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남 제주대학교 생물산업학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풍선의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룩 튀어나온다. 풍선효과다. 어떤 부분의 문제를 너무 누르면 다른 부분의 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오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국내 비료산업에서도 풍선효과가 크다. 국내 무기질비료 가격은 농협의 비료가격 억제 정책에 따라 매년 낮아질 수밖에 없는 여건인데 수입비료나 다른 비료가격은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무기질비료는 대부분 농협을 통해 공급된다. 농협은 농업인에게 비료를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최저가 입찰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국내 비료회사 중 비료가 남고 공장 가동률이 50%를 밑도는 회사가 많아 공장 가동을 계속하기 위해 출혈입찰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국내 비료가격 억제정책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는 고민해야 한다. 과도한 비료가격 억제 정책은 국내 비료산업의 미래를 위한 기술개발과 시설 투자를 위축시켜 문제가 될 수 있고, 비료가격 자유화는 농업인에게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21복비는 질소·인산·가리 총 함유량이 55%나 돼 농업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비료다. 이 비료의 10년 전 가격은 20kg 한 포대에 2만원이 넘었다. 지금은 1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농협의 비료 최저가 공급정책의 결과다. 반면 21복비와 성분량이 비슷한 2종복비는 일본에서 수입 시 20kg 한 포대에 2만원이 훨씬 넘는다. 농협이 아니라 대리점, 농약사 등을 통해 판매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수입비료인 4종복비의 가격은 더 비싸다. 농협의 입찰비료에 포함되지 않아 판매처와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10kg 한 포대에 3만~6만원으로 다양하다. 국내산 2종복비에 비해 10배 가까이 비싸다.

4종복비는 물에 잘 녹고 효과가 빠르다. 작물의 생육 과정을 보면서 농도와 양을 조절할 수 있어서 정밀농업에 사용되는 미래형 비료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국내 비료업계에서도 4종복비 개발을 위한 기술투자가 필요시 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국내 비료회사가 망설인다. 지금 판매하고 있는 2종복비도 손해를 보지 않고 판매하는 것이 힘에 버겁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한 비료업체가 요소 5만톤을 납품하기로 농협과 계약을 했다. 그러나 손실액이 너무 커서 조금 납품하다가 포기했고, 농협 자회사인 남해화학에서 손해를 떠안고 나머지 요소비료를 공급한 사례가 있었다.

농업인에게 비료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건 맞는 얘기다. 그러나 국내 비료산업이 위태롭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포기하게 된다면 앞으로 우리 농업인은 비싼 수입비료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딜레마에 빠진다.

비료가격 정책은 개선돼야 한다. 농업인의 비료 구입비 부담을 낮추려면 농협 공급 국내 비료뿐만 아니라 수입비료도 정당한 가격으로 유통될 수 있도록 정책과 유통시스템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국내 비료에는 최저가 입찰 방식을 유지해 가격을 누르고 수입비료는 비싸게 팔아도 모른 척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업인에게 되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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