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정부가 우리나라의 WTO(세계무역기구)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일 우리나라의 개도국 지위문제와 관련 관계부처와 함께 다각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 통상 압력을 감안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미 트럼트 대통령은 지난 7월 부유한 개도국들이 WTO개도국 우대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WTO를 개혁할 것을 USTR(미무역대표부)에 행정지시했다.

이번 행정지시에는 60일 이내 진전사항을 보고하고, 90일(10월23일까지) 이내 개도국 지위와 관련 실질적인 진전이 없을 경우 이들 국가들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중단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발언 이후 불똥이 튈 걸 우려한 타이완, 브라질,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등은 이미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미국의 통상압력이 거세질 경우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겠다는 판단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업계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같은 정부의 행보를 일제히 맹비난하며 절대 불가 입장을 천명하고 나섰다. 농업계 각 단체들은 연일 이번 사태에 대한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투쟁을 선포하고 있다. 
 

지금의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게 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농업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최근 연이은 농축산물 가격하락으로 농축수산업계가 휘청이고 있는 이 때에 이같은 날벼락같은 소식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나 진배없는 상황이다. 
 

WTO체제하에서 개도국과 선진국 대우는 관세감축과 보조금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  현재 농업분야에 한해 적용되고 있는 개도국 지위가 사라지게 될 경우 지금보다 큰 폭의 관세감축과 보조금 감축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국내 농업현실은 이를 수용하기 어려운 열악한 상황이다. 선진국에 걸맞는 농업규모를 이루지 못했다.

아직도 영세 고령농의 소규모 다품목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는 순간 자칫 생산기반 자체가 붕괴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도 농업선진국과의 잇따른 FTA(자유무역협정)으로 국내 농축수산업계는 연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가 어려운 농축수산업계를 살피지 않고 개도국 지위 포기를 전격 선언할 경우 생계위기에 직면한 농축수산업계의 강한 저항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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