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최기수 발행인] 

지난 16일 김제시 소재 종자산업진흥센터에서 열린 2019국제종자박람회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참가업체 부스에 전시된 노란색과 빨간색 파프리카를 볼 수 있었다.

“자체 개발한 품종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을 했다.

2018대한민국우수품종상 수상 품종도 전시돼 있었다.

그곳에는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품종인 미니파프리카가 당당하게 소개돼 있었다.

2016년 품종등록이 됐으며, 당도가 10브릭스 내외로 기존 품종보다 2~4브릭스 높아 소비자 선호도도 높다는 평가도 소개됐다.

이미 2017년 미국으로 2만 달러에 달하는 종자가 수출됐으며, 일본으로 30만 달러에 달하는 생과 50톤이 수출되기도 했다고 한다. 금값보다 더 비싸다는 파프리카 종자가 국내에서 개발돼 수출도 시작됐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한 업체의 부스에는 시중에 출하되는 오이의 절반 길이 정도 오이도 전시됐다.

“용도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봤더니 “식감은 일반오이와 비슷하다”며 “해외시장을 겨냥해 개발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전시포장에는 보라색 무가 눈에 띄었다. 겉은 보라색이고 속은 일반 무와 같았다. “용도가 어떻게 되느냐?”고 담당자에게 물어봤더니 “해외시장을 겨냥한 무”라고 답했다.

정체된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해외시장으로 나가기 위해 맞춤형 종자를 개발하는 모습에서 종자산업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었다.
 

종자업체 사람들과 육종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전시포장에 사람 머리 크기 둘 정도는 되는 배추가 자리하고 있어서, 어느 종자업체 CEO에게 “앞으로 배추 크기는 어느 정도가 적합하다고 생각하세요?”하고 물어봤다.

“배추는 앞으로 쌈배추 크기가 유망할 것 같다”는 대답을 들었다.

수박 육종가에게 “앞으로 수박 크기는 몇 kg정도가 적합할 것 같나요?”라고 물어봤더니 “1kg는 너무 작고 2~3kg 정도가 유망할 거다”라는 대답을 했다. 배추나 수박이나 소비자 구매행태 변화를 반영한 육종방향이다.  국내 소비시장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한 때 대형마트로 몰렸던 소비자들은 집주변 가게로 돌아오고 있다.

그 배경에는 가구구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1~2인 가구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대량구매 필요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1~2인 가구는 도매시장에서 기준으로 삼는 8kg에 달하는 수박을 구입할 이유가 없다. 8kg 수박 반쪽도 너무 커서 구매에 부담을 느낀다.

1~2인가구는 농식품 소비행태를 변화시키면서 HMR(가정식대체식품)시장을 빠른 속도로 키우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17일 발표한 ‘장래가구특별추계:2017~2047’을 보면 1~2인가구 비중은 2017년 55.2%에서 2047년 72.3%로 증가할 전망이다.

1~2인가구만이 아니라 3인 이상 가구 소비행태도 이미 1~2인 가구를 닮아가고 있다. 
 

시장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지만 산지대응은 너무나도 더디다.

농산물은 크게 키워야 농사를 잘 짓는다는 의식이 굳건하다. 배추, 수박, 배 등이 대표적이다. 그 이면에는 변화의 두려움도 있지만,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는 게 가장 큰 이유이다. 2년 전이다. 과천 바로마켓에 복수박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수박이 나왔다.

출하농가에게 “소득이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지역 기술센터 도움으로 크기를 줄인 수박을 생산했는데 소득이 종전보다 줄었다”며 “내년에는 안 하려고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배 역시 마찬가지다. 유통전문가들은 “현재 제수용으로 생산되는 큰 크기의 배는 소비행태에 맞지 않는다. 소비자가 평상시도 부담없이 소비할 수 있도록 크기를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농가들 생각은 다르다. “대과(大果)가 비싼데 무슨 소리냐”는 반응이다. 그러다보니 배는 설과 추석 명절용과 제수용 시장에 맞춰져 스스로 소비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소비행태 변화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바로 산지 일이다. 농가도 소비행태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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