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치즈로 수입 대체 시 자급률 '급상승'

[농수축산신문=안희경 기자]

글 싣는 순서

(상) 치즈 시장 성장세, ‘괄목’
(하) 국산 치즈로 승부 어렵나

 

국내 치즈 소비 대부분
가공치즈로 국한

국산치즈로 수입 대체 시
우유자급률 급상승 기대

▲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치즈 매대의 제품을 살피고 있다.

지난 3월 서울우유의 20대 조합장으로 취임한 문진섭 신임 조합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비수기 잉여원유를 분유로 저장하지 않고 자연치즈, 즉 스트링 치즈 같은 신선치즈로 만들어 소진하겠다고 밝혔다.

분유 제조 비용, 저장 창고비용 등을 절감해 적자폭을 줄이겠다는 문 조합장의 일성에 많은 유업계 관계자들이 주목을 하고 있다.

FTA(자유무역협정)로 인한 관세철폐로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수입치즈에 시장의 대부분을 내어주고 있는 상황에서 국산 신선치즈의 경쟁력은 과연 얼마나 될까. 국내 치즈 시장을 점검해 본다.


 
신선치즈와 숙성치즈

치즈는 만드는 방법에 따라 크게 자연치즈와 가공치즈로 나뉜다. 가공치즈는 자연치즈를 가열하고 용해, 분쇄를 하고 유화해서 만든 제품으로 우리가 많이 사먹는 슬라이스 치즈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슬라이스 치즈는 대부분 수입이거나 수입원료로 2차 가공을 통해 브랜드화 하기 때문에 국산 원유 소진과는 별개라고 볼 수 있다.

자연치즈는 동물의 젖을 원료로 단백질, 효소 또는 여러 응고제로 응고를 한 치즈다. 흔히들 자연치즈를 숙성치즈라고 부르지만 자연치즈는 신선치즈와 숙성치즈로 나뉜다.

숙성치즈는 까망베르나 브리 치즈처럼 저온 다습한 환경에 두면 유산균과 린넷에 의해 발효가 느리게 진행되면서 치즈의 주성분인 지방과 단백질이 분리돼 가는 과정을 거친 치즈를 말한다. 신선치즈는 자연치즈 중에서도 만들자마자 바로 이용하는 치즈로 크림·모짜렐라·스트링 · 치즈·할루미·리코타 치즈 등이 이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치즈 소비는 대부분 가공치즈로 국한돼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면서 소비수준이 높아지기 시작하고 가공치즈 소비는 줄어드는 반면 자연치즈 소비는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가공치즈 소비는 1997년 3599톤에서 2017년 7497톤으로 10년 새 2배가 채 안되게 성장했지만 자연치즈는 같은 기간 1만259톤에서 10만9061톤으로 10년 새 10배 이상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같은 기간 시유 소비는 오히려 10% 가까이 감소한 것을 감안한다면 치즈 시장의 성장세는 가히 놀랄 수준이다.

 

치즈자급률에 주목하라

그렇다면 국내 유업계가 왜 치즈 산업에 몰두해야 할까.

치즈 전문가로 통하는 배인휴 순천대학교 동물자원과학과 교수는 “우유자급률의 50% 이하 하락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수입 유제품 중 우리 낙농업에 가장 위협적인 제품이 치즈라는 점을 주목하고 ‘치즈 자급률’을 생각해야 한다”며 “국산 치즈로 수입 대체 시 단기간에 우유자급률을 급상승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6년 기준 치즈 수입량은 11만톤으로 원유 환산시 110만톤에 이른다. 우리 원유 총생산량 210만톤을 고려할 때 50%가 넘는 수치다.

배 교수는 우리 치즈 소비량 13만톤 중에 치즈 자급률이 50%만 돼도 원류 65만톤이 사용돼 원유 자급률은 자연히 상승한다“며 ”한국의 치즈 소비량은 2011년부터 연평균 7.6% 이상 성장하면서 소비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치즈 시장의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국산 원유의 소비가 크게 늘지 않는 것은 시장이 수입치즈에 잠식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입과 국산 치즈의 매출 비율은 국산이 38%, 수입이 62%로 수입치즈가 국산치즈보다 두 배 가까이 더 높았다. 국산에 수입치즈원료를 사용해 2차 가공한 제품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수입치즈의 판매비율은 더욱 높을 것이란 게 업계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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