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건강관리 프로그램 ‘호평’…고정비용 낮추고 출하량 늘려
면역력 개선 통해 ‘프리미엄 축산물’ 생산·공급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농업·농촌은 새로운 가치와 기술력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다. 특히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른 시장개방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수입 농축산물의 공세를 더욱 거세게 만들었으며 우리 1차 산업의 새로운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인공지능(AI), 생명공학(Bio Technology), 수의기술을 결합한 가축 건강관리(Animal Healthcare Service) 프로그램으로 1차 산업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는 곳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 한국축산데이터(대표 경노겸)를 찾아갔다.

# 건강한 축산업 위한 가축 건강관리 프로그램

국내 IT(정보통신) 기업들이 즐비한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이곳과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이름의 한국축산데이터는 사실 IT, BT를 기반으로 수의기술을 접목한 가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농산업계 첨단기업이다. 실제로 이곳에 있는 20여명은 데이터 분석을 통한 사양관리로 우리 축산업을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진일보 시킬 수 있다는 각오로 모인 수의, IT, BT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이러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처음 이곳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2007년 11월이다. IT·BT 전문가인 경노겸 대표는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경험을 기반으로 건강한 축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30년 경력의 전문 수의사와 함께 한국축산데이터를 설립했다. FTA로 이미 축산선진국들과의 장벽이 허물어진 가운데 생산비를 낮추고, 출하량을 높이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건강한 축산업’과 이를 위한 전문적인 가축 건강관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나아가 전문적인 가축 건강관리 프로그램의 적용은 농가의 생산성 제고와 더불어 소비자의 인식개선을 통한 고부가가치화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우수한 품질과 이를 위한 사육과정 자체가 ‘도토리를 먹였다’는 이베리코 삼겹살처럼 건강한 사양관리는 하나의 ‘스토리’가 돼 부가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란 믿음이다.

# 예방이 최고의 건강 비결

▲ 한국축산데이터 연구소에서는 건강한 가축 관리를 위한 40가지 이상의 체내 지표가 분석된다.

경 대표는 가축의 건강관리 역시 사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하고, 이를 토대로 치료를 하듯이 가축에게도 이러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사람들이 건강검진을 하는 이유는 미리 몸이 보내는 위험신호를 통해 큰 병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인 만큼 가축에게도 예방적 차원의 건강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가축에 대해서는 건강관리 솔루션이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농장주가 눈에 보이는 증상을 토대로 경험적 대응을 하거나 수의사를 불러 예상되는 특정 질병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고, 이에 대한 처방만을 받아 치료하는 게 고작이었던 거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데 반해 시간만 흐르니 행여 질병이 확산될까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경 대표는 가축에 질병이 발생하면 많은 농장주가 검사 및 치료에 드는 비용이나 시간을 이유로 민간요법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불안한 마음에 항생제를 사용하게 되고, 이는 생산비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경 대표는 예방적 치료를 강조한다. 평소 가축의 데이터를 관리하면 개체별로 이상 유무 등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축산데이터는 농장에서 작성한 일지와 정기적인 가축의 혈액·분변 샘플을 통해 40가지 이상의 체내 지표를 분석해 건강상태를 확인, 솔루션(솔루션명:팜스플랜)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집중관리가 필요한 개체를 파악하고, 개체들의 면역수치를 개선하기 때문에 건강한 관리가 가능해진다.

# 고정비용 낮추고, 출하량은 늘리고

이러한 체계화된 가축 건강관리가 가져오는 놀라운 변화는 농장에서 입증되고 있다. 경 대표에 따르면 대부분의 돼지농장의 경우 약품비가 모돈 마리당 3만5000원 가량이 소요되는데 이를 가축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솔루션 비용까지 포함해 2만~2만5000원까지 낮출 수 있다. 전체 투입비의 20~30% 가량을 차지하는 약품비에서 불필요한 백신이나 항생제의 사용만 줄여도 비용이 크게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는 감염 및 전염에 따른 피해가 큰 대규모 농장일수록 더욱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처럼 고정적으로 투입되던 약품비가 줄어듦과 동시에 농장이 건강해져 폐사율도 감소한다. 이는 출하량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져 농가의 소득이 늘어나는 등 생산성이 크게 개선되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축산데이터에서는 돼지 3000마리를 사육하는 경우 월 300만~500만원의 고정비용 감소와 폐사율 감소로 연간 억단위의 생산성이 개선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 대표는 “2017년에 가축 건강관리 프로그램 솔루션이 적용된 농장 주변농장들이 모두PRRS(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이 발병한 일이 있었다”며 “관리농장에도 PRRS 바이러스가 침투한 것까지는 확인이 됐는데 개체들이 면역력이 높아져 발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효과는 농장주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설립 당시 솔루션은 돼지 3000여마리에 적용됐으나 현재는 5만마리를 관리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10만마리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소비지에서 높인 부가가치를 생산자와 공유

▲ 건강한 돼지고기 브랜드 ‘나이스 투 미트’가 소비지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동물복지’ 개념이 확산되고 있다. 동물복지가 적용된 축산물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점차 수요가 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러한 동물복지 개념을 적용하고 싶어도 소비기반이 취약해 쉽게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동물복지를 위해 단위면적당 사육마릿수를 줄이면 생산성이 낮아진 만큼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데 소비지에서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에 경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도 아프지 않고 자란 축산물, 건강한 축산물’을 생산·공급하는 것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가축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예방관리와 면역력 개선을 통해 출하 시까지 한 번도 아프지 않아 항생제를 맞을 일이 없었던 개체군만을 선별해 ‘프리미엄 축산물’을 생산·공급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축산데이터에서는 이러한 돼지고기를 ‘나이스 투 미트(Nice to Meat)’ 브랜드로 지난 4월부터 강남 요리교실 등에서 예약 주문방식으로 공급을 시작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일반 돼지고기보다 3배 가량 비싸지만 아직 가격저항은 없다. 건강한 축산물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소비층이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이에 온라인 주문판매도 계획하고 있다.

경 대표는 “건강한 축산물을 생산하려는 농가가 있듯 이러한 축산물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소비자가 있다”며 “소비지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축산물을 생산해 소비지 인식을 바꿔나가는 동시에 이에 따른 부가가치가 생산자인 농가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고 말했다.

■ [인터뷰]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

1차 산업 변화 가능성 커, 생산농가·축산업 발전 기여

▲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

“IT, BT 등 첨단기술은 1차 산업의 가능성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습니다. 다양한 기술이 접목된 1차 산업은 생산성이 개선되고, 보다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농축산물을 생산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축산데이터는 이를 통해 고객인 생산농가의 경영개선과 축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는 앞으로 1차 산업의 높은 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이러한 변화의 바람이 값싼 수입 축산물의 범람으로 어려워하는 축산농가의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경 대표는 “생산농가의 눈높이에서 입장을 이해하고 함께 고민하며 상생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의 건강한 축산물이 소비지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아 생산농가가 웃는 날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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