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소비 지향… 돼지고기 '리포지셔닝' 필요

[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소비자 요구 반영 한돈 품질 향상
수입육과의 경쟁력 확보 방안 마련해야

한국양돈연구회(회장 권동일)는 지난 14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R&BD센터에서 제14회 양돈연구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주제는 ‘한돈 생존존략’으로 가치소비시대를 맞아 한돈의 품질과 고객 마인드가 강조됐다. 

 

한돈 브랜드 리포지셔닝 필요해 

이날 포럼에선 돼지고기 시장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김태경 축산경영연구소 식육마케터는 최근 일어난 변화 중 하나인 여름철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하지 않고 역으로 하락하는 이유에 대해 단순히 소비의 둔화와 공급의 과잉으로만 해석해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그는 “소비자들 입장에선 삼겹살 로스구이를 40년 가량 먹어 '이제 좀 새로운 것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면서 “지금의 소주는 1970년대와 달리 알코올 도수가 낮아 진한 기름끼 많은 삼겹살 대신 다른 안주들이 많이 개발됐다”고 현재의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이어 “추정해보면 국내 유통되고 있는 삼겹살의 50%는 수입인데 아무리 수출국들이 값싸고 품질좋은 삼겹살을 한국에 수출한다고 하더라도 10일에서 15일 이내에 잘 숙성된 국내산 냉장삼겹살보다는 맛이 떨어진다”면서 “소비자들은 과거보다 훨씬 맛없는 삼겹살을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고 이것이 돼지고기 소비둔화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2008년 이후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겪으면서 소비자들이 가치소비를 지향하고 라이프 스타일이 급격히 다양해진 만큼 한돈산업의 근현대사를 재조명하고 한돈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것은 물론 돼지고기의 리포지셔닝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김태경 식육마케터는 “우리나라의 양돈산업이 거의 같은 품종의 돼지를 거의 같은 사료 배합비로 키워내고 있는데 이는 일제 강점기에 일제에 의해서 학습된 식민지 플랜테이션 농업방식”이라고 주장하며 “한돈은 단순히 이름의 변경이 아니라 사회적인 변화에 따른 브랜드 리포지셔닝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드럽고 냄새없고 신선한 고기

매일 돼지고기 100마리를 유통하고 있는 최영일 피엔씨유통 대표는 포럼에서 한돈의 품질과 함께 한돈은 좋은 돼지고기인지 반문했다.

최 대표는 “소비자들은 부드러운 고기, 냄새 없는 고기, 신선한 고기를 좋은 돼지고기로 말하고 있다”며 유통 현장에서 발생하는 한돈의 클레임 사례들을 소개했다.

그는 한돈의 가격 결정 방법을 비롯해 한돈 생산자와 식육포장처리업자(유통업자)의 관계, 한돈 품질 향상과 관련한 소비자의 요구와 욕구에 대한 대응책, 수입육과의 경쟁력 확보방안 등을 제대로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적 성장 질적으로는 퇴보

이날 포럼에서 안기홍 양돈연구소장은 한돈산업이 최근 5년간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퇴보와 정체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2014년에 비해 지난해 주요지표의 변화에서 양적 수치인 사육마릿수와 출하마릿수는 각각 12.3%, 10.7% 증가했지만 질적 지표인 MSY(모돈 마리당 연간 출하마릿수)는 18.2마리에 머물고, 품질 1등급은 63.8%, 농장사료요구율은 3.34로 큰 변화없이 정체됐다는 게 안 소장의 분석이다.

그는 일본의 사례를 들어 “일본의 지육·생체 품평회는 1년에 2회 정도 실시돼 양돈현장과 유통이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지육창고와 마지막 단계 돼지고기를 살펴보면 균일한 지육은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돈도 지속가능한 생존전략을 세우는 동시에 수입 돼지고기와 차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