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차세대 근해채낚기어선, 어떻게 만들어졌나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차세대 근해채낚기어선의 표준선형을 적용한 시제선이 건조, 조업에 들어갔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차세대 안전복지형 어선 표준선형개발사업은 어업경쟁력 제고와 선원의 안전과 복지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번에 건조를 마친 근해채낚기 어선은 88톤급 어선으로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로 제작됐으며 선원들의 조업편의성을 크게 제고했다.

이에 경북 포항시를 찾아 차세대 선형이 적용된 근해채낚기어선 유일호를 살펴봤다.

▲ 차세대 선형을 적용한 근해채낚기어선 유일호.

# 층고·조타실 높여 안전성 ‘강화’

유일호는 층고와 조타실을 높여 안전성을 강화했다.

기존 선박은 층고가 낮아 선원들의 이동이나 작업시 사고우려가 높았다. 층고가 낮은 선체의 경우 선원들이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해 피로도가 높아지는데다 전방주시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세대선형에서는 이를 개선, 선체 부분의 층고를 190cm 수준까지 높여 선원들이 고개를 숙이지 않고도 이동이나 작업이 가능토록 했다.

또한 조타실의 높이를 높여 혹시 모를 충돌사고 등을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 선박충돌사고의 대부분은 근무자가 견시를 소홀히 하거나 시야확보가 어려워서 발생한다. 차세대선형은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고자 조타실의 높이를 높여 근무자의 시야 확보에 유리하게 설계했다.

진송한 중소조선연구원 차세대안전복지형어선개발연구단장은 “과거에 설계된 어선은 선형부터 내부구조가 조업에 유리하도록 만들어졌다”며 “이번에 개발된 선형은 항행이나 조업에 무리가 없도록 하면서도 어선의 층고와 조타실의 높이를 높여 안전사고나 선박 충돌사고의 위험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 개선된 선형으로 연료효율 7% 높인다

유일호는 선형의 개선을 통해 연료효율을 7% 가량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계획조선 시기 이후 별도의 선형개발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어선의 선형은 1980년대 기술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번에 개발된 선형은 선수와 선미를 비롯해 선체 전체의 구조를 개선, 연료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어선에 적합한 엔진을 장착하며 동일한 속력으로 항행시 다른 어선에 비해 연료효율이 개선되고 속도를 내기에도 유리하다는 것이 유일호 선주인 이상표 포항수협 비상임이사의 설명이다.

더불어 유일호는 집어등으로 LED등을 사용, 유류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근해채낚기 어선은 집어등이 사용하는 연료가 전체 유류비의 40%에 달할 정도로 그 비중이 높다. 이에 유일호에는 기존에 사용되는 메탈할라이드 집어등 대신 LED집어등을 사용, 연료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선체의 작업공간인 통로부위도 넓게 만들어 선원들의 작업편의성을 높였다.

▲ 기존 유일호의 조타실 내부 전경.

# 충분한 휴게공간으로 선원복지 개선

이번에 건조된 유일호는 충분한 휴게공간과 침대형 선실을 구비, 선원들의 거주 여건을 개선했다.

근해채낚기어선은 항차조업을 하는 어선으로 가까운 바다 조업시에는 15~30일, 먼바다에서 조업시에는 60~70일 가량 조업해 선원들이 선상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다. 이를 감안해 어선설비기준 이상의 자체기준을 수립, 선원실과 주방, 식당, 화장실, 샤워실, 휴게공간 등을 크게 개선했다. 특히 선원실과 선원휴게공간을 모두 수면위로 배치해 ILO(국제노동기구) 어선원노동협약 규정에 맞출 수 있도록 했다.

선실은 기존에는 8~10명 가량을 한번에 수용하던 침상형 선실이었으나 신조된 어선에서는 2명의 선원이 하나의 선실을 이용하는 침대형 선실로 전환하고 각 선원실에는 에어컨과 난방장치를 구비해 선원들이 침실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재래식이던 화장실을 좌변기로 개선하고 선원 8명당 1개 수준으로 늘렸으며 간이샤워설비만 갖췄던 샤워실은 세면대를 포함해 6명당 1개 수준으로 늘려서 설치했다. 이와 함께 선체의 두께를 넓히고 FRP가운데 부분에 우레탄으로 보강, 진동도 크게 줄였다.

이상표 선주는 “선원들이 선원실과 주방, 식당, 휴게공간 등에 만족하고 있다”며 “선원들의 복지는 조업효율과 직결되는 문제인만큼 선원복지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이상표 유일호 선주(포항수협 비상임이사)

“이번에 만들어진 배는 안전성과 선원 복지에서 매우 뛰어난 것 같습니다. 또한 선형도 연비가 우수하게 만들어져 만족스럽습니다.”

이상표 유일호 선주는 이번에 만들어진 근해채낚기어선에 대해 만족도를 표했다.

이 선주는 “FRP 선체 중간부분에 우레탄을 넣어 보강하고 선체의 두께도 다른어선에 비해 30% 이상 두껍게 만들어 안전성도 개선되고 진동도 크게 줄일 수 있었다”며 “더불어 혹시모를 화재에 대비해 초기 진화를 위한 설비도 구축하면서 안전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 선주는 차세대 선형에 대해 만족도를 표하면서도 차세대선형개발사업 과정에서 정부와 중소조선연구원, 선박안전기술공단 간의 소통과 협조가 강화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차세대 표준선형은 R&D(연구개발) 사업인만큼 중간에 혼선이 있었습니다. 선박검사관련 규정 때문에 선박안전기술공단에서는 새로 만들어지는 배가 규정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기 때문입니다. 다음 사업에서는 해양수산부와 중소조선연구원, 선박안전기술공단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선형 개발과정이 보다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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