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만 전 NH농협은행 제주영업본부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노무현 대통령은 농촌으로 돌아간 첫 반딧불 대통령으로,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농촌의 모델를 꿈꾸면서 친환경생태마을 조성에 직접 나섰다.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 필자도 농촌은 늘 마음깊이 그리움이 남아있는 곳이다. 그 농촌에는 기름진 흙에서 생산된 청정 먹거리, 깨끗한 물과 공기, 사람간 정이 살아있는 농촌마을 협동공동체 등 다원적 가치가 있었다.

그 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만든 농사법이 소농이고 이로 인해 농사를 농자천하지대본이라 했을 것이다. 특히 지난해 국제연합(UN)에서 농촌에서 일하는 소농 등의 권리에 관한 UN선언(이하 소농권리선언)을 다수결로 채택하면서 최근 시대흐름도 사람논리에 의한 소농의 가치와 필요에 주목하게 됐다.

그런데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농립어업조사결과’를 보면 전국 농가수가 103만가구로 전년대비 2%가 줄어서 100만가구가 곧 붕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농토도 줄고 노인은 늘고 젊은이는 줄어드는 농촌이 그야말로 말라 죽어가는 형국이다. 여기에 농가부채, 과잉생산, 환경훼손, 온난화 등 어려움만 더 가중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농촌에서 땅이 적은 사람이나 소규모 임차인도, 자금력이 없는 사람도, 농기계가 없이도 오염되지 않는 흙을 일구며 땀으로 농사짓게 하는 정책, 즉 소농의 가치를 더 섬기며 소비만을 위한 생산이 아니라 순환을 위한 농사시스템으로 농촌공동체를 재건할 방안은 없을까 고민해 봤다.

첫째,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의 원형을 역사·문화 보고인 농촌공동체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소농을 중심으로 한 가족농이 지배하는 생계형 농업구조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농촌의 이런 삶의 모습이 곧 큰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소농을 국민 모두의 의제로 삼아 연중 농사가 가능한 제주농촌의 독특한 중산간 마을의 경관적 가치를 더 높이면서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시장 메커니즘을 통하지 않고도 소비자와 공유할 수 있는 농사문화, 즉 시장 밖 농사란 화두도 이제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셋째, 생명을 존중하고 순환적인 방식의 친환경농산물 소비확대를 위해 공공성이 강한 학교, 군인, 임산부 등에 의무적으로 공급하는 시스템도 필요할 것이다.

넷째, 농지의 본질에 맞게 이용될 수 있도록 예외없는 경자유전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전국 농지의 51%가 임차지라고 한다.

따라서 비농민 소유농지를 지자체 등 공공에서 매입해 낮은 가격으로 농업인에게 장기임대해 주는 정책도 필요할 것이다.

다섯째, 범사회적으로 농업·농촌이 갖고 있는 사회·생태적 의미를 귀하게 여길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미래세대의 꿈이 농부학교이나 소농프로그램 등 자연의 품에서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여섯째, 소비자 등 누구나 찾아 즐길 수 있는 농촌문화 축제를 배양하는 일도 필요하다. 사시사철 제주도 전역 삶의 현장 곳곳에서 농업인들의 입으로 표현되고 주체가 된 오랜 전통과 문화 그리고 현재의 삶의 노래가 담긴 메시지와 울림이 있는 축제를 발굴하는 것이다. 소농은 규모보다 자연의 섭리를 잘 익히고 그에 따르는 친환경농사법에 가깝다. 소농은 경쟁과 발전에 지친 모든 국민에게 새로운 의미를 전해주는 농사문화다.

자본논리에 쓰러져가는 농촌에 더 큰 재앙이 닥치기 전에 사람논리에 의한 소농패러다임의 중요성이 인식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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