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각적 수급조절 필요한 가금육, 관련법 개정해야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농식품부 훈령, 법적 근거 미흡
공정거래법 위배 논란 여지 남아

긴급상황 공정거래법 적용 제외 등
관련법 개정 통한 제도 개선 시급
 
가금육 통계정보시스템도 갖춰야

 

가금육 생산자단체들이 2017년 7월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관련 조사로 진을 빼고 있다. 단체들은 지나친 제약으로 축산물의 수급조절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하면서 관련 법의 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가금육 생산자단체가 주장하는 핵심 내용은 무엇인지, 대책은 없는지 살펴본다.

 

농축산물 수급조절이 필요한 이유

계획적인 생산이 가능한 공산품과 달리 농축산물은 작물을 심고 가축을 입식한 이후부터 짧지 않은 시간을 거쳐 생산의 최종 단계에 이른다. 또한 농축산물은 기상 변화 등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고, 수요에 비해 공급이 조금만 부족하거나 넘쳐도 가격이 급등·급락하기 때문에 수급조절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수산물의 원활한 유통과 적정 가격 유지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국민생활 안정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1976년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을 제정, 2000년 전면 개정을 통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농식품부는 또한 2013년 농안법 시행규칙 제8조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의 설치’ 규정에 따라 2013년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 운영규정’을 마련, 수급조절의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정부는 수급 변동성이 크고, 국민의 수요가 높아 다른 농산물의 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배추, 무, 고추, 마늘, 양파 등 5대 농산물에 대해선 직접 수급조절을 실시하고 있다. 주로 공급이 과잉된 경우 수매비축하거나 산지폐기하는 등의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축산물에 대해선 정부가 직접 수급조절하는 품목은 없다. 다만 축산물의 경우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와 별도로 농식품부 훈령 제58호 ‘축산물 수급조절협의회 운영규정’을 마련해 한육우·돼지·닭고기·계란·낙농·오리 등 6종에 대한 수급조절협의회를 운영해 오고 있다. 닭고기·오리 등 가금육 생산자단체는 수급조절협의회 등을 통해 결정된 방법에 따라 닭고기 수매·비축, 병아리 폐기사업 등 수급조절 활동을 펼쳐 왔다.

 

제도 보완·개선 있어야

하지만 공정위가 이러한 수급조절 활동에 제동을 걸면서 가금육 생산자단체들은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다. 공정위가 이들의 활동을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에 위배되는 담합행위로 판단해 강도 높은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가금육 생산자단체들이 축산계열화법에 명시된 수급조절의 절차, 운영방법 등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축산계열화법에 따르면 수급조절을 위해선 이해관계인, 유통전문가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축산물 생산자, 생산자 대표 등 재적회원의 2/3 이상 찬성 또는 해당 가축을 2/3 이상 사육·생산하는 생산자의 찬성을 받아 농식품부 장관에게 수급조절을 요청해야 한다.

또한 농식품부 장관이 공정위와 협의를 거쳐 수급조절을 결정해야 비로소 수급조절을 행할 수 있다. 

하지만 가금육 생산자단체들은 “축산계열화법에 명시된 수급조절 절차를 따르면 통상 2~3개월이 걸리지만, 가금육의 경우 비교적 생산 기간이 짧아 즉각적인 수급조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가금육의 수급조절은 농식품부 훈령 제58호에 따라 진행된 사안”이라며 “수급조절협의회 등 각종 수급조절 회의에 정부 관계자가 참석해 직간접적으로 수급활동에 관여해 왔고, 정부 자금이 일부 투입되는 자조금을 통해 닭고기 수매·비축 병아리 폐기사업 등을 진행하는 등 공개적으로 진행한 정당한 수급조절”이라는 입장이다. 

이어 이 같은 문제는 농식품부 훈령 제58호의 법적 근거가 미흡해 제도적 지원 없이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수급조절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비롯됐으며, 앞으로도 공정거래법 위배 논란이 계속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농안법과 축산법 개정 등 관련 법의 개정을 통해 제도의 허점을 보완·개선하고 긴급 상황에서 발동된 수급조절의 경우 공정거래법 적용에서 제외할 것 등을 주장하고 있다. 

 

통계시스템 마련도 필요

가금육의 수급조절이 어려운 이유는 기본적인 통계가 부재하다는 데에서도 비롯된다. 가금육의 경우 1년에 수차례 병아리 입식과 성계 출하가 이뤄지고 있지만 기본적인 종합 통계정보시스템조차 갖춰지지 않아 사육 단계별 수급 상황을 예측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사후 수급조절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정부나 민간단체가 신뢰도 높은 각종 통계자료를 제공해 업계가 자율적으로 수급조절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5대 농산물에 대한 수급 예측 시스템과도 비교된다.

농식품부는 5대 농산물에 대해서 수급 예측 조직을 신설하고, 통계와 관측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인공지능형 농산물 수급 예측 모형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인공지능형 수급 예측 모형은 다량의 정보(빅데이터)들을 취합·분석하고 인공지능(AI) 등의 과학적 기법을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한 가금육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외국의 값싼 축산물이 밀려들고 있는 가운데 우리 축산물이 설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며 “기본적 통계시스템을 마련하고 자체 수급조절기능을 강화하는 등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산업의 기반이 약해져 결국엔 국내 축산업이 붕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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