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줄었는데 가격도 하락…수급 ‘비상’

[농수축산신문=안희경·박현렬 기자] 

봄·고랭지배추 연평균 6% 떨어져
수입김치 반입량 꾸준히 늘어


배, 명절 반입량 50% 차지
차례 인구 줄어 판매 부진

타 과일보다 비싸고 선물용 인기없어
신품종 개발해도 번번히 실패

치즈 등 유제품 소비층 증가에도
값싼 수입품 구매로 자급률 떨어져
지난해 원유자급률 50%까지 추락

유업계 백색시유·음용유 편중된
시장개편 우선돼야


2000년 이후 식량공급은 국내 생산량 감소를 수입량 증가가 서로 상쇄하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추이가 유지돼 왔다. 식량작물 총수요량은 식량용 수요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가공용과 사료용 수요의 증가로 2000년 이후 소폭의 증가 추이를 보였다.

그러나 배추 등 엽근채소와 건고추 등 양념채소, 과일, 축산물 등 전품목에서 가격이 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편집자 주>

 

# 배추·건고추·배 등 농산물 가격 대부분 낮게 형성돼

배추, 건고추, 배 등의 농산물 가격이 생산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2000년 이후 대부분 낮게 형성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배추 생산량은 재배면적 감소로 2000년 이후 연평균 3% 감소했다. 작형별로는 봄과 고랭지배추가 각각 연평균 6% 줄었으며 가을과 겨울배추도 2% 감소했다. 고랭지배추 생산량 감소는 재배면적 감소와 잦은 기상변화에 따른 단수 감소에 기인한 것이다. 신선배추 및 김치 수출입량을 고려한 총 공급량은 2000년 310만7000톤에서 2016년 229만5000톤으로 연평균 2% 줄었다. 동기간 국내 생산량은 연평균 3% 감소했다. 이에 반해 수입량은 무려 27%나 증가했다.

2000년 이후 연평균 배추 도매가격은 국내 수급에 따라 등락이 있었으나 2010년까지 큰 상승 없이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태풍, 폭염 등 이상기상 발생 빈도 증가로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

배추 생산량이 2000년부터 지속적으로 줄었음에도 가격은 감소량 대비 상승하지 못했다.

오히려 수입김치 반입량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올해도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외식업체의 도산율 상승, 식자재 납품 감소가 지속되면서 배추 소비량 감소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건고추 생산량은 2000년 19만4000톤에서 2016년 8만5000톤으로 연평균 5% 감소했다. 건고추 공급량은 국내산 생산량 감소로 2007년 이후 연평균 4%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수입량 증가폭(연평균 3%)에 비해 같은 기간 생산량 감소폭이 더 크기 때문이다. 국내산 생산량 감소와 수입량 증가로 건고추 자급률은 2007년 67%에서 2015년 57%까지 10%p나 하락했다. 특히 2016년에는 국내산 건고추 생산량 감소로 자급률이 50%까지 곤두박질쳤다.

2000년대 건고추 도매가격은 600g당 6000원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다가 2011년산 국내산 건고추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상승했다. 그러나 대량수요처에서 국내산 건고추 수요를 수입으로 전환해 국내산 소비량이 감소함에 따라 가격은 지속적으로 낮게 형성되고 있다.

2013년 이후 건고추 산지가격은 평년가격(600g 당 5230원)대비 낮게 형성되고 있다. 2011년 이후 수입 수요 증가로 국내산 재고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배 재배면적은 2000년 이후 연평균(2000~2017) 5% 감소했다. 최근 가격 약세 지속으로 농가의 수익성이 하락했고 작목전환, 도시개발, 농가 고령화 등으로 폐원 면적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배 공급량은 재배면적 및 생산량 감소로 2000년 31만5000톤에서 2016년 21만2000톤으로 연평균 2% 감소했다. 배 도매가격은 생산량이 연평균(2005~2016) 5% 감소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3% 상승하는데 그쳤다.

명절 제수용과 선물용 수요가 높은 배의 특성상 매년 9월과 1~2월 반입비중이 전체 반입량의 50% 이상이다. 그러나 최근 명절에 출하가 집중되면서 명절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형유통업계에 따르면 차례를 지내는 인구가 매년 감소해 명절 특수용으로 인식된 배의 가격 상승은 향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몇 몇 프리미엄 상품을 제외하고는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없어 판매가 부진한 것이다.

또한 섭취가 용이한 과일을 선호하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깎아먹는 과일에 대한 소비는 꾸준히 줄고 있다. 배는 중·소과의 껍질이 얇은 배가 신품종으로 개발되고 있으나 대부분 시장에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라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형유통업체 관계자는 “배 소비가 증가하기 위해서는 중·소과의 작고 껍질째 먹을 수 있으며 기능성 성분까지 함유됐다는 등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품종이 개발돼야 한다”며 “일반적으로 배 1개 가격이 타 과일에 비해 비싸다는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쉽게 섭취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 등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 원유자급률 50% 이하로 떨어져

지난해 원유자급률은 49.3%로 10년만에 20%p 이상 하락했다.

50%가 넘는다는 유일한 자존심이 무너진 것이다. 원유자급률의 하락은 계속적으로 예고돼 왔던 일이었다. EU(유럽연합)를 포함한 낙농강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가 잇따라 체결되면서 값싼 수입치즈의 공세에 국내 유업체들은 자급률 하락을 우려했었다.

우려는 현실로, 그리고 더욱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2009년 69.5%에 달했던 원유자급율이 지난해는 49.3%로 20.2%포인트가 하락한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국내 유제품 시장이 값싼 수입유제품에 잠식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 원유생산량 ↓, 수입유제품 ↑

▲ 서울의 한 대형마트 매대에 진열돼 있는 수입치즈. EU를 비롯한 낙농강국의 시장 공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원유자급률 50%가 깨지는 동안 국내 원유생산량은 2009년 211만톤에서 2018년 204만톤으로 7만톤 가량 줄어들었다. 그러나 오히려 지난해 1인당 유제품 소비량은 연간 80kg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국내 소비자들이 국산유제품 대신 값싼 수입유제품을 구매하면서 자급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2009년 95만9000톤이었던 유제품 수입량은 지난해 219만8000톤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국내산 원유 소비의 대부분이 음용유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국내 1인당 시유 소비량은 2012년 33.6kg에서 2016년 32.7kg으로 정체돼 있다. 반면 2016년 총 유제품 소비량은 2001년 대비 약 97만7000톤 증가했는데 이는 서구화된 식문화와 외식산업 발전으로 1인당 유제품 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유는 마시지 않지만 치즈와 발효유 등으로 유제품을 소비한다는 소비층이 대거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시중에 소비되는 유제품이 대부분 미국과 호주 등 낙농선진국들과의 FTA 체결에 의한 저관세 수입 유제품이라는데 있다.

설상가상 러시아의 EU 유제품 수입 금지 조치 등으로 국제 가격이 폭락함에 따라 값 싼 해외 유제품들과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 백색시유로 승부는 ‘글쎄’

월드컵 특수로 2002년 한때 250만톤까지 늘어났던 원유생산량은 220만톤을 적정생산량으로 간주된 바 있다. 그러나 몇 년간 시유소비가 정체되면서 현재는 200만톤 정도의 생산량에도 원유가 남는다는 최악의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다. 특히 생산과잉에도 불구하고 우유가격이 내리지 않는 국내 원유생산시스템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생산비가 늘어남에도 몇 년째 원유값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낙농가는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유업계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백색시유, 음용유에만 편중돼 있는 시장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원유생산량은 감소하는 가운데 국내 유제품 시장은 2011년 356만톤에서 2017년 419만톤으로 7년만에 20% 가까이 성장한 상황이다. 바꿔 말하면 성장하는 국내 유제품 시장의 20% 이상을 수입 유제품이 대체했다는 말이고 음용유 보다는 치즈, 발효유 등의 소비로 대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국내산 원유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유소비는 2012년 157만8000톤에서 2017년 157만톤으로 같은 기간 오히려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유업계의 한 전문가는 “낙농가는 물론 유업계가 전향적 사고 전환으로 음용유 시장보다는 바뀌는 시장트렌드를 반영한 유제품 시장에 집중해야 한다”며 “밀려오는 수입 유제품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 원유시장의 경쟁력을 확보 할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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