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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에 의한 기상이변과 사막화, 미국의 바이오 연료정책, 여기에 중국의 곡물 수입 증가 등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식량부족 사태에 대한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다. 식량자급률 48.9%, 곡물자급률 23.4%에 불과한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중이나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농업계 전문가들로부터 식량자급률을 제고시키기 위한 방안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고려대 명예교수) -우리나라 식량자급률, 이대로 좋은가?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세계무역기구(WTO) 창설 당시 곡물자급률이 우리나라와 비슷했던 일본은 꾸준한 노력으로 29%로 회복되고 있으나 우리는 24% 이하로 떨어졌다. 
 

이러한 결과는 ‘쌀이 남아돈다’는 사실에만 매달려 그 원인과 대책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 없이 쌀 생산조정제와 같은 생산 감축정책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곡물인 쌀의 생산을 줄이면 다른 식량의 수입이 늘어나는 풍선효과에 대해 애써 외면한 결과이다. 이로 인해 식량자급률이 계속 떨어져 OECD가 공개적으로 한국의 식량안보를 걱정하는 수준에 와 있는 것이다.
 

전체 식량에너지 자급률이든 곡물자급률이든 간에 주요 선진국들은 6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전체 식량에너지 자급률은 40% 수준, 곡물자급률은 24% 이하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이것은 일단 유사시에 남한 수역에 화물선이 닿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3개월 내에 국민이 먹을 식량이 바닥이 나는 국가 위기사태가 벌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요즘처럼 국제정세가 불안한 때에 이와 같이 낮은 식량자급률은 심각한 국가안보의 문제가 될 수 있다. 통일미 120만톤을 항시 비축하는 제도를 시급히 마련해야하는 이유이다. 
 

무분별한 농지전용을 막아 쌀의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재고쌀 처리에 급급하는 식량정책에서 탈피하여 국민의 식생활 변화에 부응하는 쌀 가공식품산업의 지원 육성에 농식품부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1~2인 가구가 급속히 증가하는 주거문화에 맞춰 가정간편식(HMR)이 대세가 되는 시대에 무균포장밥을 비롯한 쌀 가공식품 시장을 키우지 못하면 빵, 라면과 같은 밀가루 음식으로 우리의 주식이 바뀌게 된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밀이 쌀의 자리를 빼앗는 것을 수수방관하면 우리의 식량안보는 크게 위협받게 된다.
 

더구나 통일이 되면 7000만 국민이 먹을 쌀은 대부분 남한에서 생산돼야 한다. 따라서 남한의 쌀 생산 능력 제고는 통일을 대비하는 중요한 사업이다. 통일과 국가미래에 역행하는 쌀 생산 감축정책은 재고돼야 하며, 농업 생산을 확대해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일은 한시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정부, 학계, 관련업계가 합심해 식량생산을 늘이고 식량낭비를 줄이는 일에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쌀 자급률의 착시효과 -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어느 정도나 될까? 쌀이 과잉공급 상황이라는 뉴스를 접한 독자라면 꽤 높은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쌀 자급률은 매우 높은 편이다. 2017년 기준 103.4%에 달한다.

2010년대 초반 기상 등의 영향으로 작황이 저조하여 쌀 자급률이 80%대로 하락한 해도 있었으나 최근 10개년(2008~2017년) 평균이 96.4%로 자급을 달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식량 전체로 확대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쌀뿐만 아니라 보리, 밀, 옥수수, 콩, 서류 등을 포함하는 식량 전체의 자급률은 48.9%(2017년 기준)로 낮아진다.

그나마 이 수치는 사료용 곡물 수요를 제외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료용 곡물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사료까지 고려한 곡물자급률 기준으로는 자급률이 23.4%까지 급락한다. 이러한 낮은 자급률조차도 사실은 쌀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는 것인데, 쌀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자급률(2017년 기준)은 식량자급률이 8.9%, 사료를 포함한 곡물자급률이 3.1%에 불과한 수준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의 곡물자급률이 100%를 상회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이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70% 내외 수준이었던 것이 우루과이라운드 등을 거치며 농산물 시장개방이 확대되고 농지전용 증가로 인한 농지면적 감소 현상 등이 더해지며 감소하는 추세가 이어져 2010년대에 들어서는 50% 이하까지 하락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국가간 무역이 활발한 현재와 같은 경제구조 하에서는 식량문제도 국내 생산을 고집하기보다 수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이는 우리나라 기후 특성상 생산조건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타당한 방식일 수도 있다. 다만, 쌀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국제 농산물시장은 전체 생산량에 비해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엷은 시장(thin market)의 특성이 있다. 따라서 기상악화 등으로 무역량이 갑작스럽게 줄어들게 되면 국내 식량수급에 큰 타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한계점이 분명하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 극심한 냉해로 쌀 생산량이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여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하는 등 수입에 큰 어려움을 겪었으며, 일본의 경우에도 1993년 대규모 냉해로 쌀 생산량이 급감하여 수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현재 식량수급 상황은 국내 생산 및 수입 등을 통해 식량 조달 자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나, 쌀 위주로 편중되어 있고, 사료용 곡물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곡물의 수급 상황이 급격히 변화할 경우 이러한 외부적 충격에 취약한 구조이다.

국제곡물시장은 소비하고 남은 양을 수출하는 원시적이고 공급자 중심의 폐쇄적 시장이라는 특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비하기 위해 주요 식량작물 뿐만 아니라 조사료 등의 사료용 곡물 생산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앞서 살펴본 것처럼 쌀은 자급하고 있으나, 그 외의 식량작물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은 점 또한 식량수급 측면에서 불안요소의 하나이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 타작물 생산기반 정비 및 기술지원 등을 통하여 타작물 생산을 위한 생산기반을 확충하는 정책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국내 식량생산 구조를 쌀에 치우치지 않은 방향으로 재편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쌀 이외의 식량작물은 소비기반도 상대적으로 취약하여 생산이 단기간에 증가할 경우 이와 함께 수요확대가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가격하락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국내 식량생산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급식과 연계한 수요처 확보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등 수요 측면에서의 지원도 병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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