화권의 포용과 통합에도 기여할 수 있다.

푸드포굿에서 먹거리의 역할은 도시 사람들이 더 나은 기분을 갖게 해주는, 즉 힐링을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라고 한스 씨는 말한다. 그가 바라는 것은 머릿속이 복잡한 도시민들이 푸드포굿을 통해 생각을 비우고 진솔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도시사람들은 건물안에서만 생활하면서 머릿속은 항상 걱정으로 가득 차있죠. 농장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일하는 그 순간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연과 연결되고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즐기게 되죠. 마치 스포츠처럼요. 여기서 일하는 건 다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것처럼 그냥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것과 같아요.”

전국민의 대부분이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도시케어팜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는 한스 씨의 이 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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