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비·질병·태풍으로 생산량 '뚝'
상품 비율 20~30% 불과
중국산 양배추 반입으로 농가피해 우려

▲ 송영종 대아청과 영업팀 팀장이 제주지역 양배추 작황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가을 양배추 생산량이 정식 시 잦은 강우로 인한 단수 감소와 병 발생 증가로 지난해와 평년보다 적은 가운데 지난달 세차례의 잇따른 태풍 피해를 입은 제주지역의 경우 출하량이 지난해 절반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산 양배추 일부가 소비지에 분산되면서 농업인들의 수취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유통인, 산지 생산자들에 따르면 가을 양배추 주산지인 충남 서산, 당진, 충북 괴산은 정식기(지난 7~8월) 잦은 비로 결구가 원활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뿌리혹병, 불병 등이 발생했다. 여기에 전남 무안, 진도, 해남지역은 태풍으로 뿌리 돌림 피해를 입은 상황이다.

이에 현재 가락시장 전체 출하량 중 상품 비율은 20~30% 정도에 불과하다.

가락시장 유통인들은 “김장철과 중국산 양배추의 영향으로 국내산 양배추의 소비가 증가할 요인이 없다”며 “출하량이 지난해와 평년보다 10% 가량 줄었지만 소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기준 양배추 8kg 상품 가격은 8500원 정도로 지난해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중국산 양배추가 가락시장을 제외한 일부 시장에서 거래되고 식자재 업체들이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입 양배추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550톤의 수입 양배추 검역실적이 확인됐다. 이 물량 중 일부가 식자재 업체에 분산되면서 업체에서는 국내산 양배추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유통인들은 “중국산 양배추가 반입됐다가 생산자 조직의 항의로 회송된 바 있지만 나머지 시장에서는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일부 납품처에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양배추를 선호하고 있어 국내산 양배추 소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달부터 출하가 시작되는 제주의 경우 지난달 태풍으로 전체 양배추 재배면적의 30~50% 정도가 피해를 입으면서 지난해 보다 출하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국내산 양배추의 가격 상승으로 중국산 양배추가 더 많이 반입돼 국내 농가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송영종 대아청과 영업팀장은 “무 보다 양배추가 더 많은 태풍피해를 입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제주 상황이 심상치 않다”며 “다음달에 출하될 물량이 거의 없고 내년 1~2월 출하량도 지난해 절반 정도에 불과해 중국산 양배추가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송 팀장은 이어 “출하량이 지난해 보다 크게 줄어 가격은 높게 형성되겠지만 생산자들은 적은 수확량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중국산 양배추 수입량이 증가한다면 생산자들은 빚더미에 허덕이다 다음 작기 농사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학종 양배추생산자협의회장은 “생산자들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해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빚만 더 늘어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물가 안정이라는 명목 하에 중국산 양배추의 수입을 늘릴 경우 생산자들은 농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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