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최소 한 달에 한번 주기적으로 교반하고 미생물을 뿌리면 되는 일입니다. 어려울 게 없어요. 육안판별법대로만 해도 기본적으로 부숙도 기준은 맞출 수 있고요.”

지난 3월, 퇴비 부숙도 검사 적용 확대 시행 1년을 앞두고 정부 관계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주기적으로 교반하고 온도, 미생물 등 부숙 환경을 잘 만들어주면 농가에서도 손쉽게 퇴비를 만들 수 있으리란 설명이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퇴비 교반을 위한 장비를 갖추지 못한 곳이 많았고, 소규모 농가에선 퇴비를 부숙할 수 있는 퇴비장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 다수였다. 심지어 내년부터 모든 축산 농가에 대해 퇴비 부숙도 검사가 확대된다는 내용을 알지 못하고 있는 농가도 있었다. 그럴 듯한 이론과 달리 현장에선 실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던 셈이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런 문제점을 인지한 듯 실태조사를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축산 농가들은 이런 실태조사가 구체적인 제도의 틀을 짜기 전에 이뤄졌어야 할 일이라 지적하고 있다.

퇴비 부숙도 검사 확대를 비롯해 미허가축사 등 최근 축산 농가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여러 사안들을 보면서 부쩍 정부 정책들이 실제 현장과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현장의 상황은 어떤지, 농가들의 생각은 어떤지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채 이론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이런 정책들에 규제가 동반된다는 것이다.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다수의 농가들도 결국엔 시행일에 맞춰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면 처분을 받을 수밖에 없다. 

목적이 좋으면 결과도 좋으리라는 생각은 너무 이상적이다. 현실을 모르는 정책은 아무리 좋은 목적을 가져도 많은 이들을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 정부는 자신들의 단어 하나, 움직임 하나가 수백, 수천 농가를 울고 웃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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