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창동 기자] 


연어도 코끼리도 고향으로 돌아가 생을 마감한단다.

귀소본능. 이 풍진 세상 험난하고 치열하게 다투며 살아온 젊은 날을 뒤로 하고 이제 잠시나마 나 어릴 적 뛰놀던 고향근처 시골마을에서 여생을 한적하게 보내고 싶다. 혹은 남루한 도시생활을 탈피해 시달림에서 벗어나 바람 좋고, 산 좋은 산골에 가 전원일기를 쓰고 싶은 어른의 마음, 이것이 귀농의 주된 동기다.

 

그런데 실상 귀농의 각론에 들어가면 여러 가지 복잡한 애로와 돈에 얽힌 일들이 있어 번거롭다.

조심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말이다. 영농소득이 없어서, 마을주민과의 마찰과 잡음 때문에, 개인적 이유로 도중하차하는 귀농 실패자가 많다고 하는데 사실 이보다 더 직접적이고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귀농정착 성패 여부의 절반은 출발선인 집짓기가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의 로망을 깨부수어 버리면 살고 그 꿈을 이루려면 실패한다.

더 구체적으로 2억원 짜리 집짓고 1억원 짜리 땅 사서 시작하면 실패하고 5000만원 짜리 소박한 집지으면 귀농기간 연장이 된다.
 

대다수 가장들은 모처럼 고향으로 가려니 화려한 금의환향은 아니어도 그나마 ‘체면’ 유지할 정도의 위상은 그려야 한다면서 집을 그럴싸하게 지으려한다. 멋진 환상이다. 여기서부터 일은 꼬인다.

예부터 새집 짖고 망한 경우가 한 둘이 아니다. 10억원을 가지고 귀농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많아야 5억, 작으면 2~3억원을 움켜쥐고 내려오는데 건축에 50% 이상 쓰고 나면 정작 정착자금이 모자라 또다시 도시에서 하던 돈 걱정을 시골 와서도 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부부싸움이 나고 결국 하는 일이 꼬이다가 역귀농하게 된다.
 

귀농을 잘하면 좋다. 인구난에 허덕이는 각 지자체들이 귀농·귀촌인구를 후하게 대접하며 모시려 한다.

혜택과 지원제도도 많다. 각 시·군 농업기술센터가면 모든 것이 열린다. 그러나 그곳에서 집짓는 문제에 대해 직접 멘토링을 해주지는 않는다.

순전히 개인적인 문제기 때문이다, 이 결정은 당사자가 해야 한다. 정착지원자금을 받으며 농막부터, 아니면 컨테이너 집부터 소박하게 시작할 것인지, 하얀 벽, 붉은 지붕의 전원주택을 짓고 그럴듯한 출발을 할 건지는 순전히 개인 몫이다.
 

토지구매와 집짓기 속에는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준공도 못 보고 사기를 당하는 수도 왕왕 있다. 귀농 성패의 안전수칙 제1조 1항이 집짓기다.
 

형의 집을 동생이 공사를 맡아 주는데도 싸움이 나는 수가 더러 있다. 좋은 집 욕심을 부리면 한도 끝도 없이 추가비용이 든다. 못 하나, 장식 하나, 창틀 하나에도 안목을 플러스하다보니 그렇다.

이 일에 골머리를 앓다보면 목가적, 전원적인 생활의 꿈, 베풀며 살려던 아름다운 꿈은 간데없고 팍팍한 도시민의 인정이 도로 되살아나고 시골인정이 싫어진다고 한다.
 

헐한 땅 1000㎡(300평형)만 우선 사고, 괭이, 쇠스랑, 호미 같은 간단한 연장을 사서 천천히 워밍업하다 흙 주무르고 거름을 만지며 잡초와 싸워봐야 한다. 3000만원 짜리 이동농막을 들여놓고 살아봐도 나쁘지 않다.

그러면서 귀농의 진짜 결정을 뒤로 늦춰놔도 된다. 성급하면 어려워진다. 일거에 연소득 5000만원 올리는 부농의 꿈을 이루려다가는 패가망신한다. 제 1조 안전수칙을 곱씹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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