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단체, WTO 개도국 포기 규탄
농업인 요구사항 충분히 수렴
식량주권과 농업인 보호에 앞장서야

▲ WTO 개도국 지위 유지 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은 지난 18일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WTO 개도국 지위 포기방침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이한태 기자] 

“WTO(세계무역기구) 개도국 지위 유지를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농민의길과 한국농축산연합회 소속 30여개 농업인단체로 구성된 ‘WTO 개도국 지위 유지 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은 지난 18일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같이 성토했다.

WTO 개도국 지위는 농업과 농업인의 마지막 버팀목인데 최근 정부에서 이를 포기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농업계가 공동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날 농민공동행동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촉발된 이번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움직임과 관련해 정부 각 부처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농업과 농촌을 직접 챙기겠다는 대통령이 나설 것을 촉구했다.

임영호 한국농축산연합회장과 박행덕 농민의길 상임대표는 “정부에서는 그동안 농업인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약속은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이제는 희생을 넘어서 목숨까지 내놓으라는 식의 선언적 개도국 지위 포기를 즉각 철회하라”고 말했다.

김옥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도 “정부가 태풍 피해 대책도 제대로 내놓지 못하면서 무슨 WTO 개도국 지위 대책을 운운하느냐”며 “국익이라는 말로 농업은 희생해도 된다는 관료들의 인식이 팽배한 만큼 대통령이 직접 농업을 챙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농민공동행동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방침 철회를 선언하십시오’라는 제하의 공개서한을 청와대 농업비서관실에 전달하기도 했다.

정한길 가톨릭농민회장과 이명자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은 “한국농업은 20년 전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만큼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방침을 철회하라”며 “통상주권과 식량주권, 통일대비 농정 실현으로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도 같은 날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종합감사를 통해 WTO 개도국 지위 논란에 대해 농식품부의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했다.

김종회 의원(무소속, 김제·부안)은 “농식품부는 개도국 지위 상실시 예상되는 피해와 대책에 대해 현재 유효한 WTO 농업협상이 진행되지 않아 영향분석이 어렵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내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트럼프가 미국 국민과 산업을 지키기 위해 압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농식품부 역시 타 부처의 힘에 밀릴지라도 식량주권과 농업인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면서 “농식품부가 목소리를 내야 정부가 농업인 피해에 대한 성의있는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고 농식품부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 천안을)도 “향후 수입관세 철폐율이 증가하면서 농업분야의 시장개방화가 점차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특단의 대책 없이 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는 것은 절대 불가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박 의원은 “시장 개방화 속에서 농식품부의 제1과제는 농업의 현재를 넘어 미래를 설계하고 대비하는 일”이라며 “무엇보다 농업인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수렴하고 수용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지적에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농산물 관세나 농업보조금에 당장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정부는 차기 협상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감안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개도국 특혜 유지여부와 관계없이 WTO 허용보조금 형태인 공익형 직불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경쟁력 강화, 국산 농산물 수요 확대 등 선제적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 국회 농해수위는 ‘WTO 체제에서의 개발도상국 지위 유지 및 대책 마련 촉구 결의안’을 채택, 정부가 WTO 개도국 지위 유지와 차기 협상에 대비한 우리 농업의 피해 최소화 조치를 즉각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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