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생산자 자율 수급조절 시스템 구축을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원장/안양대 교수

최근 주요 채소류 가격이 폭락해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인은 재배면적 증가와 지난해 겨울이 상대적으로 온난했고 혹한 등이 없어 생산이 수요에 비해 과잉됐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농산물은 수요가 가격변화에 비탄력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물량이 과잉되면 가격이 폭락하게 된다. 문제는 수십년 동안 채소류 가격이 폭락, 폭등을 반복함에 따라 농산물 가격안정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채소류의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산지폐기를 광범위하게 실시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배추 같이 저장성이 없는 품목은 시장격리를 위해서 산지폐기 밖에 대안이 없다. 고추, 마늘, 양파 등은 저장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 수급을 조절할 수 있지만 배추는 저장성이 약하고 저장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산지폐기가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는 대안이지만 가격안정 효과가 단기적이고 먹거리를 폐기한다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일본에서는 토양환원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으며 우리도 이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산지폐기 물량을 가공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폭넓게 연구해야 한다.

현재의 농산물 수급조절은 지나치게 정부가 주도하는 문제가 있다. 과잉, 과소시 정부가 주도적으로 시장격리, 수입 확대 등을 수행함으로써 생산자들의 자율적인 수급조절 노력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방식의 한계를 인식해 앞으로는 생산자들이 자발적으로 수급조절을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생산자조직이 사전적으로 수요량 등을 예측해 적정 생산면적을 재배토록 생산자를 지도하고, 사후적으로 출하시기, 출하물량 등을 조절해 가격을 안정화시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품목 생산자를 대표하는 조직의 결성을 추진하고 이들 조직이 생산자들을 지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사전적, 사후적 수급조절에 관한 의사결정은 생산자조직들에 맡기고 정부는 농가의 소득안정화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준가격 이하로 하락하면 기준가격과 시장가격의 차이를 정부가 보전해 주는 채소가격안정제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채소가격안정제가 성공하려면 생산자들의 자율적 수급조절이 전제돼야 하며 현재 시범 사업 정도에 불과한 프로그램 대상 면적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국산 치즈 소비확대 지원·마케팅 방안 마련 시급
조석진 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장

2026년 유제품관세의 완전철폐가 예상됨에 따라 낙농기반 유지를 위해서는 낙농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국산 우유·유제품의 소비 활성화 방안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선 감소국면에 접어든 시유소비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제품 차별화 및 성별, 연령대별 소비자 수요를 감안한 제품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노인층의 저작능력 저하와 섭식장애로 인한 식사량 감소 등 영양섭취 불균형해소를 위해, 노인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 개발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국산 유제품 활성화 방안으로는 국산 치즈 소비 확대를 위한 지원과 마케팅방안마련이 급선무다. 커피·아이스크림 전문점 등 다양한 분야에서 K-밀크, 즉 인증된 국산원유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해 실행해야 한다.

한국은 2026년이 되면 거의 모든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된다. 국민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우유와 유제품에 대해서는 어떠한 경우라도 일정규모 이상의 안정된 생산기반 유지를 위한 대내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국단위 낙농제도로의 조속한 이행과 이를 위한 정부, 생산자, 유업체 등 낙농산업 구성원의 공감대형성과 각자의 성실한 역할분담이 병행돼야 한다. 또한 가공쿼터 설정 및 그에 대한 가격보전을 통해 생산성이 높은 낙농가를 중심으로 국산 유제품 생산을 늘릴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국산 유제품 소비 활성화에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사료된다.

낙농 생산기반 유지를 위한 정책마련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속가능한 낙농을 위해서는 생산기반 유지가 필수적이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개입이 불가피한 만큼 학계에서도 낙농분야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고 필요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우유소비 트렌드 조사 등을 토대로 한 새로운 소비 전략을 세워야 한다. 최근의 소비 트렌드 조사를 보면 우유와 식물성대체 음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잘못된 인식이 도출된 바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로 잡고 국산원유가 더욱 효율적이고 제대로 소비될 수 있도록 우유자조금은 물론 유업체가 공조체계를 만들어 대응해 나가야 한다.

부모의 우유구매 비율이 감소하고 있는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10대들의 우유소비가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연령대별로 우유 소비 홍보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드론 확대 등 농업관측 기술 고도화시켜야
김성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국가는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하여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한다'. 헌법 제123조 제4항이다. 농산물의 수급정책은 대한민국 헌법에서 명시됐듯이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정부는 농산물의 가격 안정을 위해 많은 수급 정책을 시행해 왔다. 계약재배 확대, 비축사업, 농업관측 사업, 생산 및 출하 안정제, 농산물 수급조절 매뉴얼과 위원회 운영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품목별 자조금이나 통합마케팅조직, 공영도매시장에서 수급조절에 대한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매년 생산 과잉 또는 부족으로 가격 급등락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농산물은 공급이 조금 줄거나 늘어도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내리는 비탄력성을 가지고 있고 계절성이 높아 한 번 생산된 물량은 햇 물량이 나올 때까지 가격이 유지되는 경직성도 높다. 따라서 농산물 수급 정책은 사전적(파종 및 정식기 이전) 정책과 선제적(수확기전) 정책으로 이뤄져야 하며 그 중에서도 사전적 수급 정책에 더 집중해야 한다. 

우선 농업관측 고도화다. ICT(정보통신기술) 기술이 발전하고 4차 산업혁명이 모든 산업에 핵심 요소임에도 20년이 넘은 농업관측은 아직도 조사에만 의존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적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드론을 확대, 재배면적 및 생산량 예측, 트윈팜(twin-farm)을 이용해 기상재해에도 정확한 생산량 추정, 센서를 통한 정보 수집과 가공, 모바일을 통한 실시간 정보교류 등 농업관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또한 수급정책은 사전적 및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수급통계를 만들어 운영돼야 한다. 현재 수급정책은 사후적인 통계청 통계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사전적으로 수립한 정책을 바꾸는 등 시장 혼란만 야기한다. 통계청 통계는 장기적인 사회 현상의 분석과 전망을, 수급통계는 단기적인 가격 안정을 위한 목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채소생산조정제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계약재배 확대 방안은 단기적으로 불가능하다. 채소가격안정제는 사전적 정책이 아닌 선제적인 정책이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크지 않다. 채소생산조정제는 사전에 파악된 관측 정보를 바탕으로 휴경을 통해 사전에 면적을 조절하는 것이다. 또한 연작 등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등 친환경에도 기여할 수 있으며 산지폐기로 인한 비용을 절감하고 정부의 수급정책의 신뢰도 높일 수 있다.

농산물 수급정책은 사전적 정책을 기본으로, 선제적 정책인 시장격리, 비축, 산지폐기, TRQ(저율관세할당) 도입, 소비 홍보 등으로 보완하는 방향으로 설정 될 필요가 있다. 

 

■육질·육량에 따라 한우 개량 목표 설정해야
김진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 연구원

지난해 소고기 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수입량 급증’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입 소고기 검역검사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량은 40만6000톤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이에 따라 한때 50%에 육박했던 소고기(한우, 육우, 젖소 고기)의 자급률은 30% 중반으로 떨어졌으며, 한우만 따지면 30% 초반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올해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올해에도 수입량은 작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출국의 다양한 판매 전략으로 소고기 수입이 꾸준하고, 가정 간편식(HMR)과 식자재 등 가공 시장을 중심으로 수입육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입육의 꾸준한 압박 속에 우리 한우산업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보통 수요가 일정하다면 가격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 한우 도매가격이 도축마릿수에서 결정된다고 본다면, 이미 시장에서는 3월 이후 한우 도축마릿수가 작년보다 늘면서 도매가격도 작년보다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한우 도축마릿수는 거세우 출하대기 마릿수가 작년보다 많아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수입육 증가에 의한 국내 가격 영향도 경계해야 할 항목이다. 

또한 오는 12월 1일 시행예정인 소도체 등급제도 역시 한우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아직 한우 도매가격이 작년보다 큰 폭으로 하락해 본격적인 가격 조정 국면에 접어든 것은 아니나 현재의 통계 자료를 놓고 추정해 보면 올해 한우 가격은 조정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사육 관련 지표들을 살펴보면 당분간 마릿수 증가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2세와 2세 이상 마릿수가 증가한 상황에서 올해 송아지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한우 정액 판매량도 전년보다 늘어났기 때문이다.

향후 국내 한우 시장은 수입육의 거센 압박을 견뎌내야 할 것이다. 변화무쌍한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우리 업계는 탄력적 대응이 필요하다. 한우 고기 수요가 결국 소비자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등급이 높은 고기는 고급화·차별화에 중점을 두고, 2·3등급 이하는 대중화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비 절감 방안 마련과 더불어 한우 개량 목표를 육질과 육량 모두에 맞춰 설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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