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공어초 설치, 단 한건도 못해
특정인만 입찰 ‘꼼수’ 계약방법 추진하다 사업중단 자초
인공어초 계약방식 관련 국회·감사원·해수부 지적 반영안해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 한국수산자원공단이 감사기관의 지적사항을 무시한 채 수의계약을 이어가다 올해 바다숲 조성사업과 인공어초설치사업이 모두 중단됐다. 사진은 한국수산자원공단 사옥 전경.

- 특정인만 입찰할 수 있는 계약방식으로 변경하려다 바다숲조성사업·인공어초설치사업 중단

- 연내사업 마무리 사실상 불가

- 올해 공단 예산집행률 역대 최악

- 내년 사후관리 사업 지장 우려도

- 해수부·수산자원공단 책임 불가피

한국수산자원공단(FIRA)의 잘못된 대응으로 올해 바다숲조성사업과 인공어초사업이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와 감사원, 해수부는 한국수산자원공단 인공어초설치사업의 수의계약비율이 너무 높다며 이에 대한 개선책 마련을 주문해온 바 있다. 하지만 공단은 수년간 이를 무시하다 올해들어서야 뒤늦게 계약방식 변경을 추진, 올해는 지난 6일 기준 단 한건의 인공어초설치사업도 실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의 인공어초설치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짚어본다.

 

# 수의계약 금액만 2357억원

한국수산자원공단 설립이래 인공어초사업의 수의계약비율은 92.3%에 달한다.

수산자원공단에 따르면 2011년 공단이 설립된 이후 공단이 발주한 인공어초설치사업금액은 총 2553억4500만원이며 이중 수의계약을 통해 사업을 실시한 금액은 2357억4000만원으로 수의계약 비중이 92.3%이었다.

이는 해수부 훈령인 인공어초설치사업 집행 및 관리규정상 예외규정에 따른 것이다. 2017년 관리규정 개정 이전에는 인공어초계약시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하되 특허권을 가진 어초 등은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공단은 대부분의 계약을 ‘예외규정’을 활용해 진행했다.

해수부 훈령이 개정된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해수부는 2016년 실시된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라 2017년 9월 19일 인공어초설치사업 집행 및 관리규정을 개정, 수의계약의 근거가 됐던 조항을 삭제했다. 하지만 공단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계법)과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계법) 등에 따라 수의계약을 이어갔다.

실제로 지난해 공단의 인공어초설치사업 발주금액은 280억3600만원이고 이중 수의계약으로 이뤄진건은 260억1900만원으로 92.85%다.

 

# 국회·감사원·해수부 지적 모두 ‘무시’

수산자원공단은 인공어초 계약방식과 관련한 국회와 감사원, 해수부의 지적사항을 전혀 개선하지 않았다.

해수부는 2013년 실시한 수산자원공단의 복무감사에서 공단이 인공어초사업 발주자로 직접 사업체를 선정하지 않고 지자체가 선정한 특허권자와 121회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 기관경고 처분을 내렸다.

또한 2016년 실시된 정기종합감사에서는 공단에서 인공어초사업의 대부분(94.1%)을 수의계약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 공개경쟁입찰을 확대할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같은 문제는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적됐다. 감사원은 2016년 실시한 감사에서 전남도, 경남도, 인천시 등은 사전에 특허권자와 기술사용협약서를 체결하는 별도의 방침을 마련해 공개경쟁입찰을 실시하고 있다며 해수부 어업자원정책관으로 하여금 수산자원공단이 공개경쟁입찰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권고했다.

국회 역시 이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홍문표 의원(자유한국, 홍성·예산)은 2017년 실시된 국정감사에서 공단의 인공어초 수의계약비율이 90%를 넘는다는 점을 지적,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이만희 의원(자유한국, 영천·청도)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1253억원의 인공어초 계약중 1182억원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하며 인공어초사업의 계약방식을 전환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 ‘꼼수’ 계약방법 추진하다 사업 ‘중단’ 자초

감사기관의 지적을 무시하던 공단은 올해 수의계약비중을 낮추면서 특정인만 입찰할 수 있는 ‘꼼수’ 계약방식으로 변경하려다 바다숲조성사업과 인공어초설치사업이 중단되는 상황을 자초했다.

해수부 수산자원정책과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수산자원공단의 예산집행률은 33.4%에 그치는 상황이며 특히 올해 인공어초설치사업은 단 한건도 실시하지 못했다. 바다숲조성사업과 인공어초 설치사업은 공단의 가장 중요한 사업중 하나이지만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것이다.

올해 인공어초 설치사업이 전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수산자원공단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올해 공단은 수의계약 비율을 낮추기 위해 계약방식 변경을 추진했다. 그 결과 제시한 대안이 지명경쟁입찰이다.

지명경쟁입찰방식은 건설공사 등에서 이용되는 입찰방식으로 특허 등 기술을 가진 업체를 발주처가 지명하고 지명된 이들에게만 입찰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국계법 시행령에 따르면 지명경쟁입찰은 계약의 성질이나 목적에 비춰 실적이 있는 자가 아니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곤란한 경우로 입찰대상자가 10인 이내인 경우, 수의계약이 가능한 경우 등에 대해 실시할 수 있다.

그러나 공단의 이같은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조달청이 지명경쟁입찰의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이를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기존에 공단은 국계법이나 지계법에 따라 특허 또는 실용신안등록으로 인해 대체·대용품이 없다는 점을 수의계약의 근거로 들어왔다. 지명경쟁입찰이 복수의 업체를 공단이 직접 지명, 입찰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지명경쟁입찰을 새로운 계약방식으로 검토한 것이다. 이는 공단이 수의계약을 해왔던 인공어초들이 대체·대용품이 있으며 이같은 사실을 공단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공단 입맛에 맞는 특정업체만을 입찰에 참여하도록 하는 꼼수 계약방식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산자원공단이 계약방식 변경 문제로 혼선을 빚으면서 올해 공단의 예산집행율이 역대 최악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공어초 설치사업은 시공사 선정이후 시공에만 3~4개월이 소요된다.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한 계약절차에 한 달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계약방식을 확정해 입찰에 나서더라도 연내에 사업을 마무리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불이 이같은 저조한 예산집행률은 내년도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공단은 인공어초 설치 이후 사후관리를 실시하는데 올해 인공어초 설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내년도 인공어초 사후관리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해수부·공단, 책임 피할 수 없어

공단의 인공어초 설치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데 대해 해수부와 수산자원공단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수부는 자체 감사에서 두 차례에 걸쳐 공단의 높은 수의계약비율을 문제삼은 바 있으며 감사원에서는 해수부로 하여금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요구하고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해수부는 2017년 9월에 훈령을 개정해 수의계약의 근거가 됐던 조항을 삭제했다. 하지만 지난해 공단의 수의계약 비율은 92%를 기록했다. 제대로 된 지도·감독이 이뤄졌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해수부 수산자원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감사원, 국회 등의 지적사항을 반영해 계약방식을 변경, 향후 공개경쟁입찰로 변경될 것”이라며 “더불어 현재 제기된 공단의 문제점에 대한 쇄신방안을 수립해 공단 조직의 문제점을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은 이와 관련 참고자료를 통해 “한국수산자원공단 인공어초 계약현황관련 수의계약건은 국가계약법 제26조 제1항 제2호 아목에 따라 특허보유업체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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