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용 서울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지난해 8월에 중국에서 발생한 ASF(아프리카돼지열병)와 관련한 방역문제로 정부와 양돈업계에서는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외 여행객들이 우리나라로 입국할 때 외국산 축산물을 소지한 사람들에 대한 벌금을 대폭 올리는 입법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

또한 여전히 국내에서 잔반사료를 이용하는 260여개의 양돈장들에 대해 ASF의 방역차원에서 양돈업계에서는 잔반사료의 급여를 아예 금지하는 방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2010~2011년 FMD(구제역)을 겪어본 트라우마가 있어 ASF에 대한 차단방역방안에 대해 몰려있는 상황이다.  

 

필자는 지난해부터 우리나라에서 이베리코라고 불려지는 스페인산 돼지고기가 마치 고급육인 것처럼 국내에서 팔리고,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았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실제로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뒷다리를 통째로 장기숙성에 의한 발효햄을 만들어 ‘하몽’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기 위해 다양한 등급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베리코 돼지의 혈통과 도토리를 급여한 기간에 따라 베요타(bellota), 세보데캄포(cebo de campo), 세보(cebo)등으로 나눠지고, 실제 국내로 들어오는 스페인산 돼지고기는 스페인에서 사용되는 뒷다리살이 아니라 다른 부위들이 수입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교묘하게 스페인산 돼지고기는 이베리코라는 브랜드로 팔리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돼지고기는 어떤 상황일까?

전 세계적으로 EU, 미국 등에서 생산되는 돼지고기와 같이 요크셔, 랜드레이스를 교잡한 암컷에 성장능력이 좋고, 강건하며 마블링능력이 뛰어난 듀록을 교잡해 삼원교잡종을 만드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러다보니 우리나라에 비해 생산비가 낮은 EU, 칠레, 미국 등에서 비슷한 돈육들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내 돈육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로 지난해 우리나라 돈육의 자급률은 이미 70%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양돈산업이 외국과 직접 경쟁할 수 있는 생산성과 생산비를 갖지 않고서는 장기적으로 국내 돈육시장은 계속 잠식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다.

물론 국내에서 생산되는 돈육은 냉장육이고 외국산 돈육은 거의 냉동육이라 맛의 차이를 느끼는 소비자들은 국내산을 선호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외국산 냉장육의 수입물량까지 점차 늘어나고 있어 방심할 상황은 아니다. 
 

그렇다면, 계속해서 수입산 돈육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산 돈육이 장기적으로 생존가능한 방안은 무엇일까?

이는 국내산 돈육을 수입 돈육과 차별화된 고품질의 고기를 생산하는 방법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국내양돈장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했던 3원교잡종의 품종에서 듀록을 사용하는 대신에 국내 돈육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품종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 대안이 될 것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품종이 버크셔인데, 이 품종을 3원교잡종을 생산할 때 듀록 대신 웅돈으로 사용하면, 돈육의 품질이 높아지는 것이 이미 검증이 됐다.

다만 버크셔를 듀록 대신에 3원교잡종의 웅돈으로 사용하면, 산자수가 낮아지고, 돼지들의 성장능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서 여전히 많은 양돈장에서 듀록을 웅돈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양돈장에서는 버크셔를 이용해 마블링이 높고, 육질이 쫀득하며, 고기를 구웠을 때 수분감소가 적고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육즙이 풍부한 돈육을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스페인의 이베리코 돼지를 이용해 하몽을 만들 때 이베리코품종의 돼지혈통이 얼마나 들어가는지에 따라 하몽의 가격이 정해지는 것처럼 지금보다 돈육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버크셔, 햄프셔 등의 품종을 사용해 국내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국내 양돈산업의 생존전략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돈육의 등급체계가 변경될 경우 이러한 품종도 염두에 두고 고품질의 돈육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국가에서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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