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안전한 수산물 공급' 가장 중요하게 인식
어획후관리, 경제적 효과·사회적비용·어업경쟁력과 직결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수산자원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향후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가운데 수산물 수입증가로 어획량 감소에 따른 수산물 가격상승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최저임금상승 등에 따른 어업경영비 증가로 연근해어업의 채산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여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어획후관리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창간 기획을 통해 어획후관리의 현황과 여건을 진단하고 향후 수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어획후관리방안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 주>

① 달라지지 않는 어획후관리

- 어업선진국 어획후관리 기술 매우 빠르게 발전…국내 수산물 어획후 관리는 '제자리 걸음'

- 거세지는 위생·안전성 요구에도 바닥경매 등 수산물 처리과정은 달라지지 않아

 

# 식량자원 관리 위한 어획후관리

어획후관리가 도입된 배경에는 식량자원의 관리문제가 있다.

농업부문에서는 1970년대부터 FAO(유엔식량농업기구)를 중심으로 수확후관리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돼 왔다. 당시 수확후 손실이 10~2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기에 식량문제 해결에 있어 증산 못지않게 수확후 손실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국제적 문제였다.

수산물 어획후관리는 이보다 늦은 1995년 FAO의 ‘책임있는 수산업을 위한 규범’에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 규범에 따르면 ‘책임있는 어획후관리’란 어획된 수산물의 가공 및 유통과정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부가가치를 제고함으로써 남획을 방지하기 위한 국내·국제적 실천원칙과 기준에 따라 이뤄지는 제반 어획후관리활동을 의미한다.

농업부문의 수확후관리가 비용절감과 품질관리, 부가가치 제고, 소비자 니즈 충족 등이 목적이라면 수산물의 어획후관리는 여기에 과도한 어획강도와 남획을 방지하는 목적이 추가로 포함된다.

# 20여년 넘도록 답보상태인 어획후관리

국제사회에서 어획후관리 개념이 본격적으로 논의된지 20여년이 훌쩍 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어획후관리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2014년 제정된 수산물 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해양수산부 장관과 지자체장이 어획된 수산물의 위생관리와 선도유지를 위해 어상자·기자재·시설의 개발 및 보급, 수산물 유통시설에서의 위생안전 시설확보, 수산물 위생관리를 위한 교육·홍보 등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어획후관리는 수산물 유통법 제정 전후에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어획후관리의 중요성은 주기적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정책연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 산지의 어획후관리 실태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목되던 바닥경매나 비위생적인 수산물 처리 실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기술의 개발과 보급 역시 부진하다. 어업선진국들의 어획후관리기술은 매우 빠르게 발전해왔으나 우리나라는 어획후관리기술의 보급은커녕 개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위생관리 원하는 소비자

산지의 어획후관리는 멈춰있지만 위생적이고 안전한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는 커지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지난 3월 전국 성인남녀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해양수산인식조사에 따르면 수산업의 기능으로 ‘안전한 수산물공급’을 가장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산업·어촌이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35.6%가 안전한 수산물공급을 역할로 꼽았다.

더불어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할 과제로도 수산물 취급관리의 안전성 향상이 꼽혔다.

수산물과 관련한 시급한 개선과제를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42.3%는 수산물 취급관리 안전성 향상을 꼽았고 16.7%는 유통·판매중 신선도 유지를 꼽았다.

# 고질적 관행 ‘바닥경매’

수산물의 위생·안전성에 대한 요구는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수산물의 처리과정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닥경매’로 불리는 처리과정이다. 어업인이 생산한 어획물이 산지위판장에 도착하면 경매를 준비하기 위해 수산물을 바닥에 배열한다. 배열된 수산물은 경매과정을 거치는 동안 상온에 노출되며 경매가 끝난 이후에도 선별과 재포장을 위해 바닥에 굴러다닐 수밖에 없다.

기본적인 식품위생관리도 이뤄지지 않는다. 경매장 곳곳에는 지게차를 비롯한 차량들이 오가며 배기가스를 내뿜는다. 배기가스는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바닥에 깔린 수산물은 배기가스에 그대로 노출된다.

소비자들이 즐겨먹는 대중성어종은 대부분이 죽어있는 상태, 즉 선어로 유통된다. 선어로 유통될 경우 상온에 노출되거나 공기에 노출돼 있는 시간은 모두 선도저하의 원인이 된다. 이 때문에 노르웨이, 아이슬랜드 등 주요 어업선진국에서는 상온에 노출되는 시간을 없애는 동시에 공기와 접촉하는 시간까지 줄여 산패로 인한 선도저하도 막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최대의 산지시장인 부산공동어시장만 해도 양륙되는 수산물이 경매를 거쳐 재포장이 될 때까지 10시간 가량 상온과 공기에 노출된다.

# 사료를 식용으로 만든 노르웨이

수산물 어획후관리의 선진국은 노르웨이와 아이슬랜드가 손꼽힌다.

이중 노르웨이는 최신 선망어선과 피시펌프, RSW(냉각해수)를 이용해 어획후관리를 크게 개선했다. 노르웨이의 선망어선은 피시펌프와 냉각해수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그물 대신 피시펌프를 이용해 어획물을 흡입, 어체손상을 최소화하고 있다.

200톤의 어획물을 모두 끌어올리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1시간 30분 내외이며 외부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냉각해수를 어획물에 살포한다. 노르웨이는 이같은 어획후관리를 통해 기존에 선도문제로 사료로 이용할 수밖에 없던 부어류를 식용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어업인의 소득 역시 크게 증가했다.

특히 냉각해수 살포 유무에 따라 어획물의 가격차가 3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어획후관리 기술을 통해 어업인의 소득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 식품위생관리 고도화 추진하는 일본

우리나라와 유사한 어업환경을 가진 일본은 식품위생관리고도화의 일환으로 수산식품전반의 위생관리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노르웨이와 달리 같은 수역에서 굉장히 많은 어종이 어획되며 어선의 규모도 작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수산업 관련 제도도 일본의 제도를 따온 것이 많아 매우 유사한 어업환경을 가지고 있지만 어획후관리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상온에 노출되는 시간이다. 일본 마츠우라 어시장에서는 어선에서 고등어를 양륙해 선별-경매-저온시설입고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3시간 남짓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형선망어선에서 양륙-선별-경매-입고에 소요되는 시간이 10시간을 훌쩍 넘어선다. 그만큼 선도가 저하되는 것이다.

또다른 차이점은 위생관리에 대한 인식이다. 일본정부는 식품위생관리고도화의 일환으로 수산물 산지시장의 입구를 제한하고 출입자는 손과 장화 등을 세척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더불어 시장에 조류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기존 시장에는 조류를 막을 수 있는 그물을 설치하고 새로 짓는 시장은 폐쇄형으로 건립키도 한다.

일본의 이같은 어획후관리도 선진국에 비해서는 한참 낙후된 시스템인데 우리나라는 일본보다도 한참 낙후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② 어획후관리, 어디로 가야하나

- 농업, 수확후관리로 감모율 15% 수준까지 줄고 경제적 효과 3조원 이상

- 운반선부터 전과정에서 선도관리 개선시 국내 수산업 경쟁력 크게 강화될 수 있을 것

# 농업, 수확후관리로 감모율 저감 3조원효과

수산물의 어획후관리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동안 농업의 수확후관리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국내 농산물의 감모율은 수확후관리가 도입되기 이전에 30%를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됐으나 수확후관리가 도입되면서 감모율이 15% 수준까지 줄었다. 감모율 개선을 통한 효과는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며 향후 감모율을 10% 이하로 줄이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비해 수산물의 어획후관리는 제자리걸음이다. 2001년 수산물 포장에 관한 연구가 시작되면서 농업의 수확후관리와 보조를 맞추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후 어상자 개선연구결과가 현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장되면서 연구의 맥이 끊어지게 됐다.

박윤문 안동대 교수는 “농업부문에서는 1980년대 후반에 ‘수확후 관리’의 개념을 도입한 후 30%가 넘던 감모율은 15% 수준으로 개선됐고 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만 3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수산부문 역시 어획후 관리를 통해 품질과 위생·안전성을 제고하면서 높은 감모율로 인한 불필요한 손실까지 경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어획후관리, 어업경쟁력과 직결

어획후관리는 어업경쟁력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손꼽힌다.

수산자원감소 등으로 연근해어업 생산량을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가운데 FTA(자유무역협정) 등 개방화로 어획량이 급감해도 산지 어가상승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초기 어획후관리가 미흡할 경우 수입수산물에 비해 품질경쟁력에서도 뒤처질 공산이 크다. 쉬운 예가 고등어다. 고등어는 대표적인 수산업 선진국으로 손꼽히는 국가들과 국내 시장에서 직접 경쟁해야하는 상황으로 이미 시장의 상당부분을 노르웨이산 고등어에 잠식당한 실정이다. 실제로 고등어 집산지 중 한 곳인 제주지역에서조차 노르웨이산 고등어에 시장을 뺏기고 있으며 간고등어 시장 역시 노르웨이산이 압도적으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노르웨이산 고등어가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배경에는 뛰어난 어획후관리기술을 바탕으로 한 선도관리가 자리잡고 있다.

국내산 고등어는 생산량의 90%이상을 대형선망업종에서 어획한다. 제주 인근 해역에서 어획된 고등어는 판매가 이뤄지는 부산공동어시장까지 12~14시간 가량 이동한다. 이동 후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장시간 상온에 노출되면서 선도가 떨어진다. 지난 수십년간 어획후단계부터 초기 선도관리를 위한 시스템 개선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마일도 대형선망수협 지도과장은 “지방과 단백질 성분의 조합 등을 봤을 때 연근해산 고등어의 품질이 노르웨이산에 비해 뛰어난 데 어획단계부터 양륙, 유통단계에서 선도가 많이 저하되다보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운반선부터 부산공동어시장에 이르는 전 과정의 선도관리시스템을 개선할 경우 국내 대형선망어업의 경쟁력은 크게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어획후관리로 사회적 비용 줄인다

어획후관리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중 하나로 손꼽힌다.

국내에서 생산된 수산물의 감모율은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어획후관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연근해어업 생산액만해도 4조원을 훌쩍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통한 경제적인 효과는 천문학적인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초기 단계의 어획후관리를 통한 상품화는 음식물쓰레기 저감과 함께 수산자원의 비효율적 이용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수산물시장은 원물 중심으로 유통·판매구조가 형성돼있다. 주요 대중성어종은 재래시장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업체에서도 머리부터 지느러미까지 모두 달린 형태로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같은 거래형태는 수산자원의 비효율적인 이용으로 이어지는 동시에 소비자들이 비가식부위를 구매해야하는 비효율적인 소비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소비자들은 머리과 지느러미, 내장 등의 부위를 섭취하는 경우가 적은데 원물중심의 유통구조는 음식물쓰레기를 늘린다는 것이다. 또한 어류의 머리 등은 산지에서 재가공시 어분이나 어유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환경오염을 줄이고 또다른 부가가치를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시간이 흐르면서 소비자들이 원물이 아닌 상품화가 된 수산물을 원하는데 수산물의 산지와 유통업계는 이같은 수요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어획후관리는 단순히 유통비용 절감을 통한 생산자 수취가격 제고에만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수산자원의 효율적인 이용과 수산업 생태계 전반의 부가가치 제고 등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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