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괴리 큰 '탁상행정'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농약(작물보호제) 판매기록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농약관리법 개정이 지난해 이뤄짐에 따라 ‘농약 안전관리 판매기록제’(이하 판매기록제)가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현장과의 괴리가 크다는 빈축이 일고 있다. 특히 농촌진흥청에서 마련 중인 관련 고시(안)은 현장에서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이라는 반발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판매기록제의 주요 내용과 현장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을 살펴봤다.

 

[글 싣는 순서]

(상) 판매기록제란 무엇인가

(하) 무엇이 논란이 되고 있나

 

# 왜 판매기록을 관리하나?

처음 문제가 됐던 것은 고독성 농약이었다. 농약 음독 등에 따른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고독성 농약의 유통관리 필요성이 대두됐던 것이다. 이후 PLS(농약허용기준강화제도) 도입을 준비하면서 부정·불법 농약에 대한 관리 필요성까지 더해져 기록 대상이 모든 농약으로 확대됐다.

이에 농약안전정보시스템 구축을 통한 안전한 농약 사용 유도를 골자로 한 농약관리법 일부개정이 지난해 이뤄지게 된 것이다.

 

# 무슨 내용을 담고 있나?

판매기록제는 크게 농약 판매 및 구매 기록과 보존, 농약 판매정보의 제공으로 구분할 수 있다. 원예·가정용 50㎖ 이하 소포장 농약을 제외한 모든 농약에 대해 판매정보를 기록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판매정보의 기록은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된다. 농약 제조사, 수입업자, 판매업자, 수출입방제업자 등이 대상이 되며 농약 품목명, 포장단위, 판매일자, 판매량, 사용농작물명, 구매자 정보(이름, 주소, 연락처)를 기록, 3년간 보관해야 한다.

다음으로 이러한 정보의 기록·보관 및 제공 방식은 전자적이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이는 현장 상황 등을 감안해 2020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 준비는 얼마나 됐나?

판매기록제 시행을 위해 현재 농진청에서는 세부내용이 담긴 고시(안)을 마련, 이달 중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또한 내년부터 시행되는 안전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해 사업자 선정 공모 중이다.

하지만 현장은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준비 역시 터무니없이 부족해 현실성이 낮고, 농약유통인을 범법자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농약유통인들은 우선 전자식 정보제공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농협은 자체 전산시스템을 구축, 운영 중인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지만 시판의 경우 현재 약 30% 가량이 전산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당장 다음달부터 판매기록제가 시행돼 수기로 기록하면 된다고는 하지만 이들이 6개월 뒤 컴퓨터를 구매해 한번도 써보지 않았던 전산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을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장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진청은 지난해 1월 농약관리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마련할 때부터 여러 차례의 간담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해 최대한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최근 농진청이 마련 중인 고시(안)은 기존에 협의됐던 내용과 여러 부분에서 달라져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경택 전국작물보호제유통협회 전무는 “PLS와 연계해 판매기록제가 농약의 안전한 사용과 유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해 회원들의 협조를 당부했는데 최근 농진청 고시(안)은 당초 협의된 내용과 달리질 것으로 예상돼 현장의 반발이 크다”며 “명칭, 정보제공 범위와 주기 등 현실과 괴리된 부분이 많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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