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호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수석연구원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 송성호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수석연구원

물관리기본법이 지난달부터 발효되면서 수량과 수질을 통합한 정부의 물관리 일원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수(利水) 측면이 강한 농업용수 부분이 불완전하게 통합됨에 따라, 농업인의 입장에서는 농업용수의 안정적 공급이 가능한 방향의 제도화를 원하고 있다.

지하수는 농업용수 중 가뭄시기에도 지속가능한 수자원으로 알려진다. 이는 대규모 하천 인근의 시설농가에서 농업용수뿐만 아니라 겨울철 난방용수로도 활용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보 개방으로 인해 일부 시설농가에서 지하수량이 과거에 비해 부족해짐에 따라, 개별 농가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발생되는 물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적 접근 방안 수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문제의 해결은 두 가지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지하수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하드웨어적 접근 방식으로 정확한 지하수 조사와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하수 유동 모델링을 이용해 보 개방에 따른 주변 지역의 지하수위 하강 범위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이 있다. 이를 적용하면 시설농업단지 내의 최적의 지하수 개발 위치 및 적정 양수량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최적 위치에 대용량 지하수 관정을 개발하고 관로망을 이용해 합리적인 이용량을 할당하는 방식도 있다. 이는 선진국에서 일반화돼 있는 방법으로 국내에 적용 시 실정에 맞게 개선하면 된다. 특히 관개용수는 하천 인근의 얕은 깊이의 풍부한 지하수층을 대상으로 개발하는 반면, 겨울철 지온을 이용하는 수막용수는 깊은 지하수층을 이용하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 이러한 해결 방안은 필자를 포함한 연구진에 의해 이미 많은 지역에 대한 연구 결과로 제시된 바 있다.

소프트웨어적 접근 방식은 보다 근본적인 방안으로 개별농가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물 사용자 협회(WUA, Water User Association)를 조직하는 것이다. 이 조직은 지하수 시설의 합리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하면서 물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농업 선진국인 미국과 뉴질랜드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이곳에선 물 분쟁 발생 시 정부가 개별 농업인들과 직접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방법이 아니라, 농업인을 대표하는 물 사용자 협회를 통한 문제해결 방식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이와 별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되는 물 부족과 이로 인한 식량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접근 방식으로, 각 국별로 효율적인 물관리 방안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물관리 일원화를 위한 다양한 방식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물 사용 주체별로 첨예하게 대립되는 물 수요를 정부의 정책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최근 정부에서는 보 개방에 따른 상류 시설농업단지 물 부족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을 위한 대책을 수립 중이다.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문제점 극복을 위한 하드웨어적인 접근 방식은 일부분 해결의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대책이 보다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시설의 운영은 개별농가가 참여하는 물 사용자 협회, 예산 지원은 정부, 그리고 시설의 유지·보수 등 지속적인 관리는 물관리 전문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가 참여하는 가칭 ‘물관리 거버넌스(Governance)’ 설치가 필요하다. 이제는 이를 위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한 시기로 더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문제로 판단된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