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정보통신기술(ICT)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축산 현장도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하루 종일 농장에 상주하며 가축을 돌보지 않아도 원거리에서 컴퓨터나 휴대폰을 통해 더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해졌다. 이런 ICT를 활용한 통합 전산관리를 통해 스마트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청년농업인이 있어 찾아가봤다.

▲ 소들이 착용하고 있는 목걸이가 실시간으로 소의 이동과 반추위 움직임을 중앙 제어 PC로 전달한다.

# 축산환경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전북 익산에 위치한 미소밸리(대표 김진용). 농장에 들어서니 옹기종이 모여있는 송아지들이 눈에 띈다. 이곳은 번식우 70여마리를 포함해 한우 150여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번식우 농장이다.

사실 김진용 미소밸리 대표는 한국농수산대학에서 채소과를 졸업하고 부모님의 농장에서 쌈채소 등 엽채류 농사를 지어온 농업인이다. 나 홀로 서기를 시작한 이후에 친환경 쌀을 생산해오던 그는 2004년 ‘4H 시범영농 지원사업’을 통해 한우 3마리를 농장에 들이고 한우 사육에 발을 들이게 됐다. 수도작과 병행하기 가장 이상적인 게 한우 사육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쌀 농사와 한우 사육 두 가지를 모두 완벽하게 꾸려나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특히 한우는 가축을 키워내는 일이기에 시간과 공을 많이 들여야 했지만 인부를 따로 쓰지 않고 관리하다보니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던 중 2017년 8월 익산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청년농업인 경쟁력 제고사업’에 대해 알게 됐고 ‘축산기술에 ICT를 융합한 스마트팜 만들기’라는 사업명으로 신청, 사업에 선정되는 행운을 얻었다.

이후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통해 축사에 ICT를 활용한 축산환경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모니터링 시스템은 김 대표의 농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김 대표는 “아직 사업 초기라 연간 데이터가 쌓이지 않아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사업 시행 전과 비교해 생산비 절감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24시간 농장에 머물지 않아도 그때그때 소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다른 농사일을 하면서도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 질병 탐지, 발정 식별...생산성 향상

김 대표 농장의 소들은 목에 작은 기계가 부착된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다. 이 목걸이는 실시간으로 소의 이동과 반추위의 움직임을 기록해 중앙 제어시스템을 갖춘 컴퓨터로 전송,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모아진 데이터는 개체별로 정리되는데, 이 과정에서 일반적인 소의 행동양식과 비교해 특이점이 포착되면 즉시 알림창을 띄워 농장주에게 알린다. 이를 통해 농장주는 보다 정확하게 소의 질병을 탐지하고 발정을 식별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김 대표는 “소가 너무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거나 움직임이 둔화되면 건강상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알림이 오면 그래프를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CCTV 영상을 바로 돌려보며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어 그때그때 문제를 바로잡아 나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체별 발정수치를 통해 적기에 수정해 수정률이 높아졌다”며 “시스템 구축 전인 지난해 말에는 80마리에 정액을 160개 사용했는데, 올해는 60마리에 정액을 100개도 사용하지 않았으니 정액 하나를 1만원으로 보면 엄청난 이득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번식우 농장에선 발정시기를 한 번 놓칠 때마다 송아지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금전적인 손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익산시 농업기술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한우 농가가 12개월당 1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최근 3년간 번식간격이 15개월당 1산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길 익산시 농기센터 농촌지도사는 “이같은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번식간격을 12개월로 최적화한다면, 번식우 50마리를 기준으로 연간 송아지를 12마리 추가 생산할 수 있어 농가에는 3000만원의 추가 소득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며 “질병 예방 등을 통해서도 100마리 기준 약 1000만원의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Mini Interview] 김진용 미소밸리 대표 

“지금은 번식우 농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점차 비육우를 늘려 현재의 2배까지 규모를 늘려볼 생각입니다.”

미소밸리는 현재 한우 150마리 규모의 농장에 불과하지만 번식우 100마리, 비육우 200마리를 키울 수 있도록 내년 초까지 축사를 신축해 규모를 확장할 계획이다.

김진용 대표가 이처럼 규모를 늘리는 것에는 한우산업의 미래에 대비한다는 의미도 있다.

그는 “점차 한우 산업이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관세 철폐 등으로 가격 하락 등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때에 대비해 여러 방면에서 기존의 한우 사육과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ICT를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동시에 안전한 먹거리 생산으로 기존의 농가들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ICT를 통한 한우 사육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 예방, 저능력우 도태, 고능력우 장기 사육으로 농장 경영의 획기적인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여기에 더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안전한 조사료를 먹인 소 등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미소밸리는...]

전북 익산군 함열읍에 위치한 미소밸리에서는 친환경 쌀과 한우를 함께 생산하고 있다. 축사 규모는 1650㎡(약 499평)이며, 농지 13만2231㎡(약 4만평) 중 5만9504㎡(약 1만8000평)에서 친환경 쌀 농사를 짓고 있다. 쌀 농사와 한우 사육 모두 김 대표와 아내 둘이서 해내고 있다.

한우 사육에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적용한 이후 1년 1산의 목표를 실현하고 있다. 시스템 적용 1년이 채 안 된 초기임에도 번식우 50마리 기준 1250만원의 추가 소득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김 대표는 PC와 스마트폰 연동을 통한 개체기록, 생식능력 관리로 우량개체 선발이 가능해져 향후 생산성 측면에서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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