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겸임교수(팜한농 상임자문)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기업이 시속 100마일로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면 NGO는 90마일, 가정은 60마일, 정부 관료조직과 규제기관은 25마일 그리고 학교는 10마일로 변하고 있다.”

‘제3의 물결’의 저자로 유명한 앨빈 토플러는 2000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특강에서 변화의 속도에 대해서 이렇게 언급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러한 상대속도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지난해 7월 유럽사법재판소(ECJ)는 돌연변이를 이용한 육종도 유전자변형(GM) 관련 법규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외부 DNA가 유입되지 않은 유전자편집기술은 전통적 돌연변이 육종기술과 산물의 차이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려진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해 과학계와 산업계 그리고 농업인 단체들은 새로운 생명공학기술의 시장접근과 기술선택권을 막는 처사라고 반발한 반면 일부 환경단체들은 유전자 변형작물의 우회진입을 막는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그 결과 많은 육종연구회사들이 유럽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고, 농업인 단체들도 새로운 혁신기술의 접근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유럽의회선거가 치러진 지난달 다수의 농업장관들이 모여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은 ‘20년전에 개정돼 빠르게 변하는 현재의 과학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에 의해 해석된 것’으로 유럽 회원국의 농업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미래에도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법안제정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전자편집기술은 크리스퍼(CRISPR Cas9) 등과 같은 유전자가위라고 불리는 핵산분해효소를 이용해 교정이 필요한 위치의 유전체를 자르거나 혹은 원하는 서열을 삽입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인간세포 및 동식물 세포의 유전자를 편집해 질병을 치료하거나 좋은 품종을 얻을 수 있다. 외부의 DNA를 넣지 않는다는 점에서 GM 작물과 대비된다. 미국, 캐나다, 브라질,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는 산물이 전통적인 육종기술 제품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GM 등록규정 적용을 면제하거나 면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새로운 작물육종기술연구는 우리나라에서도 농촌진흥청과 학계를 중심으로 차세대 바이오그린 21사업, 차세대 농작물 신육종개발사업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연구단계를 뛰어 넘어 사업화 과정까지 법적인 인프라가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하려면 미래에도 예측가능하고 적용할 수 있는 법적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미래농업기술들이 다른 나라들과의 경쟁에 뒤지지 않고 개발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주요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관련 법률을 마련하는 것이 경쟁력확보의 필요조건이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