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오래 키우던 비효율적 사양관리 개선될 듯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上> 소 등급판정기준 보완으로 달라지는 것들
  <下> 특별한 사양관리 필요한가

 

축과원 사양관리 프로그램 공개
단기 비육 통해
약 936억 생산비 절감 효과

무리하게 사료·첨가제 등 
바꿀 필요 없어
단기 비육 프로그램 적용해도
한우고기 맛 차이 안나

 

오는 12월 1일부터 보완된 소 등급판정기준의 적용으로 도체중이 크면서 고기 생산량이 많은 소도체가 좋은 등급을 받게 된다. 대신 1++ 등급의 육질 등급 범위가 넓어지는 등 육질 기준은 크게 완화됐다.  

이에 현재의 사육 방식과 동일하게 키우며 28개월령에 출하해도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과 바뀐 소 등급판정기준에 맞춰 전반적인 사양관리 등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혼재하고 있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한우 농가들은 소 등급판정기준 개정안에 어떻게 대비해 나가야 할까? 
 

장기 비육에 불가식지방만 늘어

기존의 등급판정기준에 따르면 근내지방도(마블링)가 높은 소가 좋은 육질 등급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다보니 농가들은 한우를 장기 비육하고 특히 비육 후기에 영양소 농도가 높고 섬유질 함량이 낮은 농후사료를 많이 먹이는 등 근내지방량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다해왔다. 

‘슈퍼소’라 불리는 거대한 소 역시 개량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근내지방량을 늘려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무리하게 사료를 많이 먹인 결과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하지만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투입하는 자본과 시간, 노력에 비해 근내지방도 상승 등 농가가 취할 수 있는 이득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슈퍼소처럼 큰 소일수록 사람이 먹을 수 없는 불가식지방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득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물품질평가원은 29개월 이상 장기 사육을 하더라도 평균 근내지방도는 상승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더불어 이번 개정안을 통해 근내지방도 기준 범위 조정에 따라 사육기간이 29개월로 단축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업계에서도 도체중이 큰 슈퍼소들의 경우 불가식지방이 너무 많아 굳이 이렇게까지 키워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소 등급판정기준이 보완됨에 따라 근내지방도를 높이려 무조건 장기간, 크게 키우던 비효율적인 사양관리 방식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축과원 사양관리 프로그램...생산비 절감 효과 클 것 

한우 농가들은 당장 12월부터 적용될 개정 등급판정기준에 맞춰 특별한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많다. 기존의 사육 방식대로 키우다 현재보다 현저히 낮은 등급을 받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가들이 사양관리 방식을 바꾸는 등 극단적으로 변화를 꾀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좀 더 제대로 사양관리를 하고 싶다면 축과원에서 만든 사양관리 프로그램을 따르는 정도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하 축과원)은 한우의 비육 기간을 평균 31개월에서 28개월로 3개월 단축하면서도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사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공개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가소화 영양분(TDN, 소화ㆍ흡수돼 얻을 수 있는 영양소)와 조단백질의 비율을 성장속도에 맞게 설정했으며, 단기 비육을 통해 약 936억900만원의 생산비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장선식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농업연구사는 “강화된 육량 기준에 맞추려면 도체중과 등심면적은 늘리고 등지방은 얇게 키워야 한다”며 “현재와 같은 사육 방식에서 불가식지방을 줄이는 쪽에 초점을 두고 개선하면 농가도 큰 무리 없이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연구사는 “비육 후기에 도체중을 늘리기 위해 많은 양을 먹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적절히 제한해야 육량 등급도 올라간다”며 “세세한 프로그램의 적용은 각자 자신의 농장과 소의 특성에 맞는 방법을 파악해 적용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리하게 사료·첨가제 등 바꿀 필요 없어

한우 농가들은 새로운 사료와 첨가제 등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무리하게 사료까지 바꿔가며 위험부담을 안을 필요는 없다”며 “조금씩 변화를 줘 가며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도 “사료업체들이 흔히 29개월을 즈음해 초음파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몇 개월씩 더 사육하거나 사료첨가제를 추가할 것을 권한다”며 “초음파 진단 결과 자체의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에 휘둘리지 않고 나름의 소신을 갖고 사육하면 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편 한우 농가들은 행여나 비육 기간이 짧아질수록 고기의 맛이 싱거워질까 가장 걱정하고 있다. 이에 축과원은 “전자혀, 전문가 시식 평가를 시행한 결과 단기 비육 프로그램을 적용한 28개월령 한우고기와 31개월령 한우고기의 맛에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하며 농가들의 과도한 불안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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