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양돈 축사에 철제 울타리 강화하기로

[농수축산신문=김창동 기자] 

▲ 천북면 광천읍 일원 양돈농가 분포도

9시간의 사투. 그야말로 피 말리는 긴장과 초조의 시간이었다. 보령시 천북면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신고는 전쟁으로 치면 적군 침투조에게 아군 심장부를 급습당한 거나 다름없는 충격 그 자체였다.

지난 6일 천북면 A농장의 돼지 폐사신고에 방역당국은 물론 축산업계 전체의 긴장이 고조됐다.

A농장의 높은 수준의 시설과 방역실천 상태를 익히 잘 아는 충남도 당국과 인근 축산농가들은 “이럴 수도 있는 거냐”며 패닉상태의 하루를 보냈다. 이 농장은 실명으로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중견 사육농가이며 양돈기업체다. 이곳은 방역수준은 차량이나 사람이 농장에 접근 하려면 적어도 4~5단계 소독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범접하지 못하는 까다로운 매뉴얼을 지키는 농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보령 천북면은 국내 최대 양돈밀집지역인 충남 홍성과 인접해 있다. 이곳에서는 22만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다. 보령시 천북면과 홍성군 은하면, 결성면, 광천읍 등 4개 읍·면은 반경 10km 안에 있다. 이곳에만 51만5000마리의 돼지가 있다. 보령시와 홍성군 전체 사육마릿수 85만9000여마리의 딱 60%다.

상상하거나 가정해서도 안 될 일이지만 이 지역 양돈산업의 GRDP(지역내총생산)와 부가가치, 연관산업에 끼치는 영향, 고용창출 문제 등 한국 대표 축산기반이 무너지면 그 피해가 수십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6일 밤 10시 최종 음성판정으로 발표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게는 했지만 지난달 29일 광천읍 도축장 폐사 신고에 이어진 천북면 농장의 신고가 농가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충남도는 전시 수준의 방역 상태를 계속유지 하고 예찰을 강화하고 있다.

사실 이날 충남도 일부 방역관계자들은 그들만의 수의학적 판단으로 ‘음성’을 미리 간파 하고 있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입도 벙긋 못하게하는 철통 보안 속에서 농림축산식품부의 최종 발표를 기다렸다는 후문이다. 청색증후군에 고열, 호흡기이상 등 A농장 7마리 돼지가 폐사한 증상은 ASF와 매우 흡사한 유사질병으로 비 전문가들이 판단하기는 난해한 양돈 증후군으로 알려졌다.

충남도의회도 지난 7일 오전 긴급 임시회의를 소집해 ASF를 포함한 구제역, AI(조류인풀루엔자) 가을철 방역 대책을 숙의했다.

경기도 연천군 철책인근에서 나온 야생멧돼지 사체에서 바이러스를 확인한 것이 단서가 되고 있어 돈사 시설강화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충남도의 경우 축산법의 방역시설 규정을 고쳐서라도 철제 담장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농장 규모에 따라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설치비가 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홍성군 은하면 황의철 씨는 “중규모 농가들도 시설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축사주변에 메타스콰이어 같은 속성수를 심어 축산냄새를 줄이고 방역효과도 거두는 한편 철제펜스를 쳐 설치류 등 애생동물의 접근을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국가의 경우 지역단위는 물론 국경 전체를 담장을 치기도 한다. 지금 충남은 가축질병과의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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