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계 반발
농업·농촌 생존권과 직결 …반드시 지켜내야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WTO(세계무역기구)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농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개도국 지위는 보조금 문제와 관세감축폭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이를 포기하는 것은 농업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산자부에서는 “WTO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의 실익이 크지 않다”며 “개도국 지위 포기로 방향을 잡고 추진, 관계 부처들과 협의 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김광천 한국농축산연합회 사무총장은 “우리 농업계의 안전장치로 가져가야 하는 개도국 지위를 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의해 포기하는 것은 농업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안보 등의 문제와 관련해 불가피하더라도 정부가 농업을 포기하는 것을 농업인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반발했다.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도 “농업분야에서는 WTO 개도국 지위를 잃게 되면 수입 관세가 더 낮아지고, 농업 보조금도 축소되기 때문에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며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단호히 대처해 농업주권과 통상주권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축산단체들도 WTO 개도국 지위 포기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농업계의 의견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홍길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수입 축산물 급증으로 국내 축산업에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개도국 지위마저 포기한다면 농업과 농촌의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며 “정부는 농촌의 생존권을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고 이해당사자인 농축산업계와의 협의를 거쳐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농업계의 목소리와 함께 WTO 개도국 지위를 상실하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개도국 지위를 잃게 되면 보조금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는 만큼 이에 해당하지 않는 공익형 직불제를 도입하고 농업분야 가격리스크를 완충할 수 있는 가격변동직불제를 도입하는 등 분명한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 수정안에 따르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경우 쌀의 경우 현재 513%인 관세율이 393%로 낮아진다. 쌀 직불금도 농업보조금총액(AMS)인 8195억원으로 절반가량 줄어들 게 된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실적인 측면에서 개도국지위를 상실할 우려는 존재하는 만큼, 농업의 가격리스크 대책을 수립해 제시하고 당해년도 생산과 직접 연계된 지원과 설계주의적 사업지원 방식을 허용보조 또는 감축대상 제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다양한 차원에서 농업인 등과 가격리스크에 대한 안전장치 확보 방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다음날인 지난 5일 “개도국 지위 관련 정부 입장은 결정된 바 없으며 농식품부는 여전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산자부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 관련 보도내용을 적극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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