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호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김제시 민간육종연구단지에서 개최된 ‘씨앗, 미래를 바꾸다’ 라는 슬로건과 함께 국내 작물의 우수종자 전시, 학술행사, 기업 설명회 등 다채롭게 구성된 ‘2019국제종자박람회’에 다녀왔다. 우리가 먹는 작물의 종류도 수요자의 요구에 맞추어 놀랄 만큼 다양해졌고 농업인의 재배 안정성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선호도를 높이기 위한 건강에 좋은 기능성 물질을 함유하는 종자도 있어 원예작물의 육종산업이 크게 발전된 것을 느꼈다.

 

벼, 콩 등 주요 식량작물의 육종도 시대적 상황과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하며 이루어져 왔다. 한국전쟁 이후 식량부족으로 인해 생산량이 많은 종자개발을 최우선으로 다수확 품종인 통일벼를 개발, 보급했다. 

1990년대 후반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한 이후 세계시장 개방화에 대응코자 농산물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고품질 위주의 내재해성 식량작물 품종육성과 재배기술의 실용화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국가에서 가격지지를 하고 있는 쌀을 제외한 밀, 콩, 옥수수 등 대부분의 식량작물은 식문화의 변화로 소비량은 증가하고 있으나 값싼 수입농산물로 대체되고 있어 2018년 기준 곡물자급률은 21.7%, 식량자급률은 46.7%로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어 우리의 식량문제에 대한 인식전환과 새로운 대안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식인 쌀도 소비량이 꾸준히 줄고 있으나 생산량은 유지되고 있어 적정한 수급조절을 위한 쌀 생산조정제도를 도입하여 논에 벼 대신 밭작물 재배를 권장해 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식품가공업체가 제품원료로, 소비자가 식재료로 우리농산물을 많이 찾게 하여 소비를 확대시킬 수 있는 큰 전환이 있어야 한다. 세계화 개방화 시대에 과거와 같이 신토불이로 해결할 수도 없으므로 값도 싸고 품질도 좋은 수입농산물과 차별화 될 수 있는 우리농산물만이 갖는 특화된 품종을 개발하고 농업인이 생산 공급하여 식품가공업체와 소비자의 선택을 늘려갈 수 있도록 더욱 주력해야 한다.
  

먹는 것과 약은 그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 식재료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회복할 수 있다. 서구적인 식습관으로 대사성 질환이 걱정된다면 기능성분이 함유된 식량작물을 지속적으로 꾸준히 섭취해 생활 속에서 손쉽게 건강을 증진할 수 있다. 과거 농업과학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산이나 들에서 나는 약초나 한약의 도움을 받았다면 이제는 기능성분이 풍부한 식량작물로 차린 밥상을 통해 맛있고 손쉽게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   
   

이제 쌀도 밥쌀용으로만 소비하지 않고 수입 밀을 대체할 수 있는 쌀국수, 쌀빵, 쌀맥주 등 용도별로 적합한 품종개발과 다양한 가공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저항전분 고함유 다이어트용 쌀, GABA 고함유 혈압강하 쌀, 위염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억제하는 쌀, 해로운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검정보리, 베타카로틴이 다량 함유된 옥수수 등 소비자의 건강, 미용 등과 연관된 기능성 품종개발이 모든 작물에서 더욱 활발하게 추진되어 생산된 농산물의 소비 다양화를 불러 일으켜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가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받던 개도국 지위의 상실 여부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으며, 특히 농업인에게는 민감한 사안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러한 시대에 적극 대응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농산물을 찾는 주요 고객인 소비자가 원하는 곳에 답이 있다고 믿는다. 소비자의 식품 소비 트렌드를 정확히 분석하고 농업현장과 식품업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차별화된 고객 맞춤형 작물의 개발과 이를 소재로 이용할 수 있는 식품가공 산업에 투자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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