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추진 중인
표시기준 변경계획과 관련
수정안 제시했지만
대부분 원래 계획안 유지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농촌진흥청에서 추진 중인 농약(작물보호제) 포장지 표시기준 변경계획이 어느 정도 협의안이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농진청은 지난 7월 연구용역 발표를 통해 농약 용량별로 포장지의 활자크기를 크게 하고, 그림문자를 포함하는 동시에 표기 위치를 통일하는 등의 표시기준 변경안을 제시했다. 이후 지나치게 현실을 무시한 탁상연구라는 지적과 함께 변경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 등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면서 농진청은 몇 차례 제조사, 관련 협회, 농협 등 관계자와의 회의를 진행했다. 이에 8포인트 크기이던 활자크기를 12포인트로 확대할 계획이던 것을 10포인트로 완화하는 등 활자크기 확대 계획을 일부 수정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연구용역 결과를 놓고 제조사 등에서 제기한 다중라벨, 별지 제작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크다는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다”며 “제조사 등의 의견이 충분히 수용된 수정안으로 공청회를 진행해 농업인 등의 의견도 수렴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국작물보호협회 관계자도 “당초 변경안에 대해 업계의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됐지만 협의를 거치면서 업계의 의견을 상당부분 반영한 수정안이 마련됐다”며 “수정안에 따르면 당초 우려했던 수준의 비용 부담은 크게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농진청과 작물보호협회의 설명과는 대조적으로 제조사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일부 활자크기 표시기준이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활자크기가 커지는 이상 다중라벨이나 북라벨, 별지 등의 제작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유다. 또한 농진청의 설명과는 달리 수정안은 원래 계획안의 상당부분을 유지하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8포인트 크기의 글자를 12포인트로 바꾸자고 했다가 10포인트로 바꿔준 게 그렇게 크게 의견을 반영해준 것이냐”며 “12포인트로 하나 10포인트로 하나 어차피 다중라벨이 되고, 별지가 필요한 상황이 오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다른 제조사 관계자도 “글자 크기를 조금 덜 크게 해준 것 빼고는 연구용역에서 제기한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정말로 필요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확실히 구분해서 꼭 넣지 않아도 되는 부분을 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지 다 넣으면서 글자 크기만 가지고 뭐라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수정안에는 ‘농약’ 문자를 크게 하고 용기 마개 색상을 다르게 하며 농약품목별 급성독성 정도에 따라 색띠를 표시하도록 하는 변경안 내용이 유지될 예정이다. 또한 그림문자의 크기도 용량별로 일부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대체로 원안이 유지됐다. 특히 전면에 표기내용 전부를 담기 힘들 경우 후면은 물론 다중라벨, 북라벨, 별지 등을 통해 게재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

또 다른 제조사 관계자 역시 “포장지 표시기준을 바꿀 명분이라도 분명하면 비용이 얼마가 들더라도 따를 건데 포장지를 바꿔야 하는 이유조차 제대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메이저업체만 수정안으로 계산하더라도 업체별로 적게는 3억~4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데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하는 것 자체가 억지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조사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 수정안을 토대로 샘플 작업을 진행 중인 농진청은 샘플 작업이 마무리되면 농업인 등 관계자가 참석하는 공청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어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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