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유통질서를 확립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원산지 표시제’의 허점을 파고들어 소비자의 혼동을 불러일으키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가 최근 조사한 ‘음식점 등 원산지 표시현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25개구에서 영업하는 한우 관련 음식점과 정육점, 인터넷 배달 음식점 등 542개소에 대해 방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 대상의 24.6%에서 원산지 표시를 부정확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례로 상호명과 원산지 표시가 불일치하는 경우가 대표적으로 ‘한우곰탕’ 또는 ‘한우사골’이라는 상호명을 쓰면서 수입쇠고기를 함께 판매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또 한우와 수입소고기를 병행 표기하거나 주요 메뉴판과 별도 메뉴판을 따로 둬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사례도 속출했다. 또 두 원산지의 소고기를 섞어 사용하는 경우 ‘+’나 ‘섞음’으로 표시해야 하나 대부분 이를 따르지 않았다. 조사대상 중 한 가지 음식에 2~3개의 원산지 육류를 혼합해 사용하는 경우는 129개소나 됐으며 이 중 ‘+’나 ‘섞음’표시를 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인터넷 배달 음식점에서 원산지 오인과 혼동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배달 음식점 14곳 중 오인·혼동 유발 표시를 한 곳은 8곳으로 57.1%나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반해 이들 업체에 대한 원산지 단속 실적은 미미하기만 하다. 이양수 의원(자유한국, 속초·고성·양양)이 최근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원산지 표기 점검을 받은 전체 업소 10만9011개소 중 배달앱 업소를 상대로 한 점검은 약 2%인 2252개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산지표시제는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고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농식품 정책 중 가장 성과가 높은 제도로 손꼽히고 있다. 어렵게 정착한 이 제도가 일부 몰지각한 장사속에 퇴색되지 않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할 것이다. 
 

원산지표시의 허점을 활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이같은 사례를 차단하고,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식품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수입농산물이 부정하게 유통되는 길을 원척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세밀한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 또 급증하는 온라인 시장에 대한 원산지 표시제 정착 방안도 서둘러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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