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놀이와 접목…아이디어로 쌀의 무한 변신

[농수축산신문=서정학 기자] 

본지가 연중으로 추진해 온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캠페인 ‘쌀사랑 미소(米笑) 365’가 새롭게 시작된다. 기획연재와 좌담회를 통해 쌀과 쌀 가공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전환하고 쌀 소비를 촉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현재 쌀 산업에선 쌀 소비량이 지난 30년간 계속해서 줄고 국민들이 갖는 쌀에 가치에 대한 인식도 낮아지는 등의 위기요소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쌀 산업 현장에선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에 본지는 이번 기획연재를 통해 주목할 만한 창업 사례와 진화하는 쌀 패키지 디자인 등을 소개, 쌀 산업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조망해본다. 아울러 밥맛을 좌우하는 인기 쌀 품종, 쌀가공식품의 변천사, 아이들의 올바른 식습관 형성을 위한 교육 현황 등도 소개한다.

위기의 쌀 산업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을 내세운 창업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번 기획연재를 시작한다.

 

# 쌀 소비 감소세에도 계속되는 쌀 산업의 변화와 성장

▲ 쌀로 만든 반죽 라이스클레이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쌀 산업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할까. 다행히 쌀 산업 현장에선 쌀 소비가 매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성장과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음을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공용 쌀 소비량은 7만4827톤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약 26.4%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61kg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사람들이 밥으로 먹는 쌀의 양은 줄었지만 쌀을 가공해 만든 떡면류, 쌀가루, 주류 등 쌀가공식품의 수요는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즉석간편식 시장과 소비자 수요에 맞춘 다양한 쌀가공식품 개발 확대가 맞물려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쌀을 식품이 아닌 교육·작품 활동의 소재로 활용해 사업화하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일례로 쌀을 먹고 즐기는 문화를 확산하고자 2012년 설립된 ‘한국라이스클레이협회’를 꼽을 수 있다. 라이스클레이협회는 크게 앙금플라워, 푸드, 우리쌀놀이, 아티스트 분과로 나뉘는데, 이는 모두 쌀을 활용해 음식을 만들거나 교육, 창작 활동을 하는 분과다. 이 협회의 회원수는 설립 초기 1000여명에서 현재 4800여명에 이를 정도로 늘어났다. 지금도 협회는 쌀 등의 천연재료로 만든 반죽인 ‘라이스클레이’를 아이들이 점토처럼 가지고 놀거나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체험·작품 활동을 진행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쌀 추출물로 만든 화장품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사 브랜드를 통해 쌀 추출물로 만든 비누와 스킨 등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아울러 로드샵인 ‘스킨푸드’와 ‘비포즈’, ‘베베코’ 등의 스타트업에서도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를 위해 쌀의 천연성분을 이용한 미용제품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산업 현장에선 쌀의 새로운 활용방안을 찾거나 가치를 더해 이전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중이다.

 

[사례 1] 쌀로 만든 촉감·미술놀이 키트, ‘미米플레이’

▲ 아이가 미플레이의 그림 교구에 색을 입힌 쌀을 붙이고 있다.

‘쌀을 통한 안전하고 즐거운 교육을 꿈꾼다’

싸라기쌀을 이용한 교구와 교육프로그램 등을 공급하는 스타트업 ‘미米플레이(Meplay)’의 비전이다. 미플레이는 특히 쌀을 활용한 영유아 촉감·그림놀이 키트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흔히 가정에선 유아의 뇌발달을 위해 장난감, 크레파스 등을 사용한다. 그러나 여기엔 유해물질이 함유돼 있어 유아의 코나 입으로 들어갈 시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장난감 자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유아도 있다.

미플레이는 이에 도정과정에서 나온 싸라기쌀에 색을 입혀 아이들이 촉감·그림 활동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했다. 미술놀이 키트에는 염색한 쌀 8종, 무독성 풀, 그림 도안, 가이드북이 들어 있다. 도안에 풀을 바르고 쌀을 뿌려 붙이면 그림이 완성된다. 이는 천연재료인 쌀을 이용하는 만큼 다른 재료보다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김상우 미플레이 대표는 직접 조카를 돌보는 과정에서 이 같은 창업 아이템을 생각해 냈다.

“상품가치가 없는 싸라기쌀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가운데 조카를 돌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조카가 먹을 수 없는 장난감을 자꾸 입에 가져다 대는 모습을 보면서 쌀을 이용해 만든 안전한 장난감이 수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유아 교육의 수요를 만족시키면서, 제품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는 데에도 일조할 수 있는 쌀 활용방안을 찾은 것이다. 이후 김 대표는 창업 이래 김제에서 싸라기쌀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아 제품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미플레이는 추후 쌀의 색깔과 도안을 다양화하면서 유아용 교구는 물론 노인용 치매예방 교구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며 “아동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만큼 아동에게 유익한 제품 개발을 지속하고 쌀의 활용 방안도 늘려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례 2] 즉석 도정한 쌀맛 즐기는 복합 쌀문화공간…‘동네정미소 성산’

▲ 동네정미소 성산에선 여러 종류의 쌀 품종을 볼 수 있으며, 갓 도정한 쌀로 지은 밥과 그에 어울리는 반찬을 맛볼 수 있다.

‘복합 쌀 문화공간’을 표방하는 곳이 있다. 이곳은 쌀을 팔면서 다양한 쌀 품종 전시도 한다. 갓 도정한 쌀로 밥을 지어주기도 하는 곳, ‘동네정미소 성산’이다.

동네정미소 성산은 2017년 서울 마포구에 자리를 잡은 후 쌀을 이용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우선 정미소로서 쌀을 도정하고 판매한다. 쌀의 다양한 품종을 전시하며 소비자들에게 품종별 특징과 맛있게 밥 짓는 방법 등도 소개한다. 품종별로 다른 쌀 맛을 직접 맛보라며 갓 도정한 쌀로 지은 밥과 국, 반찬을 구성해 제공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동네정미소 성산은 소비자들에게 쌀 품종과 밥 짓는 방법에 따라 밥맛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쌀만 바꿔도 밥상이 얼마나 풍부해 질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김동규 동네정미소 성산 공동대표는 “쌀은 오랫동안 우리의 주식이었으나 현대인 중에서 쌀의 품종 이름을 알거나 맛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며 “많은 사람들이 커피의 원두 이름 하나 쯤은 떠올릴 수 있는 현실과 대비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처럼 사람들이 쌀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된 상황에서 갓 도정한 쌀의 맛과 건강한 식문화를 알리고 싶단 생각에 공동창업을 하게 됐다. 쌀 본연의 맛과 가치에 집중한 사업모델이 성공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이유도 있다.

이밖에 동네정미소 성산에선 지역주민과 골목상권들과 함께하는 ‘골목 쌀 축제’ 등을 주최하며 쌀 문화를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쌀과 쌀 문화를 알리는 영상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쌀에 관심을 갖고, 쌀을 매개로 농업인과 도시민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서도 기능하는 동네정미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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