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윤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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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윤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장

광음여류(光陰如流).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이 빠르다는 뜻으로 세월의 흐름은 화살과 같이 빠르고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달력을 넘기다보니 어느덧 올해의 반이 훌쩍 지나갔음을 알게 됐다. 요즘 하루가 다르게 계절의 변화도, 시간의 흐름도 점점 더 빠르게 느껴진다.

이 같은 빠른 변화는 산업 전반에도 나타나고 있다.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 전기 동력의 활용과 컨베이어 벨트의 2차 산업혁명, 반도체와 컴퓨터 등 전자기술을 활용한 3차 산업혁명까지. 이제는 고도화된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수집된 빅데이터를 AI(인공지능)가 분석하고 로봇이 실행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미 국내외 산업 전반에 IoT(사물인터넷), AI, 빅데이터, VR(가상현실)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적용된 스마트팩토리가 구축되고 있다. 식품분야도 중대형업체를 중심으로 ERP(전사적자원관리), MES(제조실행시스템) 등의 생산 공정 관리프로그램 도입과 함께 공정 자동화가 상당부분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식품안전’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스마트팩토리가 도입된 식품공장의 수많은 디지털 식품안전정보가 여전히 수기기록 방식으로 수집·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소규모 영세업체는 부족한 인력으로 하루에도 수차례 모니터링 점검사항을 육안으로 확인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다.

식품 안전관리도 새로운 패러다임, 즉 ‘스마트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이 필요한 시점이다. HACCP은 식품의 원재료부터 제조·가공·유통에 이르는 모든 과정의 위해요소를 관리·차단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IoT 기술을 활용해 가열온도, 금속검출 등 주요 공정(CCP)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각종 기록 관리를 디지털화하여 데이터를 분석·관리하는 실시간 식품안전관리 시스템이다.

스마트 HACCP은 주요 공정의 모니터링이 실시간으로 가능해져 업무량 감소, 생산성 향상 등 HACCP 운영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기록 관리의 전산화로 데이터의 위·변조를 방지할 수 있고 식품사고 발생 시 신속한 원인 분석이 가능해져 대응의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스마트 HACCP인가? 이는 식품제조 업체가 처해있는 대내외 기업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식품산업은 인구 감소, 시장개방, 생산성 정체, 예상치 못한 식품사고 등 녹녹치 않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이 있지만 스마트 HACCP과 같은 새로운 전환을 통한 질적인 향상도 그 중의 하나다.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소비자 니즈(needs, 요구)를 반영한 다품목 소량 생산이 가능하듯이 스마트 HACCP을 통해 실시간 식품안전관리는 물론 각종 식품정보를 빅데이터로 활용해 문제를 예측·차단하거나 발생 가능성을 줄여주는 등 식품업계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다.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스마트 HACCP을 보급·확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과의 협업을 통해 식품제조업체에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유사한 제조공정을 가진 식품기업들에게 양질의 공통 솔루션을 개발, 구축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업종별 특화사업의 경우, 참여하는 업체에 최대 1억원(총 사업비의 50%까지)의 사업비를 지원하고 도입한 기업에는 정기 조사평가를 면제해주는 방안 등의 우대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스마트 HACCP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식품안전이 가야할 새로운 길임은 분명하다. 스마트 HACCP으로 식품안전과 위생이 한 단계 향상된다면 소비자는 더 신뢰하고 안심하며 먹거리를 선택해 소비할 수 있게 된다. 식품 안전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스마트 HACCP이 성공적으로 확산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식품제조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국민들의 성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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