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가공·유통뿐 아니라 지역 농업인과 상생 발전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홍천군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지역농산물 소비에 앞장서는 청년농업인이 있다. 귀농 8년차 박근호 수수한영농조합법인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단순 자가 생산, 가공, 유통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재배된 농산물을 추가적으로 수매해 고령농업인들의 수취가 제고와 판로확대에 앞장서고 있는 박 대표를 만나봤다.

▲ 수수한영농조합법인의 절임배추 가공 현장

# 현장 농업 지식부터 갖춰

박 대표는 8년 전 서울에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카페를 하다가 아버지가 평생 동안 일궈온 참숯의 명맥을 잇기 위해 홍천으로 귀농했다. 당시 단순히 참숯 생산, 유통을 돕고자 내려왔으나 주변의 농가들을 보며 농업도 경쟁력만 갖춘다면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에 강원대 마이스터 대에서 친환경 채소 관련 수업을 청취하게 됐다. 땅 한평 없었지만 농업인을 꿈꾸기 시작했다.

2012년 9900㎡(3000평) 농지를 임대해 대추토마토와 멜론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이후 4년 동안 다양한 품목에 대한 이론, 실습 교육을 마친 박 대표는 주변 농가와 인터넷 등을 통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영농활동 지식을 쌓기 시작했다. 이론과 실무를 학습했지만 부족한 점이 많아 4H 연합회에 가입했다. 열심히 보고 배웠지만 소득이 생기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직거래, 홈쇼핑, 농협계통출하, 로컬푸드 등 다양한 판로를 통해 농가수취가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농업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으면 생산, 유통 과정에서 어려움을 쉽게 겪는다”며 “이 때문에 귀농 전 적어도 2~3년 정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 지역농가와의 상생을 통한 성장

그가 첫해 9900㎡의 농지에서 얻은 매출은 1000만원에 불과했다. 박 대표는 이 같은 매출로는 안정적인 정착이 어려워 돌파구에 대해 고민했다. 작기별 품목을 설정한 그는 생산, 유통뿐만 아니라 가공을 통해 수취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수립했다. 봄과 가을철 재배한 감자, 방울토마토는 직거래로,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배추는 원물이 아닌 절임배추로 판매해야겠다는 생각에 가공공장을 설립하고 인터넷 판매를 시작했다.

강원도 배추는 고지에서 재배돼 식감과 품위가 우수해 판매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에 절임배추 사업을 시작했으며 없어서 팔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박 대표는 직접 재배한 배추 외에 주변농가의 배추를 계약, 판매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직접 재배, 가공한 절임배추의 품위가 우수할 뿐만 아니라 시중가 대비 20% 가량 저렴해 소비자들의 구매가 급증한 것이다. 이에 매년 계약 물량을 늘리고 있다. 절임배추 사업이 성공하며 김 대표의 매출도 8년 전 1000만원 정도에서 올해 1억3000만원 정도로 급증했다. 매출증가에 힘입어 3300㎡(1000평)의 농지 구매를 앞두고 있다. 농한기 고령농업인들과 함께 절임배추를 생산함으로써 일차리 창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홍천군에서 조직한 공동 드론방제단에 가입, 고령으로 방제가 어려운 농업인들을 도우며 보기 드문 청년이라는 얘기도 듣고 있다.

박 대표는 “주변의 고령농업인들이 생산, 판로에 고민이 많은데 자체적으로 생산, 판매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지역농업인들과 상생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가뜩이나 소비침체 등으로 농업인들의 삶이 어려운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통합 브랜드 갖춰 전문적인 생산, 유통 매진

박 대표는 주변의 농업인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추기 위해 통합브랜드를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운영 중인 누리알찬농원(인터넷 쇼핑몰)의 패키지도 통합할 예정이다. 소비자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농산물을 만들기 위한 일환이다. 현 쇼핑몰은 절임배추 판매를 위한 전문 플랫폼으로 구성됐는데 통합쇼핑몰은 홍천군에서 재배되는 다양한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채널로 구축된다. 절임배추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양념채소류나 타 품목의 구매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통합홈쇼핑 개설 전 까지 판로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참여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대내외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통합브랜드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며 “농업인들은 소비자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농산물을 정성껏 재배하고 소비자들은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진다면 농가 수취가는 저절로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Mini Interview] 박근호 수수한영농조합법인 대표

“현실에 안주한다면 미래 농업은 없습니다. 미약하나마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소비가 확대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심한 결과 그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박근호 수수한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예전에는 농업인들이 유통까지 담당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지만 지금은 생산만으로 수취가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아직 8년차 농업인에 불과하지만 그가 처음 농업에 뛰어들었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작물을 생산, 판매하는 과정에서 직접 느낀 감정이다.

이에 그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개발해 농가와 소비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있다. 판로에 직접 신경을 쓰지 못하는 고령농업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상품 개발로 소비자들의 구매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박 대표는 “통합브랜드를 통해 다양한 농산물의 판매가 활성화된다면 가공시설 규모를 늘리고 청년농업인들이 농사를 짓기 전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며 “청년농업인들의 실패를 줄일 수 있는 컨설팅 전문가 역할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수수한영농조합법인은...]

강원 홍천군 화촌면에 위치한 수수한영농조합법인은 가공시설 198㎡(60평) 일반창고 495㎡(150평), 저장고 99㎡(30평)를 갖추고 있다. 봄에는 하우스 봄 감자를, 여름~가을에는 방울토마토를, 가을 노지에서는 감자를 재배하고 있다. 또한 가장 큰 소득 창출원인 배추를 8월에 정식돼 매년 10월 말 수확, 11월 중순경부터 절임배추로 판매된다. 박 대표는 9900㎡의 농장에서 농산물을 재배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3300㎡의 농지를 개인소유로 구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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