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방제 해야 할 판…시간·비용 낭비에 수확량도 감소
재해보험대상 아니고
재해보상도 기대 어려워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 김범희 미작연구회장이 논에서 작물보호제 제조사 관계자에게 피해상황을 토로하고 있다.

“30년 농사를 지으면서 이런 적은 처음입니다. 기온이 떨어졌다고는 해도 1~2주 사이에 갑자기 이렇게 벼 굴파리, 물바구미가 무더기로 나온 적은 없었어요.”

지난 19일 대전시 교촌동에서 만난 김범희 한국농촌지도자 대전광역시연합회 미작연구회장은 헤싱헤싱해진 논을 보여주며 이같이 말했다. 얼마 전 갑자기 대량 발생한 벼 굴파리와 물바구미로 본답에 심은 어린 묘의 피해가 컸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전국적으로 벼 굴파리와 물바구미가 다량 발생해 어린 묘의 잎와 뿌리를 갉아먹었다. 이에 따라 묘가 제대로 자라지 못 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벼 굴파리와 물바구미는 저온성 해충으로 기온이 오르면 자연적으로 감소한다. 하지만 자연감소를 기다리다보면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김 회장은 예기치 않은 추가 방제를 실시하게 됐다고도 설명했다.

김 회장은 “살충제를 처리해서 발생밀도를 크게 줄일 수 있었지만 자라서 벌어져야 할 벼가 위로만 올라오고 있다”며 “이 상태로라면 올해 수확량이 10~15%는 감소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농가 입장에서는 육묘상처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온성 해충 피해를 입고, 이에 따른 추가방제로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고, 수확량도 감소할 것으로 보여 답답하다”며 “다음 달에 먹노린재에 대비해서 방제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이번 추가 방제로 일정을 다시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육묘상처리제의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농업인들도 있다. 인근 벼 재배농가 박 모씨는 “본답에서 병해충 피해를 입지 않으려고 육묘상처리를 하는 것인데 아무리 기온이 떨어졌다고 해도 이렇게나 다량 발생해 피해를 보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제조사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육묘상처리제를 비롯해 작물보호제(농약)는 농작물의 재배시기와 병해충 발생시기 등을 고려해 만들어진다. 발생하는 병해충의 발생빈도와 발생량 등을 감안하지만 이번 저온성 해충은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작물보호제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최근 이상기상으로 아침, 저녁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벼 굴파리나 물바구미가 예상치 못한 수준으로 발생했다”며 “낮은 기온이 지속되면서 저온성 해충이 세대를 더 늘려 발생량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피해 농업인을 위한 구제책은 사실상 없다. 재해보험 대상도 아닐 뿐만 아니라 피해면적 등을 고려할 때 재해보상을 통한 구제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 농협에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곳도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농가가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회장은 “대전지역은 그나마 인근 부여, 공주 등에 비해 피해가 덜한 편으로 산간지역 피해는 훨씬 심했을 것”이라며 “이번 피해는 보험대상도 아니었고 보상도 기대키 어려워 지역에 따라 조합에서 농약정도 지원하는 수준이라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몫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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