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치즈, 국산 원유 활용방안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농수축산신문=안희경 기자] 

글 싣는 순서

(상) 치즈 시장 성장세, '괄목'
(하) 국산 치즈로 승부 어렵나

소비자 국산 치즈 선호도
신선치즈로 집중
수입치즈에 대항할 수 있는
전문기술·신제품 꾸준히 개발해야

국내 목장 유가공 전문화 위한
정책적 지원 필요

국내산 원유로 치즈 만들 경우
가격경쟁에서 큰 부담
유업체 경쟁력 강화 위해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시행돼야

▲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이 내놓은 새로운 유제품들. 유업계는 국산 유제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산 원유를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닐슨코리아가 집계한 매출액 기준 국내 자연치즈 판매현황을 살펴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액은 224억원에서 320억원 정도로 4년사이 100억원 이상 매출액이 늘어났다. 자연치즈 시장이 괄목할 만큼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수입과 국산 자연치즈의 매출 비율은 국산이 38%, 수입이 62%로 수입치즈가 국산치즈의 두배 가까이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만 가는 수입치즈의 시장잠식, 두고만 봐야 할까. 국산 치즈가 수입치즈의 대항마가 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목장 유가공

수입치즈의 대항마로 떠오른 것은 목장형 유가공을 통한 수제치즈 시장의 성장이다. 1998년 배인휴 순천대 교수가 목장유가공 교육에 나선 이후 많은 목장에서 목장 유가공 제품을 제작 판매하고 있지만 현재는 뚜렷한 산업형태로 자리잡기 보다는 입소문을 타고 충성고객을 모집 중인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목장 유가공장은 2014년 기준 103개로 현재는 150개가 넘을 것이란 게 업계의 전언이다. 문제는 국제시세보다 3배 가까이 높은 고가의 원유로 치즈를 제조해 염가의 수입 치즈와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과 선진국의 기술수준을 능가하기 힘들다는 것, 그리고 판매활로를 전문적으로 찾지 못한다는 것 등이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내 목장 유가공을 전문화하고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배 교수는 “국산 장인치즈를 육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며 “전국적으로 목장 유가공 기술 이수자가 1300명 이상인데 제대로 된 육성제도하나 없는 상황에서 국산 치즈 산업을 육성시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목장유가공을 위한 국가주도적 제도가 필요함을 지적했다.

 

신선치즈 해답될 수 있어

최근 신선치즈인 모짜렐라와 스트링 치즈 등은 국산 원유를 활용해 신선도를 내세울 경우 국산 치즈시장에서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낙농육우협회가 실시한 ‘국내 치즈시장 형성을 위한 방안’ 연구용역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국산 치즈에 대한 선호도가 주로 신선치즈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유업계의 한 전문가는 “자연치즈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에 숙성치즈가 초반성장을 이끌었다면 스트링 치즈와 큐브치즈 등의 신선치즈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이 최근의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며 “새로운 아이디어로 신선치즈 시장을 공략하는 유업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원유 소비 정체… 높은 원유 가격이 원인

그러나 이같은 신선치즈의 성장속에도 국산 원유의 소비가 정체되고 있는 것은 높은 원유가격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한 유업체 관계자는 “원유생산량이 많을 때는 일부 주력제품에 국산 원유를 사용하고 이를 홍보하기도 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국산 원유를 사용하면 적자폭만 늘어날 뿐”이라며 “수입원료로 신선치즈를 만드는 유업체들이 늘어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제원유가는 리터당 300원대로 국산 원유의 30% 정도 가격이다. 국산 원유로 치즈를 만들 경우 가격경쟁에서 이미 큰 부담을 갖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유업체들은 국산 유제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 원유생산량 중 음용유로 사용되는 양을 제외한 원유에 국제유제품 시세를 적용, 저렴한 원유가격으로 국산 원유를 사용해 유제품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국단위 쿼터제의 시행과 함께 정부의 정책적 의지, 낙농업계의 전방위적 상생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업계의 한 전문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시행에는 음용유와 가공유용으로 구분해 별도의 가격이 책정되기 위해 전국단위의 쿼터관리가 필요하다”며 “용도별 차등가격제의 빠른 시행으로 국산 원유를 활용한 진짜 국산 유제품 시장을 확대해 수입치즈에 대항할 수 있는 전문기술과 신제품을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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