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순 한국농식품유통품질관리협회장(강원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한국의 농산물 수출은 매년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고, 이것이야 말로 한국의 농산업이 지향해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농산물 수출 100억달러 달성을 위해 농산물 산지유통센터(Agriculture processing practice center, 이하 APC)의 역할, 국가 농산물 품질관리 조직의 변화 그리고 수출업체에 대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신선 농산물의 경우 수확후 저장, 유통 중 발생하는 부패, 품질저하 등 손실 경감기술이 절실하다. 보고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품목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원예작물의 수확후 손실률이 선진국은 7~10%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30~35%로 상당한 차이가 나타나고 손실액으로 보면 약 4조원에 달하고 있다.

손실률이 높다는 것은 유통되고 있는 농산물의 품질도 상대적으로 소비자의 만족도에서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손실률을 경감하기 위해서는 수확, 예냉, 저장, 포장, 출하전 과정에 대한 국가차원의 포괄적 대책이 필요하다.

농산물의 체계적인 유통을 위해 1990년대 초부터 지속적으로 APC가 건립돼 전국에 거점 15, 중소규모 450, 민간포장규모 유통센터 350 등 총 815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이와 같이 많은 APC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APC를 경유해 유통되고 있는 농산물이 36% 밖에 안 된다는 것은 생산자와 APC 운영자간의 입장에서 괴리감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실제로 현장의 소리를 들어보면 생산자의 경우 공선비가 너무 많이 들고, APC 측의 경우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에 따른 인건비 상승과 연관된 공선비 증가에 대한 애로사항이 있음을 대변한다. 그 외에도 수확후 품질기술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60~70%로 비교적 낮은 상태이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APC의 순환근무 체제에 따른 전문성 결여도 지적되고 있다.

생산자와 APC간의 입장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시설 및 장비의 현대화를 위한 R&D(연구개발)에 대한 적극 투자와 APC 종사자의 전문성 강화가 우선할 필요가 있다. 
 

국내의 농산물 품질관리를 전담하고 있는 조직은 농촌진흥청 산하에 국립농업과학원 수확후 관리 공학과, 국립식량과학원 수확 후 이용과,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저장유통과, 국립축산과학원 축산물 이용과 등 각 기관이 있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품질관리 전담부서로 흩어져 있어 통합적이지 못하고 각 부서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적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만약 이들 부서의 조직과 인력을 유기적이고 통합적으로 운영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완벽한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다. 따라서 농산물 수확 후 관리를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새롭게 구축, 기능과 역할을 분담해서 운영할 필요가 있다.

특히 농산물의 내수와 수출을 위해 생산지부터 소비지까지의 일관체계로 수확 후 관리의 효율적인 기술개발과 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수출에 대한 R&D 투자가 기관마다 다르고 중복돼 지원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되고 있는데, 이러한 부분은 통합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끝으로 수출농산물의 수확 후 관리의 일원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수출업체의 난립으로 한 지역의 농산물이 여러 개의 회사를 통해 수출이 이뤄지고 있고, 수출업체 마다 가격경쟁의 과다출혈, 수확 후 관리기술이 다르기 때문에 품질의 균일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수입국 입장에서는 한 회사의 상품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농산물이라고 지적하기 때문에 수출회사의 수출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통합적인 기술지원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향후 APC의 역할 개선, R&D 조직의 개편, 수출업체의 통합적인 운영이 보장된다면 우리나라 농산물 수출 100억불 시대가 곧 도래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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