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종 전남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우연한 기회에 1927년 미국의 한 생명보험회사에서 만든 우유관련 자료를 얻게 됐다. 

‘우유에 관한 모든 것(All about Milk)’이란 자료인데 미국 ‘메트로폴리탄 생명보험회사’에서 발간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생명보험회사에서 우유 홍보 자료를 제작해서 배포했다는 것은 당시에 이미 경험적으로 우유가 사람들의 건강에 큰 도움을 준다는 인식이 보편화 됐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해당 홍보물은 오래전에 만든 것이지만 우유에 함유돼 있는 단백질, 유당, 비타민, 무기질의 건강 증진 작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으며 특히 어린이나 성인, 환자들이 섭취를 많이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우유를 설명하는 짧은 문장들도 눈에 띄는데, ‘우유는 우리의 최고 식품이다(Milk is our best food)’, ‘우유는 건강의 강력한 동맹군이다(Milk is a strong ally of health)’, ‘우유는 뼈, 두뇌, 근력(근육)을 만든다(Milk builds bone, brain, and brawn)’ 등 간결하면서도 우유가 건강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이미지를 심기에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우유가 최고의 식품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사이, 안티밀크 기사가 인터넷과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식물기반 대체음료와 실험실에서 만든 합성우유가 우유가 지켜온 오랜 권위에 도전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유망 스타트업 기업이 실험실에서 우유 배양에 성공해 상업화 단계에 이르렀다는 소식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미국 낙농가 협회(DF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젖소 우유 판매량은 2017년보다 7.5% 줄어든 136억달러인 반면 대체우유 시장은 2017년 119억 달러로 추정됐고, 2024년까지 340억 달러로 늘어 우유 판매량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급기야 위기감을 느낀 미국 낙농가 협회는 정부에 식물기반 음료가 우유(牛乳)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해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요즘 글로벌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지속가능 낙농’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2006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축산업의 긴 그림자’라는 보고서에서 낙농업과 축산업이 기후변화의 최대원인이라고 지적한 이후, 세계 낙농은 10년 전인 2009년부터 IDF(국제낙농연맹)을 중심으로 낙농산업이 지구 환경 문제를 포함해서 빈곤, 기아 등 인류의 보편적인 문제 해결과 인류복지향상, 동물복지와 생물다양성 실현, 사회, 경제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낙농산업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이면에는 낙농업계가 ‘우유는 완전한 식품’이라는 사실에 안주하는 사이 안티밀크 확산과 낙농산업의 환경폐해, 동물복지 논란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소비자들이 식물기반음료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세계낙농이 UN(국제연합)이 추진하고 있는 인류의 중장기 발전목표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낙농산업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도 궁극적으로 소비자 신뢰확보를 위한 낙농업계의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식물기반 우유 대체음료가 낙농산업의 동물복지 문제를 비집고 들어오는데, ‘우유는 건강에 필수적인 완전식품’이라는 100년 전 구호를 반복한다면 소비자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우리도 세계낙농의 이러한 도전과 흐름을 이해하고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학계와 업계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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