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송아지 사들여 개량기간 단축한 게 비결이죠"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한우 사육 10년차에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니 그저 얼떨떨합니다.”

제22회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전남 고흥 박태화 크로바농장 대표의 수상 소감이다.

박 대표는 2010년부터 한우 사육을 시작한 늦깎이 한우인이다. 그것도 애초에 한우만을 전문적으로 키워보겠다고 뛰어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유자를 좀 더 잘 키워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복합농으로 시작한 게 한우였다. 그런데 이번에 한우 사육 10년도 안돼 대통령상까지 수상하는 ‘큰일’을 이뤄냈으니 얼떨떨하다는 소감이 나올 수밖에. 

▲ 대통령상을 수상한 박태화 씨(왼쪽)와 아내 배자영 씨가 수상소감을 묻자 환하게 웃고 있다.

우량 송아지 확보...수상으로 이어져

그는 “좋은 퇴비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한 한우에서 이런 좋은 결과를 내게 돼 감개무량하다”며 “좋은 송아지를 사들여 개량 기간을 단축한 게 유효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20년간 유기농 유자를 키우며 2011년에 전남 과수 유기농명인에 지정되고 이후 친환경농업인 상까지 받아 이미 유명세를 탄 경험이 있을 정도로 유자 쪽으로는 정평이 나 있다. 그런 그가 퇴비 때문에 한우를 시작하겠다며 시세보다 5배 가량 높은 가격에 송아지를 사들이니 주변에선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2010년 송아지 가격이 많이 떨어져 좋은 송아지도 80~100만원 가량 할 때였거든요. 그럴 때 4계대 이상 우량 송아지를 450만원에 사들였으니 주변에선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그가 우량 송아지를 들이게 된 데에는 1970년대 말 아버지의 양돈 농장 운영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 국내 자돈 가격이 12~13만원 하던 때에 덴마크에서 종자가 좋은 자돈을 200만원에 사와 품질 좋은 돼지를 생산해 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왕 한우를 키우려면 고급육에 목표를 둬야 한다고 생각했고 좋은 송아지를 사들이는 데 과감히 투자했다. 

이번에 대통령상을 수상한 출품축 역시 이때 사온 송아지의 후대 소들이다. 국내에서 60여마리밖에 없는 초우량암소의 직계 아들소다. 

박 대표는 “이번에 출품한 소는 초우량암소에게서 난 소 3마리 중 도체중이 가장 작았다”며 “혈통이 좋기도 하지만 초음파를 찍어보고 확신이 들어 도체중 가산점을 포기하면서까지 출품한 소였다”고 말했다. 

 

‘기본에 충실’·‘꾸준한 공부’가 비법

박 대표가 대통령상을 거머쥐게 된 데에는 숨은 노력도 있었다. 그는 한우 사육을 시작한 이후 끊임없이 한우 개량에 대해 공부해 온 노력파다. 순천대학교에서 2년의 한우 마이스터 과정을 거쳤으며, 한우를 시작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전국의 내로라하는 한우 개량 우수 농가를 찾아다니며 공부했다. 한우 사양관리 쪽으로 이름난 교수와도 인연을 맺고 조언을 얻었다.

박 대표는 유자와 한우 분야에서 모두 최고가 될 수 있었던 비법을 묻는 질문에 “한우도, 유자도 기본에 충실하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소에게도 사람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물을 주고, 바닥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편하게 되새김질 할 수 있도록 자주 환기를 시킨다”며 “소가 편안해야 성적도 잘 나온다”고 소소한 사육 팁을 전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유전 능력이 우수한 암소 집단이 형성된 상태”라며 “유자 재배는 좀 줄이고 한우는 현재 110여마리인데 딱 지금의 2배까지 늘려볼 생각”이라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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