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직후 계란 소비 둔화·덤핑 처리 우려
가공 등 관련 산업 지원·육성
적극적 피해 대책 마련 필요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추석 이후 난각 산란일자 표시제에 대한 농가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오는 8월 23일이면 6개월의 계도기간이 종료, 난각 산란일자 표시제가 시행된다. 하지만 산란계 농가들은 표시제 시행 직후보다 추석, 그 이후를 더 걱정하고 있다. 비수기로 통하는 명절 직후에 공급되는 물량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덤핑 처리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통상 추석, 설과 같은 명절 직후에는 계란의 소비가 둔화된다. 지금까지는 이때 나오는 물량들을 판매처에 조금씩 나눠 공급하며 유통단계에서 일종의 수급조절을 해왔다. 하지만 난각에 산란일자를 표시하게 되면 소비자들이 가까운 날짜의 계란부터 소비할 게 뻔해 추석 직후 생산된 계란은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 산란계 농가는 “명절을 보내고 나면 보름에서 20일 정도는 계란 수요가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탓에 지금까지는 저온창고에 보관했다가 공급하곤 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계란은 공산품처럼 수요에 맞춰 그때그때 공급을 조절할 수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산란일자를 표기하라는 것은 계란의 보관·저장 기능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태종 대한양계협회 강화군지부장은 “추석이 지나면서 마트에서도 이전에 없던 계란 반품을 요구할 수도 있다”며 “반품 계란이 농가로 돌아오면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는데 정부는 여기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농가에만 책임을 지우려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지부장은 “정부 차원에서 남는 계란을 액란 또는 분말로 가공할 수 있도록 관련 산업을 지원·육성하는 등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자 단체인 대한양계협회도 난각 산란일자 표시에 따른 농가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김재홍 양계협회 국장은 “산업 특성상 산란일자를 표시하면 피해는 오로지 농가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적극적인 피해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전히 난각 산란일자 표시가 ‘소비자의 알권리’만 충족할 뿐 ‘신선한 계란 제공’이라는 가장 중요한 목표는 전혀 충족하지 못하는 제도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김 국장은 “계란 창고, 운송차량, 매대 등에 대한 온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난각 산란일자 표시는 무의미하다”며 계란 유통 과정에서의 철저한 온도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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