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성경일 강원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 교수 

세계 각 나라는 국가의 경제성장을 위하여 글로벌 스탠다드나 세계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농업에서도 대량생산방식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이 지구온난화와 식량위기로 직결된다는 지적과 함께 세계에서 중요한 식량 생산자들은 소농이라는 것을 여러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ha미만의 영세소농가의 비중이 매년 줄어드는 반면 5ha를 초과하는 대규모농가 비중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2ha 미만의 소규모농가비중이 전체의 85%이상으로 우리나라 농업구조는 여전히 소농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농가소득이라는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보면 농가는 규모화와 전업화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러다보니 다수의 소농이 갖고 있는 토지를 소수의 대농(상업농)이 소유하여 국제경쟁력 향상이라는 미명하에 근대적 기계화 농업과 균일화 농업을 지향한다. 그런데 지금의 농업농촌의 현실은 어떤가?

오늘도 우리의 농업농촌은 여전히 어렵고  환경오염 및 파괴 등의 문제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농촌의 과소화나 고령화는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시장개방이 가속화 되고 있지만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뾰족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실제로 농업의 어려움이 국가경제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음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농가의 대다수가 소농인데 농업정책은 대농중심으로 진행되어 일부 소수의 대농만이 소득을 올리는 농업근대화의 모순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농업농촌은 다양한 다원적 기능을 갖고 있다. 농산물생산과 생활공간 제공, 토양보전, 수자원함양, 대기환경보전, 어메니티자원 제공, 도농교류 및 소통의 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농은 이러한 다원적 기능의 역할을 어떠한 대농이나 산업분야보다도 크게 하고 있는 것이다. 소농은 아름다운 농촌을 유지시키는 중요한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자손 대대로 농업 기술을 전수하는 기능을 해 왔다.

그들은 오랜 과정 속에서 아름다운 문화경관을 만들어 내고 그 속에서 지역마다 고유의 풍습과 전통 등 다양한 문화가 태어났다. 더불어 소농은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데 크게 기여해왔다.

소농은 산간지나 계곡과 습지 등의 자연환경조건 즉 토지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것에 적합한 농산물을 배치해 자연의 힘을 최대로 발휘시키는 농업을 해왔다.

소농은 토지의 자연적인 제약조건을 극복하기 위하여 농지를 개량하고 재배법을 개선하는 등 토지생산성 향상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지만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법을 알고 있다.

그들은 비가 오면 비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눈이 내리면 천혜자원으로서 잘 활용한다. 자연에 철저히 순응해 가며 인위적인 것과 잘 조화를 이룬다.

소농이 주위의 자연환경과 잘 어울리는 농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결과 지역 환경에 맞는 다양한 생물(송사리, 개구리, 물방개 등)들이 자연스럽게 서식하게 된다. 소농이 자연의 생명력을 불어 넣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지속가능한 농업이다. 
 

지구적 규모에서 진행되는 환경파괴는 현대과학기술과 현대농업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우리는 그 책임에서 벗어 날 수 없다.

농업은 식량생산을 통해 인간의 생존이라는 것을 책임지고 있으므로 생산기술이 한 부분에서라도 환경파괴를 일으킬 요소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다양하게 퍼져나간다.

우리가 진심으로 반딧불과 피라미물고기를 볼 수 있는 농촌을 그리워하고 원한다면 소농은 없어져야 하는 대상이아니라 농촌에 제대로 정착하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소중한 가치이다.

현대사회에서야 말로 소농의 존폐이유를 화폐가치가 아닌 또 다른 가치에서 발견해 한국농업을 뒤덮고 있는 화폐경제중심의 농업구조를 조금씩 변화시키는 행동이 절실히 요구된다.

자연과 땅과 다양한 문화를 지켜온 소농의 귀중한 가치를 사회비용으로 꼼꼼히 따져봐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폐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소농의 가치를 너무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농업관련 학자와 공무원 그리고 경제학자 모두가 진지하게 검토할 시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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