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사전적 의미 : 제각기 살 길을 도모함.

요즘 양계업계를 가장 잘 표현하는 사자성어라는 생각이 든다. 

몇 달 전 대한양계협회 내 종계부화위원회 회원 다수가 양계협회 탈퇴와 ‘종계부화협회’의 설립을 선언했다. 지금껏 종계부화위원회가 양계협회의 발전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음에도 그만한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소외돼 왔다는 게 이유다. 

얼마 전에는 양계협회 내 산란계 농가들이 모여 ‘산란계 산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일명 ‘산사모’의 발기인 대회를 개최했다. 산사모 추진위원들은 그동안 정부와 양계협회가 계란 수급조절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산란계 농가들이 하나가 되어 스스로가 좀 더 적극적으로 변화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 모임을 조직했다고 설명했다.

각자 형태와 이유가 다르지만, 뜻이 맞는 이들끼리 새로운 조직을 형성해 자신들의 방식대로 살 길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닭’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산란계와 종계, 육계는 사육 목적부터 사육 형태, 이익 실현까지의 기간과 지점도 모두 다르다. 그러다보니 과거에도 계속해서 각자 별도의 조직을 구성해 운영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종계부화협회와 산사모 모두 향후 역할을 정함에 있어 기존에 양계협회가 해오던 역할과 중첩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한걸음 한걸음 신중하게 발걸음을 떼야 한다. 야심차게 출발한 조직이 얼마 못 가 침몰한다면 이는 자칫 농가와 업계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항상 새 출발에는 우려가 따른다. 조직 구성원들만의 이익 증대에 매몰되진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조직보다는 산업 전체의 발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조직 내에서도 특정 소수의 의견을 중론인 양 받드는 어리석은 일은 없길 바란다.

양계업계의 모든 눈이 두 신생 조직으로 향하고 있다. 이 시선들을 묵직한 부담으로 느끼며 올바른 방향을 잡아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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