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인력 부족…무임승차, 제도형평성도 문제
과학적 조사결과 바탕으로 어획량 산출·모니터링할 조사·평가·인프라·인력 확충해야
불합리한 중첩 규제발생 않도록 전통적 어업규제 재검토 필요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 TAC제도의 확대를 위해서는 수산자원 조사·평가와 어획량 모니터링 강화, 무임승차 배제, 어업구조조정 병행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부산공동어시장에 정박중인 대형선망어선.

TAC(총허용어획량)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수산업 관련 제도는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TAC제도는 1999년 처음 도입된 이후 서서히 늘어나 이달부터 시작되는 어기에서는 12개 어종, 14개 업종이 참여한다.

해양수산부는 TAC를 중심으로 한 연근해어업의 구조를 바꿔가겠다고 했으나 TAC와 관련한 예산과 인력 등의 증가현황을 봤을 때 TAC 확대와 내실화에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TAC제도의 확대와 내실화를 위한 과제에 대해 살펴본다.

 

# 여전한 무임승차

TAC제도의 문제점 중 하나로 무임승차가 꼽힌다.

현행 수산자원관리법은 TAC 대상어종과 업종을 정부가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업인들이 참여의사가 있을 경우 대상이 된다. TAC에 참여하지 않는 업종도 TAC 대상어종을 어획할 수 있으며 TAC참여 어업인들의 자원관리 노력의 결과는 모든 어업인이 공유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어업인들은 제도의 형평성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TAC대상업종의 어업인들이 TAC를 잘 지킨다고 해도 다른 어업에서 다 잡아가게 된다면 자원관리가 이뤄지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는 동일한 어종을 다수의 업종이 어획할 경우 이미 예상됐던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이창수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박사는 “TAC가 적용되지 않는 업종이 TAC대상어종을 어획하는데 아무런 제약도 없을뿐더러 어획량 마저 월등한 경우도 많다”며 “어업인들도 TAC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제도가 적용되는 대상이 형평성이 없는데 대해서는 강한 불신을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자원조사·모니터링 여전히 ‘미진’

TAC제도의 또다른 문제점으로는 수산자원의 조사·평가와 모니터링이 여전히 미진하다는 점이 손꼽힌다.

TAC제도는 과학적인 수산자원 조사·평가를 바탕으로 허용어획량을 설정하는 것과 어업인들이 어획한 수산물의 크기와 양을 철저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핵심적인 요소로 꼽힌다. 하지만 수산자원 조사·평가와 모니터링을 위한 인력과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로 국립수산과학원의 연근해 수산자원 조사인력은 14명 수준이고 평가인력은 3명에 그친다. 이들은 80개 가량의 주요 어종의 자원에 대한 조사·평가를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어업인들은 수산자원의 변동성을 과학자들이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모니터링 인력 역시 부족하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의 수산자원조사원은 지난해 말 기준 85명으로 지정 위판장 118개소에 각 1명씩도 배치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을 비롯해 양륙양이 많은 위판장에 5~6명 가량의 조사원이 배치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사원 1인당 2개소 이상의 위판장을 담당해야하는 곳도 많은 상황이다.

정책의 환류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은 수산자원조사원들이 취합한 TAC대상어종의 어획량과 체장 등 일부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을 뿐 이를 통해 정책의 개선점을 정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이정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업자원연구실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수산자원조사선박과 조사·연구 인력으로는 정밀한 수산자원조사와 평가가 어려우며 85명의 수산자원 조사원으로는 확대되는 TAC대상어종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는 것이 어렵다”며 “TAC는 과학적인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어획량을 산출하고 이를 철저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핵심인 만큼 수산자원의 조사·평가 인프라 확충과 모니터링 인력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구조조정 병행돼야

TAC제도 전면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어업구조조정이 병행돼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업현장에서는 현재 산정된 TAC로는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도 힘들다는 점을 토로하고 있다.

이강영 창남수산 대표는 “대형선망선단별 연간 평균 손익분기점은 약 120억원인데 2018어기 TAC배정량을 전량 소진해도 어획고가 77억원 수준에 그쳤다”며 “정부가 수산자원관리를 위해 매년 TAC배분량을 줄여가는 사이에 노르웨이산 고등어가 대량으로 수입, 어가 하락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어업구조조정을 통해 1인당 배분되는 TAC를 늘리는 동시에 어업경영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창수 박사는 “TAC 제도가 어업인을 위해 운용되기 위해서는 수입보장보험을 개발·적용하고 조업방식 개선을 위한 R&D(연구개발)가 필요하다”며 “더불어 한계어업인들의 은퇴를 유도하고 구조조정을 위한 기금운용 등 종합적인 계획수립과 민간의 감척지원 기금 마련 등이 병행돼야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TAC가 전면확대되는데 대응해 전통적인 어업규제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정삼 실장은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어획노력량 관리에 주력해온 탓에 TAC제도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불합리한 규제의 중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개인별 어획할당량이 명확히 결정될 경우 어선과 운반선의 규모, 광력, 조업구역 등 전통적인 어업규제는 필요성이 매우 약해지는 만큼 정부와 어업인이 협력해 불합리한 규제는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