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원수 확대가 우선… 적극적 밀원수 조림 정책도 필요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최근 양봉업자들이 울상이다. 기후 변화와 질병 등으로 농가당 벌꿀 생산량이 예전만 못한 데다 밀원수는 한정적인데 반해 평균 봉군 수가 늘면서 과잉 경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지속가능한 양봉산업을 위해선 밀원수 식재의 확대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나오고 있다.  

이에 현재의 양봉산업을 진단하고, 국내 밀원수 조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 본다.

▲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밀원수 산림정책 주류화를 위한 토론회’의 모습.

밀원수 조림 확대가 우선

최근 20년간 국내 양봉산업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1998년 약 4만1462호이던 양봉농가는 2016년 2만2722호로 절반 가량 줄었지만, 같은 기간 농가당 평균 봉군 수는 23군에서 95군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급격한 규모화가 진행되며 양봉 농가도 나름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도 생겨났다. 

특히 다양한 양봉의 형태, 소위 실버양봉, 취미양봉, 도시양봉 등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며 양봉산업에 뛰어드는 이들의 숫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이에 비해 밀원수는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정주상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12만5000ha이던 아까시나무는 2016년 2만6465ha로, 약 20년 동안 1/5 가까이 감소했다. 황폐하고 척박한 산지의 토양을 보존하고 지력을 유지·증진할 목적의 사방조림용으로 심어졌던 아까시나무는 1980년대 중반 조림 권장 수종에서 제외되며 분포 면적이 급격히 감소했다. 

최근에는 수입 꿀 증가에 따른 국내 벌꿀의 경쟁력 강화 문제도 대두되기 시작했다. 2030년이면 한-베트남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국내에 들어오는 베트남산 벌꿀에 대한 관세가 완전 철폐된다. 베트남산 벌꿀의 경우 생산비가 한국의 1/10에 불과한 상황이어서 관세마저 제로화되면 국내 양봉 농가들의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래 한국양봉농협 조합장은 “지금까지는 우리 국민들이 국내산 벌꿀을 조건 없이 소비해 줬지만 언제까지 지속될까 의문이 든다”며 “국내산 벌꿀은 베트남산 벌꿀 뿐만 아니라 세계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가격이 높은 수준이어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벌꿀 생산량을 지금보다 훨씬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지속가능한 양봉산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밀원수의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부·지자체 적극적 밀원수 조림 사업 필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도 양봉산업을 위한 밀원수 조림 활성화를 위해 여러 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정부는 국유림에 연간 150ha의 면적에 밀원수, 특히 아까시나무를 중심으로 식재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자지체별로도 공유림과 사유림에서도 밀원수 조림이 확대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밀원수 조림 시 산주나 양봉 농가에 조림비의 90%를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양봉 농가들은 이보다 더 적극적인 정부의 밀원수 조림 활성화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양봉 농가는 “정부가 꿀벌의 공익적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밀원수 식재 등에 대한 정책은 이에 비해 너무 소극적이다”며 “꿀벌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대국민 홍보를 진행하고 사유지에 대해서도 지원을 확대해 우수한 밀원수와 밀원식물 등을 보급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림-양봉 복합경영·목재 활용 등도 고민해야

해외의 많은 나라들도 밀원수 조림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터키의 경우 1997년부터 정부가 중심이 돼 양봉산업 활성화를 위한 행동계획(Honey action plan)을 추진, 밀원수 조림을 통한 ‘산림-양봉 복합경영’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터키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벌꿀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일본은 올해부터 모든 국민에게 ‘산림환경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숲을 가꾸는 일에 국민 모두가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민 1인당 주민세에 1000엔(한화 약 1100원)을 더해 징수하며, 지자체에 배분해 산림 정비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밀원수 문제가 양봉산업의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참고할 만하다.

민경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산림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임업 목적을 목재 생산이 아니라 밀원수 확보, 경관 유지 등 다양한 방향으로 둬야 한다”며 “산림과 양봉을 함께 하는 산림-양봉 복합경영이 국내에도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주상 교수는 국유림, 공유림 뿐만 아니라 사유림에도 밀원수, 밀원식물을 확대하기 위해선 밀원수 조림 활성화에 기여하는 산주에 대한 적극적인 인센티브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또한 목재 활용 등에 대한 장점을 부각시키는 방법도 제시, “아까시나무는 성장이 빠르고 가공성도 좋아 고급가구재로도 쓰임이 좋을 것”이라며 “천연방부목으로도 사용이 가능해 목재로서의 가치도 있는 만큼 아까시나무 식재의 일석이조 효과를 널리 알릴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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