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분뇨 일정 수준 부숙시킨 후 배출해야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글 싣는 순서

(上)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下) 현장의 목소리는

내년 3월 25일부터 국내 모든 가축 사육 농가에 대한 퇴비 부숙도 검사가 확대된다. 하지만 이같은 부숙도 검사 의무화를 앞두고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하다. 곳곳에선 벌써부터 ‘시기상조’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알아보고 농가들의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가축 분뇨, 반드시 부숙 후 배출해야 

환경부 고시인 ‘퇴비액비화기준 중 부숙도 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내년 3월25일부터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가 시행돼 모든 축산 농가는 가축 분뇨를 일정 수준 부숙시킨 후 배출해야 한다. 

규모에 따라 부숙도 적용 기준은 다르다. 1500㎡(약 453.75평) 미만인 비교적 소규모 농가에선 최소 ‘부숙 중기’ 상태로, 1500㎡ 이상에선 ‘부숙 후기’ 또는 ‘부숙 완료’ 상태로 퇴비가 배출돼야 한다.

또한 허가대상 농가는 6개월에 한 번, 신고대상 농가는 1년에 한 번 분석시험기관에 ‘콤백’과 ‘솔비타’ 두 종류의 기계를 활용한 퇴비 부숙도 측정을 의뢰·분석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부숙도 부적합 정도에 따라 최소 50만원,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받게 된다. 

특히 앞으로는 평상시 퇴비 관리도 꼼꼼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농가는 가축 분뇨의 처리 일자별로 생산량, 처리량, 재고량, 살포내역 등을 기재해야 하며, 이 같은 기록은 3년간 의무적으로 보관해야 한다. 

이 같은 기록들을 미작성하면 1차 50만원, 2차 70만원, 3차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농림축산식품부 축산환경자원과 담당자는 “미생물과 톱밥을 활용하고 퇴비를 잘 뒤집어만 줘도 부숙도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며 “배포된 육안판별법을 이용해 가채점을 하면 손쉽게 퇴비의 부숙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알 수 있어 부숙도 기준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육안으로도 판별 가능

농식품부가 배포한 ‘가축분퇴비 부숙도 육안판별법’은 관능평가와 농가 기록 평가에 따라 부숙도를 판별할 수 있도록 했다.

관능평가에선 축분 냄새가 완전히 소멸되거나 퇴비 냄새가 나며, 색이 최초 축분보다 더 진해지고, 손으로 쥐었을 때 손가락 사이로 물기가 스며나오지 않을 정도면 잘 부숙된 것으로 판단한다.

농가 기록 평가 항목에선 퇴비화 기간과 뒤집기 횟수, 강제 통기(송풍장치를 활용한 송풍, 기계식 교반) 여부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또한 부숙 중 최고 온도와 미생물(방성균) 생성 여부에 따라 가점을 부여한다. 부숙 중 최고온도가 60도 이상이면 부숙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5점을 추가 부여한다.

이런 여러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100점 만점에 40점 미만이면 아직 부숙이 미숙하거나 부숙 초기인 것으로, 81점 이상이면 완전히 부숙된 부숙 완료 상태로 판단한다.

 

‘건조’와 ‘퇴비화’ 구분해야

가축 분뇨를 잘 부숙시키는 데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무조건 분뇨를 오래 쌓아둔다고 좋은 퇴비가 되는 것은 아니다. 

톱밥 등 수분조절재를 함께 사용했다면 3개월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면 6개월 이상 충분한 시간을 두고 7회 이상 가축분뇨더미의 아래까지 잘 뒤집어 주는 것을 권한다. 그렇다고 너무 자주 뒤집어 주면 오히려 온도가 일정하게 맞춰지지 않아 미생물 활성화가 더뎌지고 질 나쁜 퇴비가 만들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안희권 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 교수는 “건조와 퇴비화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부숙이 잘 안되고 건조만 된 가축 분뇨는 비닐하우스 등 밀폐된 공간에 살포했을 때 높은 온도에서 가스가 배출돼 식물 이파리가 노랗게 변한다”며 “퇴비화는 건조와 달리 공기와 온도 등이 알맞은 조건 하에서 더 이상 분해가 진행되지 않을 때까지 분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축 분뇨의 퇴비화 과정에서 퇴비가 숨을 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관심을 갖고 조금만 부지런히 움직이면 부숙도 기준에 적합한 양질의 좋은 퇴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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