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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의 명운이 걸린 WTO(세계무역기구) 개도국 지위가 트럼프 미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사라지게 됐다. 미대통령이 트윗으로 한국 등 잘사는 나라들의 WTO 개도국지위를 박탈해야한다는 얘기를 꺼낸지 고작 90일 만에 일이다.

우리의 개도국 지위 포기는 그동안 진행했던 그 어떤 FTA(자유무역협정)보다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그동안 수많은 FTA를 진행하면서 농업계와 긴밀히 논의하며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강구했었다. 
 

품목별로 어떤 영향이 예상되며 이를 위해 필요한 대책을 농업계에 제안하고, 이 제안을 검토하는 과정을 거쳤었다. 그런 과정과 대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시장개방으로 인한 피해는 매년 눈두덩이처럼 커지며 농축산업계를 옥죄고 있는 상황이다.
 

개별국가와 벌인 FTA도 이같은 절차와 대책을 추진했는데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다자간 협상과 관련된 WTO 개도국 지위 문제를 농업계와 제대로 된 토의나 논의는 고사하고, 피해분석과 제대로 된 대책도 없이 몇 달만에 결정했다는 것에 농축산업계는 분통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경제부총리)가 지난 25일 개도국지위 포기를 선언하며 브리핑한 ‘정부입장 및 대응방향’에는 마치 농축산업을 위해 추가적인 지원책을 펴는 것처럼 호도했지만 이는 사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그동안 추진해온 대책을 열거한 것에 불과, 농축산업계의 강한 저항을 불러오고 있다.
 

실제 이날 밝힌 공익형직불제 도입은 이미 내년도 예산안에 담겨 국회에서 검토중인 사안이며 수급조절기능 확대, 청년 후계농 육성 역시 농식품부가 매년 추진 중인 사업이다.
 

내년도 농식품부 예산을 최근 10년 내 가장 높은 증가율(4.4%) 수준으로 편성했다고 하지만 이 역시 국가 전체 예산 증가율 9.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이다. 
 

가축질병과 수급불안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계는 이번 사태로 큰 상실감과 농업이 또다시 희생양이 됐다는 박탈감을 지울 수 없게 됐다. 
 

우리가 WTO개도국 지위 포기를 선언했다고 지금 당장 피해가 구체화되진 않겠지만 차기 라운드가 작동되는 순간 그동안 우리 농업의 보호막이 돼 왔던 관세 장벽은 크게 허물어지고 보조금 역시 큰 폭으로 줄여 나가야 한다.
 

우리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25일은 정부가 강대국인 미국의 통상압력에 밀려 우리 농업의 개도국지위를 내려놓고 또 다시 농업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는 치욕스러운 날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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