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일 강원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산해진미가 가득했던 추석 명절에 너무 많이 먹었다. 고등동물 중에서 욕심껏 먹어 놓고 소화가 되지 않아 소화제를 찾는 동물은 사람밖에 없다. 우리는 많이 먹는 것을 보고 돼지같이 많이 먹는다고 하지만 돼지가 소화제를 먹는 경우는 없다. 

먹는 양은 식욕에 의해서 조절되는데 이 식욕은 매우 오묘하게 조절된다. 머리의 간뇌 시상하부에서 먹이를 섭취하도록 지령을 내리는 섭취중추와 배가 부르면 섭취를 중지시키는 만복중추가 다양한 자극에 대해 반응해 공복감과 만복감을 갖게 되고 이 두 개의 균형으로 먹는 양이 조절된다는 것이다.

공복감과 만복감이 전적으로 신체의 영양소 요구에 의해 조절된다면 과식이나 비만은 물론 이에 따른 질병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식욕은 생리적인 요구 외에 감정이나 심리적 상태 등 감성에 따라 밀접한 영향을 받는다.

동물 중에는 인간이 이에 더 예민하다. 인간의 식욕이 신체의 생리적 반응보다 감성적으로 흘러 제동하기 어려워져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는 것이다. 인간의 욕심도 지나치지 않도록 동물에게서 배워야 하는 이유다.  

또 하나 동물의 먹이 섭취량을 조절하는 중요한 기능은 항상성(Homeostasis)이다. 항상성이란 모든 동물은 호흡, 순환, 수분보유, 삼투압 등 생체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체내환경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조절하는 기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먹이를 섭취하는 것과 먹는 량을 조절하는 것도 크게 보면 항상성의 범위 내에서 작동된다.

무제한으로 풀을 먹을 것 같은 반추(되새김)동물의 제 1위(반추위)에서도 이러한 항상성이 작동한다. 반추위는 단순히 거대한 먹이 저장고나 무질서한 미생물의 서식처가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제어돼 항상성이 유지되고 있는 오묘한 연속 발효조이다. 사료를 섭취하면 섭취직후 반추위의 용량이 급격히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반추동물은 사료를 섭취할 때 우선은 대충 씹어 대부분이 원형의 상태로 반추위내에 들어간다. 반추위내에 들어간 사료는 비중과 무게에 따라 맨 밑바닥부터 전날 먹은 사료, 농후사료, 당일 먹은 사료 순으로 쌓인다.

그 후 주기적인 반추위 운동에 의해 이 내용물은 전후상하로 움직여 섞이며 미생물과 꾸준히 혼합돼 미생물 발효작용이 개시되고 토출, 저작, 다시 넘김 등의 되새김을 통해 제 3위로 보내진다. 제1 위의 내용물이 제 3위 이하로 보내짐에 따라 내용량은 점점 감소하지만 일정량의 내용물은 남아 매일 항상성을 유지하게 된다.

즉, 섭취한 사료가 많으면 제 3위로 보내지는 양도 많아지고 적으면 보내는 양도 적어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동물은 인간보다 훨씬 영리하게 먹는 량을 조절하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순리를 거스르는 일이 없다. 동물에게서 모든 세상의 이치가 일련의 오랜 축적 과정을 통해 얻어짐을 배워야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동물들과 공존해오면서도 동물들의 많은 비범한 재능을 느끼지 못한 이유는 단순하다. 동물의 비범한 재능이 평범한 인간 눈에는 비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동물은 감정이 없고 지능이 전혀 없다고까지 말한다.

동물에게는 오직 행동밖에 없으며 그 행동이라는 것도 주위 환경으로부터 보상과 처벌 및 긍정적 또는 부정적 보상학습에 의해 결정된다고 인간은 말한다. 절대 그렇지 않다. 동물은 범위나 그 조절 한계를 벗어나는 어떠한 원인이 가해지지 않는 한 항상성이라는 자동적인 조절 능력을 발휘한다.

가축을 경제적 동물로만 보고 부자연스러운 사양관리가 지속되면 질병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 이유는 동물이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범위, 다시 말하면 항상성이 파괴됐기 때문이다. 동물은 사람보다 훨씬 많이 새로운 것을 늘 접해야 하고 모든 상황에 항상 준비하는 감각이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항상성이 깨지는 이상으로 많이 먹지 않는다.

왜 사람은 배가 부를 때까지 과식을 할까? 바로 인간의 감성적 욕구인 무한욕심 때문이다. 사람은 그저 새로운 것들을 기존의 범주에 자동적으로 포함시켜 먹는 것조차도 인위적으로 제어 가능하다고 과신한다. 항상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균형적인 감각으로 준비하는 동물의 유비무환 감각이 과식을 부르지 않는 이유다. 인간은 동물에서 과식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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