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수박, 참외, 오이, 딸기 등의 재배농가에서는 연작에 따른 토양병해충 발생 증가가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선충, 총채벌레, 시들음병, 균핵병 등 토양에서 유래하는 병해충들은 방제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매년 발생해 농작물의 상품성을 저하시키고, 생산성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어 이에 대한 효과적인 방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과 본지는 ‘효과적인 토양병해충 방제방안 모색을 위한 국제세미나’를 개최해 국내외 토양병해충 방제 현황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찾아봤다.

 

# [개회사] 최기수 농수축산신문 대표이사

▲ 최기수 대표이사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는 지속가능성이다. 농업도 마찬가지다. 기후변화와 이상기상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 고령화와 인구감소, 내성·저항성 우려 등으로 관행농법을 개선, 나아가 혁신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또한 지난 1월 1일 PLS(농약허용기준강화제도)가 전면 시행됨으로써 안전한 농산물 생산은 물론 이를 위한 농약사용의 중요성도 확대되고 있다. 안전하고 편리한 사용,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기술개발 등이 농산업계의 과제가 되고 있다. 이번 국제세미나는 연작재배 시 가장 문제가 되는 토양병해충에 대한 효과적인 방제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다양한 의견이 도출되고, 농업인의 소득증대와 농업의 지속가능성 확대를 위한 제언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 [인사말] 이용범 농과원장

▲ 이용범 원장

“지난해는 한파, 이상저온, 폭염, 가뭄과 태풍 등 빈번한 자연재해로 농업인에게 어려운 한해였다. 올해도 이러한 자연재해는 계속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구 온난화로 토양의 평균온도가 높아져 토양병해충 번식에 최적조건을 제공함으로써 농업재해가 늘고 있다. 기후변화로 예전과 다른 농작물 병해충 발생 양상이 나타나면서 방제의 중요성과 시급성이 확대되고 있다. 농진청에서는 그동안 토양병해충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토양병해충 관리방안 마련에 지속적인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식물 질병이 발생하는 원인의 절반은 지상부, 나머지 절반은 지하에 있는 만큼 이번 세미나를 통해 지하부 토양 병해충 방제와 관련해 도출된 소중한 의견을 모아 토양병해충 관리 연구사업에 적극 반영토록 하겠다.”

 

# [주제발표1] 국내 토양 전염성 바이러스 발생 현황

- 곽해련 농과원 작물보호과 박사

▲ 곽해련 박사

“최근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토양전염성 바이러스병은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CGMMV), 멜론괴저반점바이러스(MNSV), 토마토덤블위축바이러스(TBSV) 등이다. 1998년 수박에서 처음 발생이 보고된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는 종자, 접촉, 토양 등에 의해서 감염된다. 잎과 과실의 모자이크 병징과 무름증상이 특징이다. 오이뿐만 아니라 수박, 참외 등 박과작물에 발생하며 현재 박과 5종 바이러스 다중진단법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멜론괴저반점바이러스는 종자, 곰팡이 등에 의해 전염되며 토양곰팡이에 의해 확산·지속된다. 수박과 멜론의 상품성을 떨어뜨리는데 멜론 4종 바이러스 다중진단법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토마토덤블위축바이러스는 2004년 이후 지속 발생하고 있다. 종자, 유묘, 토양 등에서 최초 발생해 순지르기, 유인작업 등을 통해 2차 전염되며 토양에 전염원이 정착해 재발한다. 토마토 4종 바이러스 다중진단법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토양곰팡이나 선충을 매개로 하는 바이러스병도 다수 존재한다. 이에 따라 진단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예방과 적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 [주제발표2] 효과적인 토양해충 방제를 위한 종합관리기술

- 박홍현 농과원 작물보호과 박사

▲ 박홍현 박사

“토양해충은 과거부터 농작물에 피해를 일으키는 주요 해충으로 인식돼 쥐불, 포살, 벌레구멍 유황처리, 종자소독, 훈증법 등이 사용돼 왔다. 농업과학도서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거세미나방, 뿌리혹선충, 고자리파리, 방아벌레 등이 99가지 작물에 피해를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마늘, 양파, 감자, 고구마는 우리나라 농업의 대표적인 작물로 토양해충의 피해가 극심하다. 하지만 토양해충은 흙 속에서 은밀하게 작물에 가해를 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 효과적인 방제가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해충종합관리(IPM) 실행이 중요하다. IPM은 농가수익 확보, 농업자원의 지속성 유지, 합리적인 농약사용, 환경오염 감소, 생물적 자원 활용, 농약저항성 문제 최소화, 해충 격발 최소화, 식품과 농업인 안전 등을 목표로 하는 종합적 방제체계다. 특히 토양해충은 생활사가 경작지내에 한정돼 외부유입 가능성이 낮고, 예찰에 필요한 기술과 방제 약제가 개발돼 있는 만큼 주산지별로 발생과 저항성을 모니터링해 지역 맞춤형 토양해충 종합관리 프로그램을 개발·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 [주제발표3] 유럽의 토양훈증

- 가엘 드 프레테 프랑스 훈증협의회 의장

▲ 가엘 의장

“토양병해충 방제를 위해서 광열소독을 하거나 저항성품종, 생물학적 훈증, 선충약제, 비화학적 훈증, 화학적 훈증 등을 사용하고 있는데 유럽에서는 화학적 훈증을 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토양훈증을 하는 이유는 선충이나 토양병해를 방제하는 것인데 궁극적으로는 농가소득 증대다. 스페인, 이탈리, 프랑스 등에서는 토양훈증을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농가소득이 두 배 이상 증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에서는 토양훈증을 위해 1-3D, 클로로피크린(chloropicrin), 메탐소듐(metam sodium), 다조멧(dazomet), DMDS 등이 사용됐다. 현재는 안전성 등의 이유로 DMDS와 다조멧만이 상업적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DMDS는 자연에서 유래해 안전성이 우수하다. 토양훈증을 할 경우 선충과 시들음병을 야기하는 푸사리움(fusarium) 밀도를 효과적으로 줄이며 제초효과도 있어 수확량이 늘고, 농작물의 품질이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토양훈증에 있어서는 가스가 새지 않도록 필름으로 멀칭을 하는 게 중요한데 TIF(완전불투막)필름을 활용할 경우 가장 효과적이다.”

# [주제발표4] 토양소독 효과 향상을 위한 토양분석 서비스

- 이재군 경농 PM

▲ 이재군 PM

“연작장해에 따른 문제의 대부분은 병충해가 주요 원인이다. 이 중 특별히 중점관리가 필요한 부분은 토양관리와 정식관리다. 병해충이 있는 토양과 없는 토양 중 어느 곳에 작물을 심을 것인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토양관리에 대한 농가 인식 제고가 필요한 이유다. 이에 경농에서는 2017년부터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토양분석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농가 등에서 토양관리를 위해 진단을 의뢰하면 현장을 방문해 시료를 채취하고 토양미생물, 선충 등에 대해 분석한다. 이러한 예찰단계가 끝나면 진단 결과를 설명한 뒤 토양의 상태에 따라 처방을 한다. 이때 토양병해충의 밀도가 높으면 토양훈증을 권하기도 한다. 방제가 끝나면 처리 전과 후를 비교하고 토양관리프로그램 결과와 수확량, 상품성 등의 변화를 점검하는 등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게 된다. 전국 주산지를 중심으로 토양분석 서비스를 지속, 자료가 축적되면서 테이터가 정교해지고, 토양소독에 대한 농가의 신뢰도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농가의 인식과 필요성이 증대돼 보다 세세한 자료와 병해검정 요청이 늘고 있다.”

# [주제발표5] 우리나라의 식물기생선충 문제와 방제연구

- 이동운 경북대 교수

▲ 이동운 교수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씨스트선충, 뿌리혹선충, 딸기잎선충, 소나무재선충, 반짝이콩씨스트선충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식물기생선충 방제를 위해 저항성 식물연구, 식물추출물 이용 방제법, 물리적·미생물적 방제법, 화학적 방제법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다. 또한 메탐소디움(metam sodium)을 함유한 토양소독제 처리방법 개선, 팔라딘(paladin) 처리방법 연구, 디메틸디설파이드(DMDS)의 생물활성 및 약효·약해 평가 등 방제 실용성 개선을 위한 연구도 진행됐다. 하지만 선충방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충 방제 효과에 대한 연구자와 농가 간 큰 시각차를 좁히는데 있다. 연구자는 선충에 대한 높은 이해와 정형화된 사용방법을 토대로 효과의 가능성과 방제에 대한 학문적인 기대를 갖는 반면 농가는 쉽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완벽한 방제 효과를 바란다. 이러한 인식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선충에 대한 분류를 명확히 하고, 재배환경에 따른 적합한 처리기술과 토양조건이나 환경에 따른 방제 기술, 작물별 체계처리 기술 등을 개발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육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 [주제발표6] 토양병원균의 특성 및 효과적인 방제전략

- 박숙영 순천대 교수

▲ 박숙영 교수

“식물의 병을 일으키는 것은 곰팡이, 세균, 바이러스 등인데 실제 병원균의 주요한 원인은 곰팡이가 70% 이상이다. 곰팡이 균사는 땅 속에서 10~20년을 살기도 한다. 특히 파나마병(panama disease) 균사는 기주식물 없이 토양에서 30년 이상 생존하기도 한다. 이러한 곰팡이와 토양의 관계는 토양훈증제 사용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 중 하나가 되고 있다. 토양훈증을 하면 시들음병, 균핵병 등 다양한 토양병해에 대해 방제가 가능하다. 1950년대 메틸브로마이드(methyl bromide)가 도입돼 매우 효과적인 방제가 가능했지만 오존층 파괴물질로 선포돼 1987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이후 자연에서 발견되는 디메틸이황화물(DMDS)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수행된 DMDS 성능평가에 따르면 DMDS 처리와 태양열소독을 조합할 경우 가장 효과가 높게 나타났다. 연구에서는 DMDS를 처리한 이후 VIF(불투막)필름이 활용한 멀칭으로 태양열소독을 했지만 최근에는 투과성이 더 낮은 TIF(완전불투막)필름 사용이 권장되고 있다.”

# [종합토론]

▲ 질의가 계속 이어지며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종합토론 질의응답 시간. 사진은 왼쪽부터 안병옥 부사장, 이재군 PM, 박홍현 박사, 곽해련 박사, 김보성 회장, 박기석 이사, 좌장을 맡은 조점래 연구관, 가엘 의장, 양규완 이사, 이동운 교수, 박숙영 교수
▲ 박기석 이사

△박기석 상주원예농협 이사=이번 세미나에 참석해 토양훈증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 흥미롭기는 하지만 비용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상주에서 38년 간 오이 시설원예를 해본 경험으로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해 담수처리를 권장하고 있다. 비단 훈증이 아니더라도 토양소독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 김보성 회장

△김보성 정읍시 수박작목반 회장=18년간 수박농사를 짓고 있는데 최근 토양훈증을 하면서 선충, 균핵병, 풀 등이 크게 줄었다. 상품성도 좋아지고 수확량도 늘어 토양훈증을 지속할 계획이다. 정부, 지자체 등에서 이러한 토양훈증이 확대될 수 있도록 농업인을 위한 지원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양규완 이사

△양규완 스미쇼아그로코리아 이사=프랑스에서는 토양훈증제는 안전하고 올바르게 사용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 같다. 단순히 제품이 아니라 사용방법과 소재까지 종합적인 시스템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연구기관, 지도기관, 업계, 농업인, 관련 산업이 함께 노력해 농업인 소득 증대와 안전 농산물 생산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안병옥 부사장

△안병옥 경농 부사장=우리나라 토양훈증제 시장은 일본과 비교해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토양훈증을 통해 농가 수익 향상은 물론 우리 농산물의 품질 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다면 수입 농산물에 대응한 경쟁력도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조점래 연구관

△<좌장>조점래 농과원 연구관=토양훈증은 업계뿐만 아니라 각계의 조화로운 협력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법적인 부분, 정책적인 부분, 소비자인 농가의 인식 수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고 개선될 때 산업도 커지고, 농가소득도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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